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62화 (162/255)

우리 동네 야구팀-160화

투수의 오른다리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양팔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른다리가 앞으로 뻗고 지면을 밟는 순간, 왼팔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빠른 공을 뿌려냈다.

슈욱- 파앙-

"볼"

투수의 손을 떠나간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수의 미트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애초에 바깥쪽으로 빠졌기 때문에 볼. 이와중에 호진의 배트는 움찔했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오케이, 일단 기본적인 선구안은 있네'

포수는 호진의 반응을 보면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면서 투수에게 공을 던져줬다.

투수는 공을 받은 다음에 호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아까 움찔거리던 호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바깥쪽을 별로 노리지 않고 있다'

포수보다 한단계 더 호진에 대해서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

"감독님, 오늘따라 초반이 너무 조용한데요?"

"그러게 말이다..."

D.라이더즈의 덕아웃, 성빈이 뭔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용식에게 물어봤다. 용식은 성빈의 물음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같이 동조했다.

"뭐... 자료를 봐도 그렇다만, 저 투수 좋은 투수야..."

용식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성빈은 그런 용식을 보고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나름 그 이유를 한번 분석해봤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이 거의 130에 육박하는데에 제구도 나쁘지 않고... 왜 저런 투수가 왜 동네야구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진짜 좋은 투수가 맞는거같아'

성빈의 생각대로 현재 투수는 빠른 직구와 나쁘지 않은 제구, 확실히 누가봐도 좋은 투수의 덕목을 두루두루 갖춘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부족한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용식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성빈보다 더 자세하게 그를 파악하고 있었다.

'저 투수, 구속이나 제구도 그렇지만... 생각보다 수싸움이 좋다. 두뇌가 좋고, 특히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해. 쉽지 않겠어...'

용식은 투수를 쳐다보면서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인상을 풀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타선으로 보면 우리가 훤씬 나은 편이지. 오늘 승부는 어느쪽이 먼저 틈새를 발견하고 점수를 따내느냐가 관건이다'

*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그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5회말, 경기는 매우 팽팽한 투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혁은 원래 부족한 점이 많았던 타선을 안타 하나, 볼넷 하나도 없이 퍼펙트로 막고 있었고, 루비양말즈의 찬진도 4회에 가운데에 몰린 실투로 호진에게 안타 하나를 내줬을 뿐, 그것 말고는 모두 퍼펙트로 잘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5회말 노아웃, 선두타자는 5번 임성빈. 초구가 막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고 있는 참이었다.

"하아..."

아까 공은 완전히 가운데에 박아넣은 직구, 성빈은 그 좋은 공을 놓친걸 아쉬워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분명 배트는 나왔는데...'

그러면서 배트가 살짝 늦게 나온것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배트를 더욱더 꽉 잡은채로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후아아... 고작 투피치인데 진짜 강하단 말야...'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어떤 공이 올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공을 노릴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수는 계속 써먹을수는 없는법, 아무리 내가 둔해도 한번 더 오는걸 놓칠리는 없지. 고로,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랑 한가운데 직구. 요렇게 두개를 노리면 될거 같네.

잠시동안의 생각 후에 확실히 정한 노림수, 그리고는 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오기는 했었는데...'

한편, 투수는 아까부터 뭔가를 이상하다 생각한건지 살짝 인상을 찌푸린채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알아낸건지 찌푸렸던 인상을 풀고는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까 내 공에 배트가 못따라 오는거였네'

투수의 생각대로 지금까지의 D.라이더즈의 타자들은 확실히 배트가 느려보였었다. 그가 예선전에서 보던 타자들보다는 나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공을 따라오기에는 조금 느린 감이 있었다.

'하지만 살짝 힘을 빼거나 완급조절에 들어가면 충분히 칠수 있어보인다. 게다가 우리팀 투수진을 보면 내가 아니면 막기도 힘들어보이고... 고로, 난 지금 어떻게든 투구수를 줄여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끝내야 한다'

그런 확신이 서자 투수는 한단계 더 나아가서 상대 타선을 더 파악하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될지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끝나자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직구로, 몸쪽에 붙여서 가자'

투수의 선택은 몸쪽으로 붙이는 직구였다. 우타자에게 크로스로 들어와서 치기 어려운 슬라이더도 있었지만, 지금 배트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이상, 굳이 슬라이더를 쓸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가 몸쪽으로 붙이면 훤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면서 동시에 더욱더 빨라보이는 효과까지도 느낄수 있으니, 직구의 구속을 최대할 살리기 좋은 코스였다.

'오케이'

포수도 그정도까지 생각이 미친건지, 아니면 투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선민의 몸쪽으로 붙어서 미트를 내밀었다.

포수가 준비를 다 마치자 투수는 성빈을 슬쩍 흘겨봤다가 미트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에 주저없이 공을 던졌다.

슈우욱-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나서 아까랑 비슷한 속도로 뻗어나갔다. 마치 성빈을 맞출듯이 매섭게 돌진해갔다.

'흐읍!'

하지만 이미 투구에 맞아본 경험이 수두룩한 성빈이었다. 전혀 겁먹지 않고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어떻게든 공의 궤적을 빠르게 쫓아갔다.

파앙-

그러다가 배트가 거의 다 나왔을때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공이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투!"

심판은 성빈의 배트가 나온걸 확인하고는 간결한 리액션과 함께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하아..."

성빈은 배트를 잡은손을 잠깐 풀고는 막막한건지 눈을 감은채로 살짝 인상을 쓰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까 자신의 문제점을 체크해봤다.

'분명 아까 노림수는 나쁘지 않았어, 슬라이더가 충분히 들어올 가능성은 있었으니까 근데, 구속이 너무 빨라...'

성빈이 인상을 쓰면서 찌푸려진 주름이 조금 더 진해졌다.

실제로 성빈이 노린 노림수 같은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가 봤을때 지금 투수는 구위도 좋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의 투수였다.

그러니까 잘먹히는 공이 있다면 그대로 힘으로 뻥뻥 눌러버리면 그만인 투수였다. 전혀 볼배합으로 혼란을 줄 유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도 잘은 몰랐던 점이었다.

구속, 애초에 성빈의 배트가 투수의 구속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배트스피드도 조금 부족할 뿐더러, 슬라이더의 구속과 변화에 맞추려면 직구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걷어낼 실력도 안됐었다.

그것 때문에 성빈은 지금 완전히 말려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아까랑 똑같은 공에 그대로 당하면서 심판의 리액션과 함께 삼구삼진으로 물러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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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6)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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