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63화
"호진아!"
"네"
호진은 고개를 돌려서 용식을 쳐다본채로 대답했다. 그리고 용식이 이리 와보라고 하자 배트를 벽에 기대어 놓고는 용식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용식은 호진이 오자마자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호진이 너는 최대한 가볍게 맞춘다는 기분으로 타격하는거다. 앞에서 선민이가 엄청 크게 휘두르면, 너는 그 완전히 다른 리듬을 타서 내야만 살짝 넘기면 되는거야"
"...그 다음에 산욱이가 넘기면 된다. 이거네요?"
용식이 작전을 말하자 근처에 있던 수혁이 그 뒷내용을 추가로 말하면서 용식을 쳐다봤다.
"역시, 잘 아네"
용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는 호진의 등을 두어번 툭툭 치면서 준비 하라면서 돌려보냈다.
호진이 다시 돌아가자 용식은 고개를 돌려서 수혁을 쳐다봤다.
"그건 어떻게 예상했냐?"
"뭐... 데이터 보니까 답 나오던데요? 선발보다 구속 느리고, 변화구도 기껏해야 투심 던지는놈 하나니까, 산욱이 파워면 걸렸다 싶음 그냥 넘어가겠죠. 거기다가 산욱이가 타격에 소질있는건 감독님이 제일 잘 아시테니까요"
"역시..."
수혁이 막힘없이 대답하자 용식은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수혁의 옆에 앉아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
'우선 감독님 말씀대로 스윙은 크게 가져가보자. 뭐, 그러다가 걸리면 좋은거고, 아니어도 작전수행이니까 괜찮겠지 뭐'
타석으로 들어온 선민은 자세를 잡은채로 투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부담없이 작전만 수행한다는 생각만 하고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계속 상대 선발에 막히면서 나른 파훼법을 찾아내려 했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매우 골치가 아프고 생각하기도 싫었던 상황, 이런 상황에서 용식의 작전이 나온다면 그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거기다가 낮은 난이도는 덤, 선민으로서는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제 투수가 바뀌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머지 애들은 찬진이의 다운그레이드정도, 이제부터는 볼배합이 매우 종요해질거야'
포수는 바뀐 투수를 쳐다보면서 속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했다. 그리고 타자의 몸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일단,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그리고 위협적으로 가게 몸쪽으로 붙이자'
'오케이'
사인을 받은 투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와인드업을 한 다음에 그대로 공을 꽂아넣었다.
부웅-
"스트라이크!"
[서진우 선수, 초구를 몸쪽에 찔러넣으면서 먼저 카운트를 뽑아냅니다]
투수가 초구를 꽂고나자 캐스터가 아까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해설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서진우 선수. 좌투에 딱히 특출난 변화구는 없으며, 직구 구속은 안수혁 선수와 비슷한 수준, 110대 중반정도 나오는 선수입니다]
해설이 간단하게 설명하자 캐스터가 살짝 의아한 반응을 보이면서 해설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뭔가 궁금한게 있는지 해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음? 좌투에 구속도 더 낮고, 직구밖에 없다면... 그냥 다운 그레이드 버전 아닌가요? 근데 왜 어째서...]
그런 질문에 해설은 확실히 그런 반응이 나올만 하다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터에서 본 바로는 제구력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펜 에이스 역할도 맡고있다고 하는군요]
[아... 그렇군요]
캐스터는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려서 중계방송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음? 선발보다 구속이 조금 낮은거 같은데?'
투수의 초구를 본 선민, 그는 포수가 다시 공을 던져주자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건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투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투수는 거의 무표정의 상태로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막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로진백을 주워든 다음에 주물럭 거리더니 다시 바닥에 툭 던져버렸다.
'만약 이게 최고 구속이라면... 충분히 칠수 있을거 같은데?'
가만히 쳐다보면 선민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 그 순간 선민의 배트를 잡은 두 손에 더욱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욱더 적극적으로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와봐, 오늘 함 날려보자!'
'눈치 챘나? 하아... 안되겠다. 일단 바깥쪽으로'
포수는 그런 선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치챈건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까와 전혀 다른, 정반대 방향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투수는 미트 위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긜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왼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부웅-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 선민의 배트가 엄청나게 빠른 반응속도를 보이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손을 떠난 공도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날아갔다.
현재 투수의 구질은 무조건 직구, 그리고 선민의 스윙은 무조건 커다란 스윙, 볼배합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배재된 승부였다.
그러면서 완벽히 힘과 타이밍 싸움, 이젠 힘이 센쪽이, 타이밍이 더 정확히 맞은쪽이 이번 승부에서 이기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승부는
까앙-
맑고 청아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지면서 1-2루 사이를 완벽하게 꿰뚫고 지나가버렸다.
'됐다!'
배트에 공이 맞는순간, 선민은 직감적으로 잘 맞았다는걸 느끼면서 그대로 쭉 밀어버리고는 배트 바닥에 툭 던져놓고는 느긋하게 뛰어서 1루에 여유롭게 들어갔다.
"오오오...!"
"와아!"
그러면서 관중석에서 군데군데 들려오는 환호성과 감탄사들, 오늘 계속 양쪽 선발에 막혀있던 경기라서 그런지 오늘 거의 처음 나온 반응이었다.
용식은 미소를 지은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선민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옆에서 수혁이 선민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리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민아, 나이스 샷!"
"오케이! 드뎌 좀 풀린다!"
선민이 치고 나가자 그제서야 조금 활기까 띄기 시작하는 D.라이더즈의 덕아웃, 경기 초반의 조용할 때와는 조금 다른듯한 모습이었다.
반면에 아까보다 조금은 차가워진듯한 루비양말즈의 덕아웃. 물론 선발 찬진이 1루를 허용한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선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가 그가 아니었고, 그보다 다운그레이드가 된 투수였다. 다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타석에 들어서는 3번타자 이호진, 투수는 아직까지는 괜찮다는건지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로 1루에 있는 선민을 슥 쳐다보고는 포수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감이 오고있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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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루비양말즈 VS D.라이더즈(9)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