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2화 (152/255)

우리 동네 야구팀-152화

"어, 형수님은?"

"설마 버리고왔냐?"

"닥쳐 인마"

간신히 버리고  나오니까 애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애들. 그리고 내 대답에 듣자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었다.

아니, 너네같으면 썸녀 두고 저런짓 하겠냐? 정 원하면 너네들이 데려가던가. 난 언제든지 쌍수들고 환영이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좋다고 계속 매달리는 애한테 너무 무자비한거 아냐?"

"그러니까, 여친이 있는것도 아니고... 나같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주겠네"

"나같으면 저쪽에서 관심 없어도 내가 들이밀겠다"

그러면서 문쪽을 힐끔 쳐다보는 애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야, 너가 들이민다고? 될거같아?"

"아니, 쟨 그전에 들이대지도 못해"

"너넨 들이댈수 있을거같냐"

"쟤네도 못들이댄다에 한표"

"나도 한표"

그러는 사이에 애들은 자기들끼리 티격태격 하면서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독님은 어디 갔나 살펴봤지만, 감독님은 어디로 가신건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야, 감독님은? 먼저 갔어?"

"전화 받더니 급하게 나가던데?"

"그때 그 사모님 보러 가신거겠지"

"지난번에 보니까 썸같던데"

애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감독님이 가신 곳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반대쪽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아직 안갔어?"

뒤쪽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예영, 나랑 눈이 마주치자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어, 아냐아냐. 지금 갈려고. 야, 야, 가자!"

상황이 뭔가 묘하게 돌아가는듯하자 운선이 애들을 반 강제로 등을 떠밀면서 나를 슬쩍 쳐다봤다. 나도 단 둘이 남기는 싫어서 같이 가려고 했지만

"자, 자, 둘이 얘기좀 하고와. 우린 먼저 갈게"

"야, 야!"

운선이 나를 다시 그쪽으로 떠미는 바람에 반 강제적으로 단 둘이 남게 되버어버렸다.

"..."

"..."

그렇게 되자 갑자기 조용해진 복도, 난 그애 없는 반대쪽을 쳐다보면서 애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애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저기"

그애의 그 한마디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애한테 갈거지?"

"응"

난 짧게 대답하고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직 할말이 다 끝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

그러면서 또 멈춰지는 내 발걸음. 지금 내 속은 이곳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은 뿐이었지만, 자꾸만 내 발걸음은 멈춰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자꾸만 왠지 두고가면 안될거 같은 기분이 떠올랐다. 왠지, 왠지 모르게 소중한 사람을 두고 가야하는 기분이 들어서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 진짜....'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봤다. 그러자 눈가가 촉촉해진채로 날 바라보는 그애.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왜... 걔가 떠오르는거야...'

*

"아... 네 어꺠 너무 좋다... 맨날 기대도 안질려..."

어느 한 아파트 단지의 드러나지 않은 풀숲, 그곳나무밑동에서 살짝 통통한 느낌의 소년과 귀엽게 생긴 소녀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소녀는 소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녀의 표정과는 전혀 반대의 표정을 짓는 소년, 뭔가 불안한건지 애꿎은 입술만 자꾸 깨물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할말이 있는건지 자꾸만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 누군가 본다면 풋풋하다고 생각할만한 장면이었다.

"저, 저기 예영아..."

그렇게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소년이 살짝 망설이는 말투로 소녀를 조심히 불렀다.

"...왜에?"

소녀는 그 자세 그대로 살짝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더욱더 어두워지는 소년의 표정. 더이상 풋풋한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어두움이였다.

"나 내일부터 여기 못나와..."

"...왜? 친척집가?"

소년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대답. 그러자 소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다는걸 느꼈는지 어꺠에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뗴어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소년을 쳐다봤다.

"설마... 너도 가는거야...?"

"..."

소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는 소년. 단지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언제, 언제올건데? 아파트 다시 다 지어니고 나면 올거지? 그치? 그런거지?"

이제는 소녀도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소년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물어봤다. 하지만 소년은 전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모하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러면서 마치 영영 떠나갈것만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안돼!"

결국 소녀는 빼액 소리치면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듯이 소년의 어꺠에 얼굴을 묻은채로 펑펑 울기 시작했다.

*

"아들, 가자!"

다음날, 오전, 소년이 이사가는 날. 소년은 멀찍히 떨어져서 늘 둘이서 같이 있던 풀숲을 쳐다봤다. 그러며넛 지금까지 소녀와 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우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을 계속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기억이 잊혀지기는 커녕, 기억이 더욱더 또렷해져갔다.

"하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 그리고 그 풀숲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수혁아! 어디가니!"

"잠깐만요!"

소년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았지만 소년은 짧게 대답하고는 풀숲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작은 나무들을 헤쳐내고 들어가자 혼자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소녀가 보였다.

"유예영"

"오늘... 간다며?"

소년이 입을 여자 소녀가 약간 놀라면서 소년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몸은 곧장 일어나서 소년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소년은 잠시 놀랬지만, 이내 말없이 소녀의 등에 손을 올리면서 등을 토닥여줬다.

소녀는 소년의 푸근하면서도 따스한 품에 안긴채로 한방울, 한방울씩 조금만 눈을을 떨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녀의 눈가를 닦아주는 소년. 소녀는 훌쩍이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자, 받아"

소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년에게 Y라는 이니셜이 쓰여진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소년은 조심스레 소녀가 건넨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소년이 목걸이를 받아들자 소녀는 A라는 이니셜이 쓰인 목걸이를 소년에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별 선물이야. 앞으로 나랑 친구였고, 그리고..."

"안수혁! 시간없어!"

소녀가 마지막으로 뭐라 말하려는 순간, 밖에서 소년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를 슬쩍 돌아보는 소년. 소녀도 같은곳을 쳐다보다가 소년이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봐, 급한가보네"

"꼭 기억할게. 그리고 나중에 진짜,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웃으면서 보자"

소년은 곧있으면 울것만 같은 얼굴로 소녀에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풀숲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소녀, 그리고 아까 하려던 말이없는지 매우 작은 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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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서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2)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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