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8화 (158/255)

우리 동네 야구팀-156화

"하아아... 드디어 본선이다..."

"야, 야, 저기봐봐. 관중들도 있어!"

"헐... 프로야구가 아닌데 관중이 이렇게 많다고?...?"

"대박..."

그로부터 약 일주일뒤 본선 32강전이 시작되는 7월 5일, 우리는 대회 측에서 제공하는 기차를 타고서 대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한밭야구장. 우리들은 관중석을 둘러보면서 덕아웃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관중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둘러보는 운선이와 상민이부터 시작해서 많이 떨리는지 아까부터 계속 심호흡을 하는 영훈이와 호진이, 처음으로 관중들을 두고 시합을 해보는다는 사실에 들뜬 상둥이 성빈이와 종빈이, 그리고 살짝 긴장한채로 이리저리 한번 둘러보는 나랑 선민이, 그리고 산욱이까지. 모두들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도 벌어진 입은 쉽게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편, 이와중에 우리랑은 많이 다른 표정을 보이는 감독님. 대체로 신기해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애증의 대상을 보는듯이 그리움이 약간 섞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 몇년동안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셋업... 부상으로 은퇴... 관중들이 들어찬 구장이 확실히 그리울법도 하겠지'

나는 그런 감독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왼팔을 툭툭 치면서 가볍게 한마디를 건넸다.

"어때요?"

"미묘하면서도... 다시 집에 돌아온 기분이네"

감독은 약간 씁쓸한 표정과 함께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같이 웃어보였다.

"교정했던 투구폼, 그거 감독님 폼이랑 거의 흡사하던데요?"

"몰랐냐?"

"제가 12년부터 중계를 봐서 말이죠, 어떻게 보면 뉴비에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틈틈히 봤었던 기록과 영상들을 떠올렸다.

처음에 내 투구폼을 봤을때는 거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던지는 방식이었다. 기술 같은거는 거의 없이, 무식하게 던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감독님의 투구폼을 한번 보는 순간 내 투구폼이랑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다.

쓰리쿼터 치고는 조금 낮지만, 사이드는 전혀 아닌 투구폼, 확실히 내가 지금 구사하는 투구폼과 많이 닮았다.

게다가 그당시 주무기로 썼었던 투심과 커터, 서클체인지업까지. 확실히 자신의 것을 나에게 물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솔직히, 처음 감독으로 왔을때... 아니, 나를 스카웃 하러 왔을때, 너의 눈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게 느껴졌어"

감독님은 덕아웃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벤치에 앉으셨다. 그러면서도 말은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근데, 너한테 투심을 한번 가르쳐 줬을때 '뭔가 나를 닮은것 같다, 왠지 나랑 비슷해 보인다' 요런 느낌이 들더라고. 그리고 그 뒤로 투구폼도, 구질도, 너는 전부다 잘만 적응하더라고. 흔한 폼은 아닌데말야"

"엄청난 우연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러면서 감독은 내 등을 탁탁 두들기고는 덕아웃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시선을 돌려보자 종빈이가 장비를 다 착용한채 오른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두들기고 있었다.

"가자!"

"오케이"

나는 곧바로 글러브를 챙겨들고 모자를 고쳐쓰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감독님이 던져주는 공을 받고는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나와서 밖을 둘러보자 상대편이 내야쪽에서 펑고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외야 펜스쪽까지 걸어가서 불펜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여태까지의 불펜장과는 달리 모든게 깔끔하고, 새것처럼 보였다.

"와우..."

"야, 역시 프로야구장이라고 이러나보네"

우리는 그런 시설에 감탄을 하면서 각자 위치로 걸어갔다. 그리고 종빈이가 쪼그려 앉아서 받을 준비가 된듯하자 나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자, 일단 가볍게 직구 몇전 가자!"

종빈이는 우렁차게 외치면서 오른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두들겼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크게 대답했다.

"오케이!"

그러고 나서 가볍게 왼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최대한 힘을 빼고 부드럽게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내 손끝에서 마지막으로 긁혀지는 공, 그 순간 뭔가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다.

슈욱- 파앙-

그러면서 평상시 몸을 풀떄보다 더욱더 빨리 들어가는 투구, 종빈이는 놀란건지 살짝 움찔하면서 공을 받았다. 그리고는 공을 던져주면서 나에게 뭐라고 말했다.

"야, 뭐 벌써부터 달려?"

"평상시대로 살살 던진건데?"

"뭐?"

내 말에 종빈이는 놀란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민트를 내밀었다. 나는 미트가 나오자 아까처럼 힘을 빼고 가볍게 팔을 휘두르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그리고 이번에도 아까처럼 빠르게 뻗어간 공. 그리고 종빈이는 잠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다가

"헐..."

외마디 감탄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역대급 컨디션인데...?"

"그정도야? 와우..."

헐, 방금 느낌이 좋긴 했다만 이정도일줄이야. 그와 동시에 내 입이 떡 벌어지면서 외마디 감탄만이 나왔다.

"야, 야, 그럼 마저 풀고 들어가자"

"오케이"

종빈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나는 공을 받은 다음에 아까랑 똑같이 팔을 가볍게 휘두르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

"화제의 대회! 황룡기 동네 야구대회! 오늘 한밭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32강전 1차전, 시구는 배우 유선미씨꼐서 해주시겠습니다!"

그뒤로 우리팀도 몸을 다 풀고 애국가까지 다 진행된 상황.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서 시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우리팀 덕아웃 쪽에서 한 여자가 경호원 두명과 함꼐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마운드보다 조금 더 앞에서 멈춘 다음에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받아들고서 관중석을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배우 유선미입니다. 음... 오늘 황룡기에 시구하게 되어서 굉장히 영광이네요.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학생들 화이팅! 그리고 저 유선미도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그 여자는 간단히 한마디를 남기고는 다시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그리고 며칠 전에 배운것처럼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엉성한 자세로 시구, 홈에 앉아있던 종빈이가 한번 바운드된 공을 가뿐하게 잡았다.

"자, 지금까지 배우 유선미씨였습니다!"

시구가 끝나자 진행자가 진행 멘트를 하는 동시에 그 여자는 경호원들과 함께 다시 우리 덕아웃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구가 끝나자 홈플레이트 위로 올라오는 양팀 선수들, 그리고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일렬로 나란히 늘어섰다.

그러자 확연히 드러나는 양팀의 선수 차이, 우리팀의 줄에 비해서 상대팀의 줄은 매우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하아... 그냥 팀웍을 다시 다지더라도 더 들일걸 그랬나...'

나는 상대편 줄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건 어쩔수 없는 일, 나는 잠시 눈을 감고서 머릿속을 비워버렸다.

"상호간의 경례!"

잠시뒤, 심판이 양쪽 선수들 모두 늘어선걸 확인하고는 상호간에 인사를 시켰다. 그러자 양측 선수들 모두 모자를 벗고 허리숙여 인사한 다음에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자, 그럼 수비팀은 각자 위치로, 공격팀은 1번타자 나와주세요!"

인사까지 다 끝마치자 심판들이 각자 자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공인 우리팀은 각자 글러블르 챙겨들고는 수부위치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글러브를 챙겨들고는 마운드 위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로진백을 손으로 주물럭 거리면서 홈으로 시선을 돌려봤다.

홈에는 종빈이가 막 자리에 앉고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1번타자. 그는 타석 주변에서 스윙을 해보면서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자, 마지막으로 한번 던져보자!"

종빈이는 크게 외치면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나는 글러브로 가볍게 받고는 곧장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아까 몸풀떄 보다는 조금 더 힘을 넣어서 공을 뿌렸다.

슈윽- 파앙-

"오케이, 오늘 진짜 역대급 컨디션이다!"

종빈이는 쩌렁쩌렁 소리치면서 받은 공을 다시 던져줬다. 그리고 그렇게 몇번 더 던져보자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다.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관중석이 매우 조용해졌다.

완전 고요함 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조용해진 상황. 그리고 모두 우리쪽으로 집중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그러면서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난 상황, 이제 남은건 심판의 플레이 콜이었다.

심판은 그라운드 전체를 한번 살펴보는듯 하다가 체크가 다 끝났는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플레이보올!"

심판의 우렁찬 플레이 콜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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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2)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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