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64화
'감이 오고있어, 위험하다...'
포수는 호진을 슬쩍 쳐다본 다음에 투수를 게속해서 빤히 쳐다봤다. 아무래도 불안감에서 오는 망설임이 있다 보니까 사인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진짜, 이럴떄 변화구 하나만 있으면 방법이라도 있는건데, 얘가 이래서 조금 아쉽다니까...'
포수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최대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게 그럴만한게, 4회에 호진이 만든 안타가 하나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더욱더 각별히 신경써서 상대를 해야만 했었다.
물론 고의사구를 생각할수도 있지만, 다음 타자가 4번타자. 그가 들은 소문으로는 골드스타즈의 에이스 김현을 상태로 홈런을 쏘아올렸던 타자라고 들었었다. 만약 고의사구를 내준다면 두명을 연달아서 내줘야만 했다.
그렇다면 무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 다음 타자 세명이 허접해야 된다는 사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그정도 수준까지는 아닌듯 싶었다.
한마디로 말하지만 진퇴양난, 어쩔수 없이 승부를 봐야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더욱더 어두워지는 포수의 표정, 그러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더니
"타임!"
잠시 타임을 외치고는 투수가 있는 마운드로 천천히 걸어갔다.
*
'예상보다 일찍, 그리고 투수보다 포수가 먼저 흔들린다... 저건 좀 의외네. 뭐, 그래봤자 내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는 않은거 같지만'
포수가 타임을 외친 순간 덕아웃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면서 대기 타석에서 준비중인 산욱을 쳐다봤다.
'이제 투수도 좀 나아졌다. 산우기 정도면 충분히 칠수가 있어, 하지만 오늘 평상시랑 다르게 그 투수의 공도 잘 공략하지 못했다는거지... 컨디션이 관건이다만...'
용식은 약간 깅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산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확실히 그럴만도 한게, 오늘 산욱의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어제 하도 긴장해서 밤잠을 거의 설쳤다는 얘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산욱 자신이 아침부터 뱃속이 불안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하아... 거기다가 이번엔 주자도 쌓여있을텐데, 떨고 있는건 아닐런지...'
"감독님, 그래도 산욱이 기본 능력치가 있죠"
용식이 혼자 속으로 생각하던 도중, 옆에 앉아있던 수혁이 걱정말라는 말투로 한마디 거들었다.
"너... 독심술도 하냐?"
"표정에서 다 드러납니다. 그리고 앞뒤 상황 맞춰보면 어떤 생각하는지도 다 나오고요"
용식이 흠칫하면서 놀라자 수혁은 실실 미소를 지으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옆에 물병을 들고 물 한모금을 입에 머금고 씹는 시늉을 하면서 천천히 삼켜나갔다.
"뭔 물을 씹어먹냐"
"이게 건강에 좋은데, 감독님도 한번 해보세요"
"됐다 인마"
용식은 실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다시 산욱에게 향하는 시선, 그러면서 아까와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수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런 용식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용식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감독님, 산욱이 특기가 뭔지 알아요?"
"음? 갑자기 그얘기는 왜 꺼내냐?"
수혁의 물음에 용식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로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수혁은 용식이 자신을 쳐다보자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저녀석은 주자가 있어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 타입이에요"
"엥? 그건 어떻게 알아? 딱히 자료가 있는것도 아니고 말야"
갑자기 데이터에도 없는 엉뚱한 소리에 용식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까앙-
"와아아아!"
호진이 좌익수 쪽으로 깔끔한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무사에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오케이, 작전대로 됐다!"
"좋다, 슬슬 분위기가 오고있다"
수혁은 벌떡 일어나더니 기뻐하면서 양손 주먹을 꽉 쥐었다. 용식도 미소를 지은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기뻐했다.
그렇게 호진이 1루에 완전히 안착하고나자 둘은 그제서야 다시 진정하면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용식은 아까보다 더욱더 간절한 눈빛으로 산욱을 쳐다봤다.
반면에 수혁은 용식이 그럴줄 알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실실 웃어재꼈다. 그러면서 타석으로 들어가는 산욱을 쳐다봤다.
"감독님, 그럴 필요 없다니깐요"
"넌 뭘 믿고 그렇제 자신만만하냐?"
용식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수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수혁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저녀석, 이래뵈도 개인주의가 강한 녀석이거든요. 적어도 최소한의 팀을 위한 마음은 있지만, 주자가 있든 없든 자신의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녀석이에요. 그러다보니 주작 있든없든 늘 똑같은 마음으로 나가죠"
"걔가 그런 놈이었냐?"
수혁의 말에 용식은 몰랐던건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산욱을 쳐다봤다. 수혁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그럴만도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뭐... 팀 내에서는 완전히 잘 녹아들었지만, 걔 반에서 보면 뭐 단체로 할떄마다 잘 참여 안해요. 그리고 좀 갠플하는 성향이 있죠"
"그러냐? 이야... 어떻게 보면 팀에 잘 적응한게 신기할 정도구만..."
수혁의 말을 들은 용식은 그랬냐고 말하면서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내맽었다. 그러고 수혁이 말한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아까와 같은 간절한 혹은 불안한 시선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까앙-
[어어... 타구 쭉쭉 뻗습니다!]
산욱의 호쾌한 스윙에 공이 걸리면서
[가나요... 넘어 가나요....?]
쭉쭉, 쉼없이 빠르게 외야를 가로지르더니 결국엔
터엉-
[홈런! 홈런입니다! 김산욱 선수의 쓰리런 홈런! 경기 후반에 분위기는 D.라이더즈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담장을 넘기고 관중석 사이의 계단을 그대로 직격했다.
"우와와와와!"
"대박!"
"워후~ 죽인다!"
"김산욱! 김산욱!"
산욱의 홈런이 터지자 아까까지만 해도 별별 잡담이나 들릴 정도였던 관중들이 구장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산욱의 이름이 구장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 맞다"
공을 맞추고 잠시 멍하니 있던 산욱은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무습하게 배트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채로 오른주먹을 위로 쭉 뻗고서는 천천하 내야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됐다아아아아!"
"으자아아앗!"
"나이스 홈런!"
"역시 김산욱이다!"
"아싸아!"
D.라이더즈의 덕아웃도 관중석처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모든 선수들은 물론, 감독인 용식까지 벌떡 일어나면서 모두들 소리치면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욱이 그라운드를 다 돌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단체로 그의 헬멧을 때리면서 격하게 반기기 시작했다.
"최고다!"
"역시 해결사 다웠다!"
"사장님, 나이스샷!"
"너 홈런 치고나서 지럴뻔했다!"
"키야~ 아주 죽여준다 죽여줘!"
*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와아아!"
그뒤로 경기는 흘러서 9회초, 수혁이 마지막 카운트를 삼진으로 장식하면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들, 그와 동시에 수혁의 입가에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수혁이 마지막 카운트를 잡으면서 1루를 허용한적은 0번, 한마디로 단 한번도 1루를 내주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지금 관중들이 환호는 그런 완벽한 경기를 펼쳐낸 수혁을 향한 감탄인 셈이었다.
"퍼펙트... 게임이다..."
수혁은 입가에 환하게 번진 미소를 지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오른주먹을 꽉 쥔 다음에 마치 기를 모으는듯이 크게 소리쳤다.
"아자아아아!"
"우아아아아!"
수혁이 소리치자 홈에 있던 종빈이 마스크를 벗고는 수혁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수혁은 달려오는 종빈을 보고는 종빈이 폴짝 하고 뛰어오른 순간 그를 안고는 포효하기 시작했다.
"으자아아아!"
"퍼펙트다아!"
그리고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두사람, 고막이 찢어져 나갈정도의 소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더욱 크게 소치질렀다.
────────────────────────────────────
165화-생애 첫 인터뷰201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