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65화
"안수혁 선수, 김산욱 선수, 차례로 인터뷰가 있을 예정이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실컷 기뻐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간 우리팀. 그러자 스태프처럼 보이는 사람 한명이 우리쪽으로 와서 산욱이하고 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조금이나마 잠잠해졌던 내 심장이 다시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퍼펙트 게임에 이은 첫 인터뷰...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거의 눈가가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후우..."
살짝 심호흡을 하면서 옆에 상현이를 쳐다보니까 나랑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산욱이. 그러면서 내가 처음 팀을 만들때 산욱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팀의 에이스 4번타자... 오늘 경기만 보면 진짜 에이스 역할을 하긴 했네'
그때는 이렇게까지 활약할줄은 몰랐는데, 혹시나 이런 타자가 되어줬으면 하는, 아주 잘해야 나오는 최고의 희망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될줄이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스태프가 불러서 불려가는 산욱이, 나는 그런 산욱이가 인터뷰를 하는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평상시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봤던것과 비슷해 보였다.
뭔가 스폰서 같은 로고들이 잔뜩 박힌 커튼같은걸 내리고는 그 앞에 서있는 리포터와 그 옆에 산욱이. 그리고 그들과 마주본채로 카메라와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 두명 정도가 있었다.
리포터는 계속해서 산욱이에게 뭔가 질문을 하는듯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뭔가 어버버 거리는듯한 모습이 자꾸만 보이고 있었다.
"짜식, 떨고있구만"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던 물병을 집었다. 그리고 뚜껑을 따는 순간
"너도 떨고있냐?"
감독님이 내 어깨에 손을 탁 하고 짚으면서 옆으로 나란히 옆에 섰다. 난 계속 입꼬리를 올린채로 가볍게 대답했다.
"퍼펙트 게임하고 안떨리는 투수가 어딨겠어요"
"하긴, 이자식 부러워 죽겠네"
감독님은 어깨에 두던 손을 올려서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트렸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듯 하자 내 등을 툭툭 치면서 얼른 가보라고 했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산욱이가 이쪽으로 거의 다 오자 왼손을 들어서 산욱이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여, 산욱. 오늘 죽였다"
짝-
"너도"
그러자 가볍게 답해주고는 손바닥을 마주치는 산욱이, 나는 한껏 미소를 지은채 인터뷰를 하러 발걸음을 옮겨갔다.
발걸음을 옮겨서 인터뷰 장소로 가자 산욱이가 인터뷰할 때처럼 세트는 그대로 동일했다. 뭐, 방금 인터뷰 끝내고 연달아서 하는거니까 그대로 가는게 정상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옆을 쳐다보자 늘씬한 몸매에 힐을 신어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더 커보이는 여자가 내 옆에 서있었다.
하... 갑자기 열등감이 생기네.
여튼, 나는 잠시 들었던 잡생각을 지워버리고는 옆에 스태프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받았다. 그러자마자 옆에 여자가 카메라를 으시한 상태로 진행멘트를 술술 늘어놓기 시작했다.
"네, 그럼 이번에는 오늘 경기에 전설을 써내려간 분이죠.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안수혁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안수혁 선수, 우선 퍼펙트 게임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 여자의 멘트가 끝나고 축하인사가 들어오자 나는 최대한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근데 그나저나 정작 방송 볼때와는 다르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떨리긴 떨리네. 어우, 장난 아니구만.
내가 대답하자 아나운서는 이번에도 준비된 대본이 있는지 슬쩍 쳐다보고는 계속해서 진행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나에게 하는 질문 내용이었다.
"안수혁 선수, 오늘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셨습니다. 우선 현재 소감을 말씀해주실수 있나요?"
"그냥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와' 이 한마디밖에 안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선 미친듯이 소리만 질렀네요 하하"
오케이, 일단 첫 질문은 나름 괜찮게 잘 넘겼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여자에게서 쉼없이 두번째 질문이 들어왔다.
"그럼 오늘 타자들이 상대하기에는 혹시 어렵거나, 위기였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까?"
"자기 자신을 이기는게 힘들다는 얘기가 있죠. 7회 초에 퍼펙트를 의식하기 시작했을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럼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임종빈 포수가 올라오고 그냥 욕심을 버리니까... 아니, 욕심의 기준을 낮추니까 안정이 됐습니다"
"오... 그럼 그 기준이?"
"완투승이었습니다"
내 대답에 그 여자는 뭔가 신기하면서 놀란듯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후우, 그나저나 카메라 앞이어서 많이 떨리긴 해도, 할말은 다 하고 있는것 같네.
그리고 그뒤로 계속해서 여러 질문과 대답드링 오가기 시작했다. 질문들은 보통 맨날 티비로만 보던 당일 경기의 MVP를 인터뷰 하는것과 별차이 없었고, 처음엔 많이 떨던 나도 조금 안정감을 찾으면서 나름 여유있게 대답할수 있게 되었다.
"안수혁 선수, 그럼 다음 경기도 잘던지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안수혁 선수와의 인터뷰였습니다"
그 여자가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면서 내 인터뷰도 끝났다.
인터뷰가 끝나자 나는 마이크를 다시 아까 그 스태프에게 넘겨주고는 우리팀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덕아웃에 오자마자 온몸에 힘을 풀면서 벤치에 털썩 앉아버렸다.
"후아아아아....."
벤치에 앉자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 나중에 긴장이 좀 풀리긴 했었어도 첫 인터뷰인지라 너무 긴장한 모양인듯 싶었다. 그러면서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다.
"야, 뭐해?"
"이렇게, 이렇게 잠깐만 있을게"
옆에서 갈 준비를 하던 종빈이가 나에게 뭐하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눈도 뜨지않고 입만 잠깐 열고는 온몸을 축 늘어트려 버렸다. 그리고 조금 쉬려고 하던 찰나
[띠링-]
'음? 메세지?'
휴대폰에서 알람음이 들려왔다.
*
"야, 현아. 지금 인터넷 난리났다"
강남의 어느한 피시방, 그 피시방은 다른 여느 피시방들과 다를바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옆으로 주르륵 몇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학생 한무리, 그중에서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소년이 옆에 앉아있는 흑발의 소년을 툭툭 건드리면서 불렀다.
"뭔데 그래?"
현이라는 그 남자는 옆 화면으로 고개를 슥 내밀면서 눈으로는 뭐가 하고 화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그의 인상이 대놓고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새끼네..."
"음? 너 저 투수 알아?"
"헐, 퍼펙트게임? 완전 미쳤는데?"
현이 살짝 욕지거리 같은 말을 내뱉는 사이, 반대편의 남자는 언제 온건지 그 화면을 보면서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현재 가운데 앉은 남자의 화면은 한 포털사이트의 스포츠부문 기사를 모아놓은곳, 그곳 메인에는 투구를 하는 수혁의 사진이 나와있었고 그 옆에는 '안수혁, 퍼펙트 게임' 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쓰여있었다.
"하..."
그러면서 화를 삭히는 듯한 느낌으로 숨을 크게 내뱉는 현. 그러자 그 옆에 두 남자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그 페이지를 나가면서 그에게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야, 그래도 저 투수 최고구속이 115km밖에 안된데. 넌 140km까지 나오잖아. 잽도 안될걸?"
"야, 게다가 저 투수, 우리가 예선에서 탈탈 털었던 투수잖아. 게다가 나중에 만난다고 쳐도 대진표 보면 결승에서나 만나던데, 만날 일아냐 있겠냐?"
"후우우... 그래, 뭐 그렇긴 하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현은 이내 다시 한번더 숨을 길게 내쉬면서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아까 한대 칠것같이 인상을 찌푸리던 눈이 완전 깔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내가 몇수는 더 위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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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동창회(1)201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