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48화 (148/255)

우리 동네 야구팀-148화

"나이스!"

그 순간 수혁은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면서 작은 목소리로 기뻐했다. 반면에 타자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힘없이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팡팡-

"오케이, 방금 삼진 좋았다!"

종빈은 크게 소리치면서 미트를 주먹으로 두어번 두들렸다. 그리고 1루에 있던 산욱에게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루, 2루, 유격, 3루 순으로 돌아가는 공. 그렇게 내야를 다 휩쓸고는 마지막으로 수혁에게 공이 돌아왔다.

터업-

"오케이, 오늘 좋게좋게 가자!"

수혁은 가볍게 받은 다음에 크게 외치고는 타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타자는 배트를 거의 질질 끌듯이 하면서 좌타자 타석에 막 들어오는 참이었다.

'배트를 끌고 들어온다고...? 뭐지?'

그 순간 수혁은 뭔가 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타자가 준비를 다 마치자 알수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잠시동안 타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뭐, 뭐야... 저런 타격폼도 있었어?'

현재 타자의 타격폼은 다리를 쫙 벌리고, 배트는 어깨에 걸친채로 오른손으로만 잡고 나머지 왼팔 앞으로 배트 근처 허공에 있었다. 그리고는 그 자세로 전신을 흐느적 거리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취권을 떠오르게 하는 이상한 타격폼이었다.

'저건 뭐... 타이밍을 맞출순 있긴 한거야?'

수혁은 어이가 없는건지 그만 헛웃음을 내보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러다가 종빈이 내미는 사인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흠... 떨어트리는 커브... 그것보단 스윙 체크도 함 해볼겸, 몸쪽 직구로 가자'

'몸쪽 직구? 뭐 오늘 공이 나쁜건 아닌거 같으니까... 오케이. 가자'

종빈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트를 내밀었다. 그러자 수혁은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힘을 조금 줄이고 제구에 집중해서 공을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전력으로 던질때보단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는 않게 쭉 뻗어나갔다. 제구만 잘 된다면 충분히 문제없는 공인것 같았다.

부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오기 시작하는 타자의 배트, 하지만 보통의 경우가 아닌, 처음에는 오른손만으로 배트를 이끌고 나오다가 중간에 왼손도 배트를 잡으면서 나오는 스윙이었다.

처음엔 느리지만, 갑자기 스윙의 스피드가 확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 스윙, 왠지 준비운동으로 약간의 예열을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같았다.

그 와중에 하체는 오른발을 잠시 들어올렸다가 두 발 사이의 거리를 통상적인 수준으로 확 줄여버렸다. 그러면서 평범한 타격폼으로 배트가 나오게 된 상황, 하지만 스윙 궤적이 빗나간것 때문인지

티잉-

하고 빚맞은 소리가 나면서 타구는 뒤쪽 그물에 부딪혔다.

"헐, 저런 폼으로 타격이 되긴 되네?"

분명 보고도 어이가 없는 상황, 그러면서 수혁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면서 생각만 하려던 말을 그대로 뱉어버렸다.

이상한 준비자세부터 결국은 평범한 타격폼으로 바뀌는 모습까지. 그런 모습은 수혁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흠... 뭐야, 포커페이스를 유지할줄 알았더니, 반응이 그대로 다 나타나네?'

한편, 타자는 수혁을 보면서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마운드에 올라왔을때는 진지한 얼굴에 선두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모습까지. 뭔 괴물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붙어보고, 자신의 요상한 타격폼이 보여지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역동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투수에게 포커페이스, 마인드 컨트롤은 가장 중요한 조건중 하나. 왜 탈락했는지 알거 같네'

타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이번엔 아까와 다르게 평범한 타격폼을 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이렇게 계속 투수의 멘탈을 흔든다. 그러면 쉽게 이길수 있을거다'

'음...? 이번엔 왜 또 평범한 자세를 잡고있대?'

한편, 수혁은 이번엔 뭔가 하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분명히 아까는 뭔 이상한 타격폼으로 타격을 준비하더니, 이번에는 평범한 자세로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아까는 페이크, 한마디로 자신을 속이기 위한 타격폼이었나 생각했지만, 적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스윙을 떠올리면 그건 아닌듯 싶었다.

'어떤 미친 타자가 두가지 타격폼으로 타격연습을 하겠냐고. 만약 연습을 안한거라면 자연스럽게 모습이 바뀌면서 스윙을 제대로 나올리가 없지. 고로, 저건 진짜 타격폼이 맞는거 같고...'

수혁은 그러면서 경기 전에 체크한 데이터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선은 빤히 타자를 쳐다봤다.

'그렇다는건 두가지 타격폼을 가질정도로 실력이 좋거나 나를 흔들려는 작전같은데, 데이터를 보면 그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닌것같네. 그렇다면...'

그 순간 수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면서 오른손가락을 어깨로 가져갔다.

'나를 흔드려는 작전. 고로 우리는 한가운데 투심으로 들어간다'

'오케이. 투심 괜찮네'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곧바로 수혁의 왼다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튀어나오는 타자의 배트, 하지만 원래 자기의 폼이 아닌지라 배트가 조금 늦게, 그리고 느리게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점점 미트에 가까워지는 투구, 그리고 거의 다 왔을때

휙-

타자의 바깥쪽으로 공 두세개정도 빠져버렸다.

"크읏!"

그러면서 배트 끝에 빚맞아버린 투구. 타자는 어떻게든 힘으로 밀어내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타격폼이 아니었던것 때문인지 힘에서 밀려버리고 말았다.

티잉-

그러면서 희미한 소리를 내는 배트, 그리고 타구는 힘없이 3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선민은 타구가 향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살짝 엉성한 자세로 공을 주운 다음에 강하게 1루로 송구했다.

슈욱- 파앙-

"아웃!"

그리고 공은 1루수 산욱의 미트에 안전하게 들어가면서 아웃. 그 순간 선민은 오른주먹을 꽉 쥐면서 기뻐했다.

"오케이!"

수혁도 맞장구를 치면서 선민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첫 타자 삼구삼진, 두번째 타자도 2구만에 땅볼처리,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수혁이었다. 좋은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좋은 흐름을 이어서 그대로 다음 타자까지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으로 가뿐하게 처리하면서 1회초를 가볍게 끝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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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패자부활전 결승(3)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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