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59화 (159/255)

우리 동네 야구팀-157화

시간은 심판이 콜을 외치기 조금 전, 경기장 한쪽에 있는 작은 방 하나. 그곳에는 수많은 장비들과 선수들의 정보, 그리고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한 사람은 약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30대 후반정도 되보이는 외모와 함꼐 지적인 것처럼 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하는건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로 물을 한모금 들이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젊은 사람이 궁금해진건지 다른 사람을 쳐다보면서 뭔가를 물어봤다.

"저 위원님, 오늘 경기 말인데요"

"네"

"D.라이더즈의 선수들이 딱 9명을 맞추기도 했었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온걸로 봐서 불리하다고 생각 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젊은 남자의 질문에 해설이라는 사람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엔, 이번 경기는 충분히 이길수 있을거라고 봅니다만"

"왜죠?"

"일단, 여기 선발투수로 오르는 안수혁 선수가 만만치 않은 선수입니다. 제가 중계를 해봐서 아는데 변화구 각도 좋고, 타자들과의 수싸움도 잘합니다. 직구도 중간 이상은 가주고요"

"근데 그런 투수가 있는팀이 왜 본선에 진출도 못했습니까? 솔직히 예선 경기들 보면 저도 그렇고 다들 기대 이하였다고 하던데..."

젊은 남자는 중간에 말을 자르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물어봤다. 그러자 해설은 자신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단 한마디만을 얘기했다.

"D.라이더즈가 속한 조에 제가 생각하는 4강후보가 세팀이나 있었습니다"

"...네에?"

"허허... 일단 골드스타즈는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이고요, 그래서 레드 타이거즈와 D.라이더즈가 혈전을 벌이다가 D.라이더즈가 떨어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패자부활전을 보니까, 다들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승승장구를 하면서 올라오더군요"

"아아..."

해설의 말에 남자는 이해한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1분뒤에 중계 시작합니다!"

잠시뒤, 문이 살짝 열리고 스태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준비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머리에 헤드셋을 끼운 다음에 집중한채로 위에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위에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 황룡기 32강전 1차전의 중계를 맡은 권병식]

[해설에 박구연입니다]

평상시 하던 일처럼 자연스럽게 오프닝 멘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

"플레이보올!"

심판의 콜이 우렁차게 들리자 수혁은 숨을 짧고 굵게 뱉어낸 다음에 종빈이를 쳐다봤다. 종빈은 재바르게 사인을 낸 다음에 몸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몸쪽 직구... 오늘 좋은 컨디션을 그대로 이용하려는거네. 가보자!'

수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으면서 팔을 휘둘렀다.

슈욱-

공이 마지막에 손가락 끝에서 긁힐때 평상시보다 더욱더 빠르고, 기분좋게 긁히는 느낌, 그러면서 공은 평상시보다 더욱더 빨리 날아갔다.

부웅-

그 순간 타자도 자동적으로 배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배트가 거의 끝까지 다 나온 순간

파앙-

하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라이크!"

그와 동시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콜. 종빈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수혁은 공을 받고는 바닥에 로진백을 줍고 만지작 거리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자료에 따르면 이 팀은 발이 빠른 선수들이 많은 팀이었다. 이번 본선부터는 도루도 가능하니까... 가능하면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난 다음에 종빈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종빈이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립을 바꿔쥐었다.

'떨어트리는 커브라... 정석대로 한번 가보자는 거네'

수혁은 종빈이의 속뜻을 한번 추리해 보고는 미트를 집중해서 쳐다봤다. 그리고 커브 변화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공은 그의 손을 떠나서 조금 붕 뜬 느낌을 주면서 날아갔다. 그러자 이번엔 완전히 칠 자신감이 있는건지 타자의 배트가 아까보다 더욱더 매섭고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투!"

하지만 결과는 힘찬 헛스윙, 타자는 살짝 뻘쭘한지 타임을 외치고는 타석 밖으로 나가서 헬멧을 다시 고쳐썼다. 그리고 배트를 붕붕 휘둘러 보고는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타자가 나간사이, 수혁은 로진백을 살짝 만져준 다음, 오른손에 입김을 불면서 손에 묻어있던 가루를 약간 날려보랬다. 그 다음에 타자가 다시 타석에 들어오자 종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종빈은 타자가 들어오자 곧바로 수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몸쪽 직구, 힘으로 밀어붙이자'

'오케이'

수혁은 그의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의 틈도없이 곧바로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평상시보다 더욱더 빠르게 나오는 왼다리와 오른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을 놓는 타이밍도 평상시보다 매우 빨라졌다.

슈욱-

그렇게 손에서 떨어진 공은 빠르게 포수의 미트를 향해서 뻗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당황하는 타자, 타이밍이 어긋났을 뿐더러, 아까 커브를 보았기 때문에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어버렸다.

부웅-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헛스윙, 그러면서 삼구 삼진을 당해버리는 첫 타자였다.

"오케이, 출발 좋다!"

심판의 콜이 들리고 난 다음, 종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수혁에게 공을 던져주면서 다시 자기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수혁은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가볍게 받았다. 그리고는 모자를 고쳐쓰면서 타석에 들어오는 다음 타자를 지켜봤다.

[안수혁 선수, 루비양말즈의 1번타자 오수호 선수를 가뿐하게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안수혁 선수가 오늘 컨디션이 많이 좋은가 봅니다. 허허]

한편, 캐스터는 수혁이 삼구삼진을 잡아내자 방금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웃는 해설, 그러자 캐스터가 살짝 그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어봤다.

[컨디션이 좋다고요?]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안수혁 선수의 여태까지의 기록을 본다면 저렇게 구위로 눌러서 잡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우선, 지금까지는 커터, 투심, 커브, 직구. 요렇게 포 피치로 가고 있을뿐더러, 땅볼의 비율이 60% 가까이 되는 선수입니다]

[아, 전형적인 기교파, 맞춰잡는 투수라는 거군요?]

해설이 설명이 조금 길어진듯 하자 곧바로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캐스터, 해설은 그런 그에게 살짝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오늘, 처음부터 몸쪽 직구를 팡팡 꽂으면서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물론 평상시에 과감한 볼배합을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첫 타자부터 저렇게 과감하게 밀어 붙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면 그것만큼 기분나쁜것도 없죠]

[그런데 기교파, 맞춰잡는 투수인 안수혁 선수가 처음부터 과감하게 밀고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거의 정해진거죠.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처음부터 누를 구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 그럼 이런 모습이 계속 나올수도 있다는 거군요?]

[네. 아직 루비양말즈의 선발투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저는 오늘 경기가 투수전 양상으로 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스터는 해설의 말에 계속 맞장구를 쳐주면서 그의 설명에 약간의 부연설명도 붙여나갔다.

그렇게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두 사람, 그렇게 서로 설명을 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흘러버렸는지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수혁이 2번, 3번 타자까지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유유히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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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3)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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