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70화 (170/255)

우리 동네 야구팀-168화

"일어나"

"...응?"

갑자기 애들 사이로 들어와서 그런지 예영이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다들 지금 뭔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시선이 집중되면서 나름 쪽팔리다면 쪽팔릴수 있는 상황. 나는 최대한 무표정으로 짧게 말하고는 예영이의 손을 덥석 잡은 다음에 그대로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가버렸다.

예영이는 조금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내 손을 잡고는 순순히 따라나와줬다.

애들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리고 갑자기 왜 그러는건가 하는 시선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나는 그런 애들의 시선따위는 전부다 무시하고는 문을 열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아... 죽는줄 알았네. 나이스 타이밍"

밖으로 나오고 문을 닫자마자 예영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에게 웃어보였다.

"역시, 너 얼굴만 보고 달려드는 남자는 더럽게 많네. 나중에 희대의 꽃뱀씨한테 당할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말야"

"야, 그건...!"

나는 살짝 웃으면서 예영이를 살짝 놀려줬다. 그러자 예영이가 발끈하면서 나를 살짝 노려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해서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그리고는 예영이가 조금 진정이 될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잡고있는 손,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향해갔다.

"...이만 놓지 그래?"

나는 손을 풀고는 예영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예영이는 아무말없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뭔가 하면서 지켜보다가 손을 강제로 빼내려고 하자 더욱 세게 쥐어버리는 바람에 손을 뺴내기도 조금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현재 예영이는 허리를 숙이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 때문에 표정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내가 다른손으로 툭툭 건들어도 보고, 불러봤지만 전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야, 야, 뭐해?"

나는 뭔가 하면서 계속 건드렸지만, 에영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뭔가 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갑자기 예영이의 얼굴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더니 이내

"...!"

바로 앞에 예영이의 큰 눈이 보이면서 내 입술 위로 뭔가 부드러운 물체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야, 너...'

나는 급하게 입을 뗴어내려고 했으나, 예영이는 나머지 한손으로 내가 뒤로 빼지 못하게 한 다음에 나를 벽쪽으로 밀어붙였다.

쿵-

그러면서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혹시 이 소리때문에 들키는건 아닌가 하고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안이 시끄러워서 듣지 못한건지 안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안도하고는 입을 맞추고 있는 예영이를 간신히 떼어냈다. 그리고 잡고있는 손을 놓은 다음에 손등으로 입을 닦아냈다.

"야, 미쳤어? 뭐하는거야?"

나는 놀라면서 안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소리쳤다. 예영이는 그저 싱긋 웃으면서 나에게 붙더니 꼭 껴안았다.

"뭐, 어때. 나 끌고 나온거면 그래도 날 어느정도는 생각하고 있는거 아냐?"

"생각은 무슨, 안 떨어져?"

나는 벽에 붙어있는 몸을 간신히 움직이면서 예영이를 뗴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예영이. 내 등쪽으로 양손 깍지를 낀 다음에 전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야, 야, 이러다 딴애들이 보면 해명도 못한다고!"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예영이는 오히려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라고 이러는건데?"

"...뭐?"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깍지를 풀려던 내 손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멍하니 예영이를 쳐다봤다.

'설마...'

예영이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자 갑자기 떠오르는 예전의 악몽. 학교 정문에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기습으로 입술을 뺐겨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야, 설마 그때처럼...?"

"응!"

"이게 미쳤어! 안놔?"

내가 설마 하면서 물어보고 예영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단 하지 생각만이 들었다.

'안돼, 무조건 탈출해야돼! 지난번처럼 당하면 이번엔 진짜 큰일난다고!'

그러면서 더욱더 급해지는 양손, 그리고 결국 그 깍지를 다 풀어냈을 즈음

드르륵-

"으아아... 왜 갑자기 배가 아프냐..."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이내 한 남자애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헉! 빨리!'

그 여자애를 본 순간, 나는 간신히 풀어놓은 손을 급하게 멀리 던지듯이 보내버리고는 잽싸게 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배가 아픈척을 하려고 양손을 배에다 대려는 순간

터업-

예영이가 내 손을 잡고 잽싸게 자기쪽으로 돌리더니, 다른손이 내 뒤통수 쪽으로 오면서 또 다시 한번 우리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

그 순간 나는 눈이 최대한 커질수 있을만큼 커진채로 방금 막 나온 남자애를 쳐다봤다. 그리고 어떻게든 얼굴을 뗴어내려는 순간

"..."

그 남자애가 우리 모습을 보더니 찡그리던 인상도 펴지고, 꽉 닫혀있는 입도 쩍 벌어지면서 멍하니 우리를 쳐다봤다.

"헐... 너네... 미친"

그 남자애는 말을 잘 잇지 못하면서 그저 황당한 표정으로 우리 둘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나마 눈빛과 아주 약간의 고갯짓을 최대한 해명해 보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없는 사실. 그걸 깨달은 순간 예영이의 얼굴을 치워버린 다음에 한번더 손으로 입술을 닦아내고는 해명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라, 난 그저 그냥 당하고 있던것일 뿐이야. 전혀, 전혀, 완전히 관련 없어!"

간신히 입이 자유로워진 나는 어떻게든 해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 남자애는 여전히 아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은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고 있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얘를 팰수도 없고.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해명을 계속했다. 이대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면 매우 곤란했다.

예전에 그애가 개원중에 찾아왔을땐 아직 여운이를 다시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이상한 소문이나 열애설 같은게 나돌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내 이름과 사진이 스포츠 신문, 뉴스 등을 도배하면서 매우 화제가 되었다. 그 결과, 야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길을 지나가다가 충분히 알아볼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영이랑 열애설이 터진다? 그럼 오해는 점점 커지고, 여운이랑의 거리는 말도할수없이 멀어질거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무서운건 바로 입소문, 그런 소문이 퍼지는 순간 나는 끝이었다.

하지만 내 그런 해명은 전혀 효과가 없었는지

"얘들아! 안수혁하고 유예영하고 사귄다!"

그 남자애가 교실 안에다 대고 냅다 소리지르는 바람에 결국 다 망해버렸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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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동창회(4)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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