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7화 (157/255)

외전2-어린 시절(2)2016.01.16.

우리 동네 야구팀-외전2

"...뭐?"

소년이 드디어 처음으로 꺼낸 한마디. 그 순간 소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참을만큼 참았는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넌 뭐가 잘났다고 사람 말을 무시하고 저리 가라고 그러는데? 내가 너를 떄리기라도 했어, 돈을 뜯기라도 했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러는건데!"

"지금. 이. 상황. 그. 자체"

소년은 그런 소녀를 쳐다보지도 않은채로, 딱딱한 말투로 단 몇마디만을 말하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갔다.

"너... 너...!"

소녀는 그런 소년을 실컷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년의 뒤를 따라가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순간 움찔하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 소년의 팔. 그러다가 이내 팔을 탁 치면서 소녀의 손을 뿌리쳐냈다.

"오지마. 나한테 와서 좋을거 하나도 없어"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소년을 멍하니 쳐다보는 소녀.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뭐 저런애가 다 있어..."

*

다음날 아침.

"흐아암..."

소녀는 여느때처럼 등교를 하러 나왔다. 하지만 곧장 학교로 가는것이 아닌, 집 근처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앞에 있는 아파트의 입구를 빤히 쳐다봤다.

소녀가 지금 쳐다보고 있는 아파트는 어제 소년이 힘없이 들어간 그 아파트, 102동 아파트였다.

"흐아... 너무 일찍 나왔나..."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는 상황, 소녀는 졸린건지 하품을 하면서도 아파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왜, 왜 저렇게 우울하고 부정적인거야? 이해가 안가네...'

소녀는 그런 소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쁜 외모 덕분에 어렸을적부터 외롭게 지내본적이 없는 소녀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입구에서 소년이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녀는 곧장 소년에게로 달려갔다.

"안녕!"

"..."

소녀는 소년의 옆에 서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어제와 똑같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는 소년. 오히려 소녀와 거리를 두고 걸으려는지 소녀의 반대쪽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하지만 소년이 그럴때마다 소녀는 끈질기게 그의 옆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어제처럼 소년에게 계속 말을 걸면서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넌 왜 맨날 조용해?"

"..."

"애들이랑 왜 안어울려?"

"..."

"혹시 애들이 너 괴롭혀?"

"..."

하지만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소년, 그러다가 결국 못참겠는지 소녀가 한숨을 내쉬다가 화를 폭발시켰다.

"언제까지 그렇게 말 씹고 있을건데?"

"..."

"제발 아무 말이나 좀 해보라니까?"

하지만 소녀가 아무리 계속 그래봐도 소년의 반응은 여전히 똑같았다. 묵묵부답.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문채로 묵묵히, 천천히 그리고 학교로 걸어갔다.

"으으..."

결국, 소녀도 그러다가 지쳤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면서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하아..."

"..."

그럼에도 아무런 말도 없는 소년. 그리고 드디어 끝났나 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려는 순간

"대신, 앞으로 너가 입 열때까지 쭉 따라다닐거야!"

소녀가 검지손가락으로 소년을 가리키면서 선전포고를 하는것처럼 말했다.

"..."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소년, 그리고 그저 묵묵히 가던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소녀, 잠시 그를 째려보다가 뛰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야, 같이가~"

소녀는 병아리처럼 맨날 소년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하교할때도, 등교할때도, 수업시간에도, 방과후에도, 계속 소년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소년이 답을 하든 말든 계속 옆에서 쫑알거렸다.

그러면서 다른 애들이 왜 저런 애랑 어울리냐고 하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녀는 그럴때마다

"음.. 그냥?"

그런식으로 대답하고는 웃어보이면서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자

"...너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지금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던 소년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어, 방금 말한거야? 말한거지? 그지?"

계속 달라붙은지 약 한달만에 드디어 나온 한마디, 소녀는 그 사실에 말의 내용은 그대로 무시해버린채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훨씬 큰 소년의 품에 안겼다.

그러면서 소년의 가슴팍에 묻히는 소녀의 얼굴. 그러자 소년은 당황하면서 잽싸게 손을 떼어버리고는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뭐, 뭐하는거야?"

소년은 아까의 무표정은 온데간데 사라진채로 소녀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자신도 처음 겪어본 일이라서 그런지 소년의 얼굴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어있었다.

소녀를 그런 소년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혼자 웃으면서 소년에게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

"너 의외로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아, 아니라고!"

소녀가 작정을 하고 놀리기 시작하자 더욱더 당황하면서 소리치는 소년, 그러더니 이내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년의 체격은 그가 그리 오래 달릴수 없게 만들었다. 소년은 금새 지치면서 허리를 약간 숙인채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다 쫓아온 소녀. 그리고는 소년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고작 그정도 뛰고 지친거야?"

"허억... 허억..."

소녀가 약간 도발하듯이 말을 걸었지만 소년은 그런 소녀의 말을 다시 무시했다. 아니, 정확히는 숨을 몰아쉬느라 대답할 틈도 없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을 약간 안쓰럽게 보면서 계속 등을 쓰다듬어줬다. 그러다가 소년이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일어나자 다시 한번더 도발하듯이 말을 걸었다.

"너, 왜이렇게 못뛰어?"

"...뚱뚱해서. 불만 있냐?"

그러자 소녀를 째려보면서 투덜거리듯이 말하는 소년. 조금 전에 말을 무시했던 모습과는 달라져있었다.

드디어 한달간의 노력의 아까 뛰면서 완전히 결과를 얻게 된것일까, 여태까지 어둡고, 말이 없었던 소년의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밝아진듯한 모습이 보였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년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어딘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가자,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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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1)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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