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60화 (160/255)

우리 동네 야구팀-158화

"수고했다"

"넵"

덕아웃으로 들어간 수혁, 용식은 그에게 물병을 내밀었다. 수혁은 그 물병을 받아든 다음에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는 벤치에 내려놓은 다음에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런 수혁의 옆에 앉는 용식, 그리고는 그를 슬쩍 쳐다봤다.

"저쪽 어때?"

"...생각보다 많이 약해요. 그런데 골드스타즈와는 뭔가 다르게 진짜로 약한 느낌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러냐...? 나도 보면서 뭔가 허술해 보인다는 느낌은 받았다만..."

용식은 뭔가를 생각하려는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수혁은 그런 감독을 위해서 살짝 옆으로 옮겨간 다음에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타석에는 지금까지 쭉 1번에 자리잡아왔던 운선이 막 타석으로 막 들어온 참이었다. 그는 헬멧을 잠시 고쳐쓴 다음에 자세를 잡았다.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는 그런 운선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로진백을 살살 문지르고 있었다.

'상대 투수가 생각보다 강하다.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온 팀답지 않은 모습이야'

투수는 아까 1회초 수혁의 공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로진백을 바닥에 던져놓은 다음에 오른손으로 모자챙의 양끝을 두번씩 건드렸다.

'오케이'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포수, 그리고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음...? 뭐야? 뭔 사인같은건가?'

한편, 운선은 투수의 행동을 보고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히 아까 그 사인에 뭔가가 있을것 같은 느낌, 하지만 지금 그로서는 뭔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예영이 준 데이터에도 저런 사인을 낸다는 내용은 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가 인상을 찌푸리게 된 것이었다.

'뭐... 내가 애초에 알고 시작한적이 얼마나 되냐. 난 그냥 내 실력을 믿고, 출루에 집중하다보면 감독님이나 수혁이가 알아서 분석해주겠지. 일단 출루에 집중하자'

그러나 이내 그쪽 생각은 아예 제쳐두고는 다시 투수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투수는 포수의 사인을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운선이 다시 투수에게 집중하는 순간, 그의 오른다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다음 오른다리가 앞으로 나오는 순간, 왼팔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러고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나가는 순간, 공이 수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뻗어가다가 포수의 미트 안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후우..."

순식간에 미트 안으로 들어간 투구, 운선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들어서 전광판을 쳐다봤다.

"127... 하아..."

전광판에 찍힌 숫자를 본 운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받은 데이터 그대로야. 완벽히 들어맞네...'

운선은 어제 받은 데이터를 떠올리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지만, 나도 빠른 공에는 어느정도 자신있다 이거야!'

그리고는 아까보다 배트를 더욱더 세게 쥐고는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현재 마운드에는 등번호 55번, 권찬진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루비양말즈의 에이스 투수이며 좌투이고 평균 구속은 120대 후반입니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 커브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은 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 가는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동네야구 수준이면 어설픈 포피치보단 확실한 투피치가 훨씬 더 위력적일거 같은데요]

[그건 동네야구뿐만 아니라 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중계석에서는 캐스터가 현재 상황을, 해설이 해당 선수에 대한 특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둘이 간단히 얘기도 나누면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타석에서는 운선이 투수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갖다 맞춘다!'

운선이 속으로 외치면서 배트를 빠르게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의 궤적을 최대한 따라가면서 배트를 갖다댔다.

티잉-

공은 배트에 살짝 빚맞고는 3루쪽으로 높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3루수가 잡으려고 쫓아가 봤지만 타구는 그물망에 부딪히고 내려오면서 파울이 선언되었다.

"파울!"

"후우..."

파울이 나오자 운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배트를 잡고있던 손을 잡시 놓았다가 다시 배트를 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아까처럼 자세를 잡고는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운선 타자, 원래는 우타였지만 이번 패자부활전부터 좌타석에 서서 나오고 있습니다]

캐스터는 운선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예선과는 바뀐 모습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해설은 그런 캐스터를 쳐다보다가 그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자신이 할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운선 타자, 생각보다 배트 컨트롤이 좋은것 같습니다. 예선전이나 패자부활전에서도, 심지어 자기팀 에이스인 안수혁 선수의 구속보다도 더 빠른 공을 두번째만에 커트해 냅니다]

[음... 그렇다면, 오늘 공격의 키포인트는 이운선 선수가 될수도 있다는 건가요?]

해설의 말에 캐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간듯한 질문을 건넸다.

[그건 다른 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다르겠다만, 그래도 이운선 선수가 오늘 공격에서 요긴하게 쓰일것은 거의 확실히 해보입니다]

해설의 자신의 예측을 말하면서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응시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투수는 밝혀진 정보가 적다. 표본도 적고, 내 감에 의하면 뭔가 숨겨진 능력이 있어. 분명히, 분명히 뭔가가 더 있어'

'따라갈수 있다. 좋아, 이대로 갖다대면서 받아치자'

한편, 운선은 아까 결과에 살짝 자신감이 붙으면서 배트를 더욱 꽉 쥐었다.

투수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운선을 쳐다봤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걷어냈어?'

그리고는 그립을 바꿔쥐면서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끄덕-

사인을 확인한 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투수가 요구한 곳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투수는 미트 위치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오른다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공으로...'

오른다리가 끝까지 올라가고 앞으로 쭉 뻗어나왔다. 그러면서 왼팔을 힘차게 휘두르면서 공을 놓는 순간에

'기선제압에 들어간닷!'

최대한 손목을 비틀어 주면서 공을 던졌다.

슈우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아까의 공과 거의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뻗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운선의 배트도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의 느낌 그대로, 그대로 쫒아가서 건드리는거다!'

운선은 배트를 내밀면서 공에서 절대로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공과 배트. 그러다가 공이 어느정도 왔을 즈음, 공이 점점 휘기 시작하더니

부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운선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면서 공은 저 멀리 바깥쪽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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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4)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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