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어린 시절(1)2016.01.14.
우리 동네 야구팀-외전
2008년 4월 11일
"야, 저리가!"
"으악! 바이러스다!"
"더러워!"
송파구의 어느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이 학교도 여느 초등학교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학교였다. 그리고 언제나 활기차게 해맑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 하지만 여기 단 한 아이만은 달랐다.
키는 나이치고 중간보다 조금 큰정도, 하지만 가로로 조금 통통한, 아니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뚱뚱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자기 자리에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지나가면서 뭐라고 한마디씩 하는 아이들, 그 아이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였다.
'코한번 팠다고 왕따... 진짜 학교 나오기 싫어...'
소년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책상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조용...!"
얼마나 잔걸까, 한참 푹 자고 있는 와중에 담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드는 소년, 그리고는 졸린눈을 비비면서 교탁을 바라봤다.
교탁 옆에는 한 여자아이가 가방을 메고서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포함한 반 애들 전체를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 전학생이 왔어요. 이름은...000. 그럼 친절하게 대해주고 괴롭히지 말고. 알겠죠?"
"네~"
담임의 말에 애들은 단체로 크게 대답했다. 하지만 소년은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애들이 대답을 하고 나자 담임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전학생이 앉을만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지 말없이 고개만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저 저애 옆에 앉고싶어요"
"어.. 저애? 어, 음... 그래... 가렴..."
그때, 전학생이 그 아이의 옆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조금 난처해지는 담임의 표정, 하지만 이내 어쩔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신난듯이 쪼르르 달려가서 소년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담임의 표정이 살짝 이상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내 조회를 마치고는 구석의 자기 자리로 가서 밀린 업무들을 하기 시작했다.
담임이 자리로 가자 아이들 대다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전학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주변을 빙 둘러싸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너 어디서 왔어?"
"너 좋아하는게 뭐야?"
"어디 살아?"
그러면서 거의 쉴새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이정도면 당황한 법도 한데, 전학생은 환하게 웃으면서 하나하니 일일이 답해주기 시작했다.
"음... 서울 그 위쪽에서 온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 그럼 좋아하는건?"
"난... 음... 뛰어놀고, 티비도 보고, 그냥 다 좋아해!"
"진짜? 그럼 맨날 밖에서 놀아?"
"응!"
"그러면 어디 살아?"
"어...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 먼데 잘 모르겠어"
이렇게 거침없이 쑥쑥 들어오는 질문에도 잘만 대답하는 전학생, 하지만 게속되는 질문들은 아무리 대답하고 대답을 해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 질문들은 끊은 사람은
탕- 탕-
"얘들아, 수업하자~"
아직 종이 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교시를 강행하는 담임의 목소리였다.
"아아~"
"선생님, 아직 종 안쳤어요!"
"대신 일찍 끝내줄게"
"아아~"
아이들은 어떻게든 수업을 늦게 시작하고 싶었으나. 그대로 밀어붙이는 담임때문에 결국 한 둘씩 자리에 앉더니 조금 지나자 모두들 자리에 앉은 모습이 되었다.
그러자 담임은 교실을 한번 둘러보고는 교과서를 펴라는 말과 함께 뒤로 돌아서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임의 말대로 아이들은 교과서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 그 전학생만은 교과서를 꺼내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늘 전학온지라 아직 교과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방학중에 전학 신청을 하면 모를까, 학기 도중에 와서 받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없을만도 했었다.
하지만 전학생은 그거에 별로 개의치 않는것 같았다. 그리고는 옆에 앉은 그 아이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야, 나 교과서좀 같이보자"
"..."
하지만 소년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단지 교과서에 시선을 고장한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뭐야, 내말을 무시하는거야?'
그러자 전학생은 잠시 기분이 나빠지면서 동시에 뭔가 오기같은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쓱 내밀어서 소년의 바로 옆에 가져다댔다.
"같이 좀 볼게"
"..."
하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전학생의 얼굴을 치워내지도 않았다. 단지 아까와 같은 자세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애는 뭐지...? 왜 이러는거야?'
전학생은 아까보다 조금 떨어져서 그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뭔가 이해가 잘 안가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수업이 끝나고 하교길, 마이들이 삼삼 오오 모여서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는 손에 먹을거가 들려있는 아이들, 동전이 들려있는 아이들, 키가 크거나 작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다양한 아이들이 있엇지만, 다들 웃고 있다는 점은 다들 하나같이 똑같았었다.
하지만 오늘 전학온지라 아직 친구가 없는 전학생. 그녀는 혼자 가방을 메고는 주변을 신기하게 둘러보면서 하교하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에 있는 커다랸 놀이터와,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보이는 드넓은 운동장, 그리고 뒤쪽에 야트막한 뒷동산까지. 건물이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규모가 엄청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분위기를 물신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를 나서자 조금 멀리서 보이는 성당과 작은공원, 그리고 그 옆에 문구점과 분식집, 오락기까지. 뭔가 잘 어우러져서 완벽한 초등학교 주변의 풍경같았다.
'와... 여기 진짜 좋아보인다'
전학생, 아니 소녀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시선을 이곳저곳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이 바뀔때마다 입이 벌어지면서 그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어, 저애는?'
그렇게 한참 구경을 하고 있었을까, 막 시선을 돌리던 소녀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애는 곧바로 그 사람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
그애가 달려가서 부른 사람은 그이 옆 짝꿍이자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뒤를 슬쩍 돌아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애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떨어지면서 살짝 노려보듯이 쳐다봤다.
"같이가도 돼?"
하지만 그 애는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고는 그 아이의 옆에 나란히 섯다.
"..."
하지만 소년은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보조를 맞춰가는 그애, 그러면서 소년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넌 이름이 뭐야?"
"..."
"어디 살아?"
"..."
"왜 자꾸 내 말에 반응을 안하는거야?"
"..."
하지만 소년은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묵묵히, 말없이 걸어만 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애도 지쳐버렷는지 이내 질문의 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말 한마디 없이 그애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둘은 그렇게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정상 부근에 있는 아파트단지, 그 아이는 단지에 들어서더니 '102동' 이라고 쓰여져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너 나랑 바로 옆에 동이네?"
"..."
그러자 옆에 따라오던 그애가 다시 말문이 터졌는지 그 아이에게 말을 다시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는 소년, 그리고는 묵묵히 계단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너네집에 놀라가봐도돼?"
라고 한마디를 더 물어보자
"저리가"
그제서야 소년이 조용히 한마디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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