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4화 (154/255)

우리 동네 야구팀-154화

'정말, 정말로... 걔가 걔라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 씻고서 내방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상태. 내 머릿속은 여전히 그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다.

설마,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그게 진짜일것 같았다.

처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주고, 나에게 그토록 잘해줬던 친구...이자 가족같이 편안했던 그 친구. 그 애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예상을 더욱더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갈수 있다면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애의 집을 알기는 커녕, 어디 근처에 사는지도 아예 모르는 상황. 지금 나로서는 어쩔수가 없었다.

"아, 맞다. 번호!"

그렇게 혼자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떠오른 방법. 나는 그 즉시 휴대폰을 들고서 예영한테 전화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고객님은 통화중이ㅅ...]

"하아..."

나에게 돌아온건 통화중이라는 차가운 기계음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는법, 나는 혹시 그애의 집을 알만한 사람이 없나 하고 전화번호부를 뒤지던 찰나,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바뀌더니

[유예영]

그 세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

그 순간 나는 잽싸게,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전화를 수신하고는 귓가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반대쪽에서 늘상 나에게 달려오면서 들려오던, 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미안한데..."

"너 어딨어"

나는 예영이 약간 조심스럽게 말하려는걸 끊고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 하에 그 목걸이를 집어든 다음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엄마, 나 잠시 바깥에 갔다올게!"

"저녁은?"

"얼마 안걸려!"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서 집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리고 휴대폰으로는 답이 없는 예영한테 다시 재촉하는듯한 투로 물어봤다.

"너, 어디야"

"너네 집 앞..."

"기다려"

위치가 확인되자 나는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계단으로 가서 1층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5층부터 해서 4층, 3층, 2층, 그리고 1층까지. 집에 그렇게 높은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찍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

살짝 우물쭈물 하면서 서있는 예영이 보였다.

*

그렇게 마주하게된 두 사람. 둘은 서로 아무말 없이 서로의 맞은편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 상황.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천둥소리만큼 들릴것만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저기"

그러다가 먼저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수혁, 그리고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던 목걸이를 천천히 꺼내들었다. 그리고 예영에게 조심스럽게 보여줬다.

"이 목걸이... 뭔지 알아...?"

"...!"

그 순간, 방금까지만 해도 설마 하면서 우물쭈물 하던 예영의 얼굴이 갑자기 확 달라졌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자신이 들고온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그 순간

와락-

하면서 수혁의 몸이 예영에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꽈악 안아버렸다. 그리고 귀옆에 머리를 둔채로 작게 속삭였다.

"다시는... 못볼을 알았는데... 진짜로 못볼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포옹, 예영은 잠시 놀라는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자신의 떨리는 손으로 수혁의 등을 감싸안았다.

그러면서 예영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그러면서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진짜 너였어... 정말로 너였어..."

그러면서 한참을 끌어안고 있던 두사람, 그러다가 수혁이 천천히 떨어지고는 예영을 쳐다봤다.

그동안의 그리움과 반가움이 뒤섞여서 뭔가 애매모호한 표정, 예영은 그런 수혁에게 싱긋 웃어보이면서 쳐다봤다

"너... 어쩌다가 그런 양아치가 됐던거야?"

"....응?"

하지만 수혁이 꺼낸 첫마디에서 아까의 미소는 온데간데 사라진 예영. 그리고 약간 당황한 표정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 음... 그게 그러니까... 멀리 이사를 가서 잘 지내다가 작년 가을쯤에 면홍중에 와서 어떤 년.. 아니 애를 만나고 적응하다보니..."

에영은 어떻게든 해명을 하려고 했었지만, 오히려 말을 하면 할수록 뭔가 점점 더 꼬여가고 있었다.

그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당황하게 되는 예영, 그러면서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터업-

"괜찮아. 이제 안그러면 된거야"

수혁이 예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헤헤..."

예영은 그런 손길이 나쁘지 않은지 강아지처럼 실실 웃으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수혁의 가슴팍 위에 손을 올려놨다.

수혁은 잠시 움찔거리면서 놀랐지만 이내 다시 잠잠해지면서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 지하철에서 기억나?"

"그... 네가 거짓말치고 끌고간 그날?"

"거짓말은 좀 잊어주지 그래?"

"알겠어, 알겠어. 그런데 그날이 왜?"

수혁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일을 회상하려는 순간

"네 어깨에 기대는데 엄청 푸근했었어. 예전이랑 체형도, 얼굴도 완전히 다른데도 정말 똑같은 푸근함과 편안함이 느껴졌었어"

예영은 그떄를 떠올리면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번엔 예영이 수혁을 꼬옥 안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혁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깨에 기댔는데, 두개의 심장소리가 들려오더라고... 어렸을때 우리 둘다 느꼈었던 그 서로의 심장소리. 그거말야"

"...너도 느껴졌었어?"

수혁은 예영도 그럴줄은 몰랐는지 놀라면서 예영을 쳐다봤다. 예영도 고개를 돌리면서 수혁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이 다시 붉어지면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숨 멎는줄 알았네...'

수혁과 이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본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수혁이 그런 다정한 시선으로 봐준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둘 다인걸까. 예영의 심장은 갑자기 쿵쾅거리면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심박수가...'

그리고 수혁도 그걸 느꼈는지 아까와는 조금 다름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예영이 수혁을 살짝 밀어내면서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아, 맞다...'

그 순간 수혁의 머릿속에는 잠시 깜빡해 두었던 한가지 생각이 흐르기 시작했다.

'맞다, 얘... 나 좋아하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자 곧바로 불길한 느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저기, 수혁아..."

심상치 않은 말투로 자신을 부르는 예영의 한마디로 인해서 완전히 확신으로 다가왔다.

'어, 어, 어...?'

수혁은 잠시 흠칫하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따라오지 않는 예영. 그러면서 뭔가 우물쭈물 하면서 수혁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여태까지 몇번의 고백이 전부 다 차이기도 했고, 이제는 고백하는 대상이 남다르기 때문인지 이전까지의 고백이나 방식이랑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예영이었다.

'아... 아...'

그러면서 수혁의 얼굴은 점점 곤란한 표정이 되어갔다.

몇년만에 만난 내 인생의 최고의 친구인데, 이렇게 어색해지고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소중한 친구를 이렇게 잃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님, 제발... 제발... 고백만은 아니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이제 수혁은 속으로 하나님을 간절히 부르고 또 부르면서 제발 고백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나, 사실은..."

그렇게 비는 사이, 예영이 조심스럽게, 아주 조십스럽게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조금의 틈을 두더니 뒷말을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나... 어렸을때부터..."

'...음?'

예상 외의 말이 나오자 수혁은 잠시동안 뭐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예영이 다시 뜸을 들이자

'서, 설마... 그때부터...'

뭔가를 눈치챈 표정으로 멍하니 예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런 수혁의 눈치는

"널 좋아했었.....어"

그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

155화-서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4)2016.01.1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