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71화 (171/255)

우리 동네 야구팀-169화

"그래서, 언제부터 만난건데?"

"애들 전부다 연락 끊어졌었는데, 역시 연락처 가지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 있었어!"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야, 야, 그건 예의가 아니지"

잠시뒤, 우리 둘은 놀라면서 튀어나온 애들의 의해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는 각자 의자에 앉혀놓고는 둘러싼 다음에 무슨 청문회 하듯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하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지만, 예영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계속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것 같아보였다.

'좋냐'

나는 예영이를 살짝 노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예영이는 그런 내 눈을 보더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자기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잡았다.

'이게 진짜 미쳤나...!'

그 순간 나는 속으로는 엄청 놀랐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참아냈다. 그리고 손을 떼어낸 다음에 한숨을 푹 쉬고는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

"왜?"

내가 말을 꺼내자 계속 예영이에게만 가던 시선이 내쪽으로 살짝 돌아왔다. 나는 한숨을 한번 더 내쉰 다음에 어떻게든 될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얘랑 나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난 그냥 얘한테 당한거라고. 나 진짜 얘랑 사귀거나 그런 사이 아니야"

후우, 일단 진실을 말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소문의 핵심은 진실이 아닌,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내용, 만약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소문에 대한 파급력, 당사자가 받는 피해는 매우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지금 애들이 주목하는건 그 이야기의 진실이 아니었다.

"그럼 그때 기분은 어땠어?"

"막 입술 부드러워?"

"아오, 이 변태자식!"

"남자가 여자한테 당한거 보면 너도 마음 있는거 아냐?"

그나마 다행이게 내 말을 믿어주는것 같기는 했다만, 그 분위기는 전혀 식거나 넘어갈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있었다. 오히려 나랑 예영이에게 번갈아 물어보면서 우리 둘을 엮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아오 진짜...'

애들이 우리 둘을 엮으려고 하자 나는 점점 참는것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여친이 있다는(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얘기를 꺼내면 해결될것 같기는 같았다만, 그러다가는 예영이가 뻘쭘하게 될것만 같아서 최대한 참아볼...

"그럼 둘이 오늘부터 1일 하면 되겠네!"

안되겠다. 그냥 말해야겠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끓어오르는 화와 답답함을 컨트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 다음에 최대한 화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여친 있는데 그만들 하지 그래?"

하아, 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만, 결국 내 입으로 폭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애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엉?"

"뭐...?"

애들은 뭔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자기들이 몰아간게 뻘쭘해졌는지 다들 어색한 웃을 지으면서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어... 저기, 그게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장난으로..."

"기분 나빴다면 미안..."

애들은 내가 화가난걸 눈치챘는지 아까만해도 웃음짓던 표정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면서 아까까지만 해도 시끌시끌했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조용해졌다.

내가 왜 괜히 온다고 해서 이런일을 겪는건지, 나는 예영이를 슬쩍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먼저 간다고 짧막하게 말한 다음에 내 물건을 챙겨들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

"진짜 유예영... 너 진짜 대단하다. 아~주 대단하다. 어떡하면 거기서 그럴수가 있냐"

잠시뒤, 학교 정문까지 나온 상황, 나는 예영을 비꼬는듯한 말투로 궁시렁 거렸다. 그러면서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다시 한번더 중얼거렸다.

"...진짜 실망이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린 다음에 힘없이 걸어갔다.

*

"왜... 안되는거지? 넌 어째서 그런 애가 좋은거야...?"

그날 저녁, 예영은 자신의 침대 위에 앉은채로 믿을수 없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한손으로는 이니셜 A 모양의 그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그럼 나랑 지금까지 했던건 다 뭐가 되는거야...? 그냥 아무것도 아닌거야? 뭣도 모르고 한거야?"

그러면서 점차 울먹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목소리, 툭 건드리면 눈물을 쏟아져 나올것만 같았다.

"이젠 됐다고, 그애랑 너랑 맞았고, 너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 나한테 좀 부드러워 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난 안되는거야? 안되는 거냐고..."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중얼거리듯이 읊어내던 예영의 상체가 점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선이 아래를 향했을 즈음, 눈물 한방울이 톡 하고 떨어지는걸 시작으로

"흑... 흐윽... 흐윽..."

예영의 조용한 흐느낌이 들리기 시작했다.

"흑... 흐윽..."

그렇게 계속되는 예영의 흐느낌.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더이상 눈물이 말라서 나오지도 않게 되었을때, 저 멀리 책상에 있었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

어느 한 평범한 여학생의 방, 그녀는 책상 앞에 의자에 앉은채로 전화를 받지않는 휴대폰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수 없어...]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무뚝뚝한 기계음, 여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다음에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충격이 좀 심했으려나...?"

여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오늘 낮에 봤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배가 좀 아파서 화장실에 가려다가 우연히 목격한 두 사람의 모습, 아직 연애를 해보지 못한 그녀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던 모습, 하지만 그 뒤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자시닝 알고있던 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것을 알수가 있었다.

'딱 보니까 일방통행이었어. 안수혁 걔는 여친이 있었다고 말했었고, 반응도 보면 예영이만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고, 또..."

그 여자는 그때 둘의 모습을 자세히 떠올리면서 자신이 직접 추리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리가 다 끝나고 나자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렇게 남의 연애사 파고 추리해봐서 뭐하냐... 정작 내가 연애를 못하는데..."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대 위로 걸어가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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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동창회(5)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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