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66화
"나한테 왜 보낸거래..."
인터뷰가 끝나고 집안, 나는 침대위에 엎드린채로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휴대폰에는 아까 인터뷰를 끝낸 직후 나에게 온 문자가 보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있는 메세지의 내용은 뭔가 화려하고 길게 쓰여진 장문의 글이었다.
하지만 막상 읽고보면 그냥 초등학교떄 애들끼리 모여서 동창회를 한다는 소리였다. 아니, 뭔 중딩밖에 안된 것들이 동창회 뭐시기 이러면서 그러는건지. 같다 붙이기는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메세지에는 일단 열리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가 적혀있었다. 그러면서 혹시 여기서 인연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잘 차려입고... 그 뒤는 하도 짜증나서 그냥 읽지도 않았다.
그런 애들이랑 인연은 개뿔, 예영이 빼면 그냥 다들 죽일듯이 패고 싶은 녀석들밖에 없는데.
"하아... 그떄 그새끼들 진짜 보기 싫은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휴대폰을 바로 옆에 뒤집어 놓아버렸다. 그리고 몸을 뒤집은 다음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그때 추억... 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 그떄의 일들을 조금씩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애들이 대놓고 피하던 순간, 교묘하게 물건을 빼돌리면서 괴롭혔던 순간과 대놓고 둘러싸서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순간까지. 끔찍했던 그떄의 기억들이 잠시동안 빠르게 내 머릿속을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가 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까지만 해도 퍼펙트 게임으로 인해서 좋았던 기분들이 어디로 가버린건지 순식간에 다 사라져버렸다.
"진짜... 기분 더럽게 잡치게 하네. 꺼져, 개새끼들아"
나는 작게 욕을 내뱉으면서 메세지를 그냥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다시 벌러덩 드러눕고는 그대로 눈을 붙여버렸다.
"그냥 잠이나 자자..."
그렇게 자려는 순간
[띠링-]
이번에도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오, 진짜... 오늘은 뭐 눈만 붙였다하면 메세지가 오냐"
그 소리에 나는 궁시렁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짚는 순간, 벨소리가 울리면서 깜깜했던 화면에 '유예영'이라는 세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음?"
나는 순간 뭔가 하면서 잠시동안 화면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화면을 슬 밀어넘기고는 폰을 귀쪽으로 가져다댔다.
"왜?"
[수혁아앙~]
"뭐해?"
갑자기 예상하도 하지 못한 애교, 그 순간 나는 뭔가 표정을 지으면서 본심이 그대로 튀어나와 버렸다.
[왜에~ 싫어?]
"어... 좀 부담스럽달까나..."
[히잉...]
제대로 작정한건지 완전히 비음섞인 소리, 나는 고개를 살짝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 보이지도 않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예영이는 실망한건지 시무룩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역시 얼굴이 되는 애라서 그런지 상상해보니까 나름 괜찮긴 괜찮은거 같네?
"여튼, 뭔일인데?"
[아, 오늘 퍼펙트 게임 했다면서? 축하해주려고 했지!]
"뭐... 너가 준 데이터 덕분에 쉽게쉽게 처리할수 있었어"
[진짜?]
"응, 진짜로"
내 대답에 예영이는 아까 시무룩한 소리는 어디갔는지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무의식 적으로 내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려왔다.
'뭐, 뭐야. 이거 왜이래?'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올라가 있는 입꼬리, 나는 놀라면서 다시 입꼬리를 원래대로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심장이 잠시동안 뜨끔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 방금 뭐지?'
매우 짧았지만 강렬하게 느껴졌던 그 느낌, 그러면서 심장쪽으로 손을 올라갔다. 방금 그 느낌이 뭐였는지 알기 위해서 심장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두근- 두근-
하지만 막상 손을 대보니까 평상시랑 다를바 없이 그저 잘만 뛰고있는 심장,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손을 내려놓았다.
[뭐 하고있어...?"]
"어, 아냐아냐. 별거 아냐. 뭔말 했었어?"
그렇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자 기다린건지 예영이가 조심스러게 물어왔다. 나는 별거 아니라고 하고는 침대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 동창회 말야...]
"안가"
예영의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나는 끝까지 다 듣지도 않고 그대로 뚝 짤라버렸다. 그리고는 간신히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 한번더 팍 상해버렸다.
내가 말을 뚝 잘라버리자 갑자기 조용해진 휴대폰, 내 반응에 놀란건지, 아니면 나랑 같이 가고 싶어서 머리를 굴리는건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조용하네...'
나는 혹시 전화가 끊어졌나 하면서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낸 다음에 확인해봤지만 전화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면서 뭔가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나 생각되는 순간, 다시 뭔가 소리가 들리면서 예영이의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래도 한번쯤 보는것도 괜찮지 않아...? 퍼펙트 기사도 나왔을텐데, 내가 이정도로 성공했다고 자랑할수도 있고]
"그거때문에 애들이 달라붙을까봐 안가려는거야. 나 팔아서 좋아요나 좀 얻어보려는 속셈일거 뻔한데 뭐"
예영이는 어떻게든 같이 가고 싶은건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굳혀진 상태, 나는 단호하게 안간다고 철벽을 쳐버렸다.
그러자 다시 조용해지는 휴대폰, 그리고 잠시두에 다시 예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랑 같이 가주면 소원 하나 들어줄게. 그러니까 같이 가자. 응?]
갑자기 들려오는 비음섞인듯한 애교소리, 이번에는 아까의 애교와는 다르게 무의식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작게나마 웃음까지 나왔다.
'앞에서 직접 봤으면 진짜 대박이었... 잠시만,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그러면서 내 머릿속은 갑자기 왜그러는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잠시만, 나 오늘 왜이래? 뭐야? 여태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왜 갑자기 반응이 오는건데? 뭐야...'
[응? 같이 가자아~]
그러는 와중에도 예영이는 계속해서 애교를 부리면서 계속 조르고 있었다.
아니, 원래대로면 이럴때 여운이가 떠올라야 하는데, 왜 미소가 지어지는 건지. 그러면서 내 자신이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어, 어. 알겠어"
예영이에게 얼떨결에 가버린다고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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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동창회(2)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