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1화 (151/255)

우리 동네 야구팀-151화

그뒤로 다시 타석으로 돌아온 산욱, 그리고 여전히 덕아웃을 바라본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 진짜 저인간... 같은편이어서 다행이네...'

"플레이볼!"

그러던 도중, 심판이 준비를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지 경기를 재개했다. 그러자 산욱은 거의 본능적으로 언제 그랬냐는듯이 고개를 돌리고 투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편, 투수는 계속 2루가 불안한건지 자꾸만 그쪽을 힐끔거리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예선이라서 도루는 금지되어있지만, 베이스에서 꽤나 떨어져 있는게 지금 그를 매우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게 1루가 아닌, 2루. 득점권이었기 때문에 그의 심기를 더더욱 긁고 있었다.

'하아... 진짜 저기 아까보다 더 활발하게 거슬리네...'

투수는 2루주자 선민을 보면서 속으로 궁시렁댔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힘겹게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포수는 투수에게 침착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혹시 제구가 흔들릴까봐 양팔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그리면서 그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가랑이 사이로 오른손을 내밀어서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직구... 그래, 4번타자니까 조심할 필요는 있지'

투수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직구 그립을 잡은 다음에 다시 2루를 쳐다봤다.

2루에서는 선민이 여전히 베이스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있었다. 왠지 맘만 먹으면 충분히 견제사로 잡을수 있을것 같은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자꾸만 그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게 만들었다.

'아니, 난 그냥 신경끄고 던지면 되는데 왜 자꾸 신경이 쓰이지...?'

투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선민을 계속 힐끔거리면서 쳐다봤다. 그러다가 어렵게 어렵게 고개를 돌려서 포수를 쳐다봤다.

'주자는 신경끄자... 주자는 신경끄자... 주자는 신경끄자...'

'일단 초구는 무조건 휘두르자. 한참 빠져도 휘두르자'

반면, 산욱은 매우 수월하게 투수에 집중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점차 주변에 들리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뭔가 불길해지냐...'

그러자 뒤에 앉아있던 포수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산욱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느낌적으로, 감각적으로 단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건 홈런이다'

그러면서 그는 급하게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사인을 내려는 순간, 이미 투수의 다리가 앞으로 쭉 뻗어나오면서 이미 돌리기에는 늦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 어, 안돼!'

이미 날아오는 공을 보면서 속으로 절망하는 포수, 그리고 산욱의 배트가 빠르게 튀어나오자

까앙-

하고 매우 맑은 소리가 들려오면서 타구는 순식간에 멀리 뻗어나갔다.

"아..."

그와 동시에 포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탄식, 그러면서 눈은 멍하니 뛰어가는 산욱의 뒷모습을 쫓아갔다.

산욱은 타구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몸은 자동적으로 1루를 향해서 뛰어가고 있었다. 그사이 타구는 외야도 힘차게 가로질러서 거의 담장 근처까지 간 상황, 그리고 산욱이 1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타앙-

타구가 담장 뒤쪽에 있는 철조망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홈런! 홈런입니다!]

"와자아아아앗!"

홈런이 나오자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면서 들어올리는 산욱, 그러면서 거의 포효하듯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면서 발걸음도 아까보다 조금 더 느려지고, 보폭도 좁아졌다. 그라운드를 천천히 돌수있는 홈런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기 시작했다.

그렇기 2루, 3루까지 돌고 마지막 홈 플레이트까지 느긋하게 왼발로 밟으면서 유유히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산욱, 그러자

"캬캬캬캬칵!"

"지렸다!"

"워후!"

"나이스샷!"

동료들의 손바닥 세례를 받으면서 힘겹게 힘겹게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

티잉- 터업-

"아웃, 게임 셋!"

"아자!"

산욱의 스리런 이후, 경기의 기세는 완전히 D.라이더즈 쪽으로 기울었다. 순식간에 4실점을 해버린 탓인지, 그뒤로 D.라이더즈의 방방이는 불이 제대로 붙으면서 상대를 계속해서 두들겼다.

그리고 지금 3회초, 수혁은 마지막 타자를 2루수 뜬공으로 무난하게 잡아냈다. 그러면서 오른 주먹을 꽉 쥐면서 크게 어퍼컷을 날렸다.

"여, 수혁. 오늘 나이스 피칭"

"너도"

그런 수혁에게 그새 다가온 종빈이 오른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수혁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면서 자신의 오른주먹을 거기에 갖다댔다. 그리고 둘이 같이 기분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둘은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우선 글러브랑 포수 장비들을 벤치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각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음? 근데 형수님은 어디계시냐"

"뭔 개소리야, 형수는 개뿔"

종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예영이 없는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냥 묵묵히 짐을 꾸리는 수혁, 그리고 다 꾸렸을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혁아~"

예영이 수혁을 향해서 달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혁의 품에 쏙 하고 안았다.

"안놔?"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건 수혁의 차가운 한마디,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수혁을 안고있는 팔에 더욱더 힘을 줬다.

"싫은데?"

"아오 진짜..."

수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감독을 빤히 쳐다봤다. 좀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감독님 제발...'

"야, 야, 그러는거 아냐"

다행히 용식은 수혁의 생각을 읽은건지, 아니면 자신이 보기에 거슬렸는지 수혁의 편을 들어주면서 예영의 머리에 딱밤 한대를 날렸다.

"아! 왜때려요!"

"지금 애 싫어하는거 안보이냐? 나와 인마"

"수혁, 힘"

"넌 왜 저런 애를 차고 난리냐"

"나같으면 내가 들이대겠다"

용식은 틱틱거리는 말투로 말하고는 먼저 덕아웃을 나가버렸다. 그러면서 수혁에게 한마디씩 하고 나가는 선수단 사람들. 수혁은 그럴떄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리고 이젠 단 둘남 담게된 덕아웃, 수혁은 힘으로 간신히 예영은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정확히 얘기했다.

"앞으로 나한테 이런짓 하지마"

그리고는 가방을 챙겨들고는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러면서 혼자 남게 되버린 예영, 그는 수혁이 나간 문을 쳐다본채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게 맘대로 안되니까 이러지..."

그녀는 힘없이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지난번에 조금 좋아진거 같았는데...'

────────────────────────────────────

152화-서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1)2016.01.0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