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1화
"이야... 오늘도 관중들이 아주 꽉꽉 들어찼는데?"
"야, 저기봐봐. 그새 우리 이름찍은 유니폼도 나오나봐"
"대박"
"플랜카드도 있고"
"와우..."
"이거 완전 프로야구 뺨치는데?"
그리고 약 일주일 뒤 7월 19일, 우리들은 잠실구장에 모여있었다.
어제 올스타전이 진행된지라 아무런 시합도 없이 올스타전 휴식기에 들어간 프로야구, 덕분에 오늘만큼은 거의 비는날이 없었던 잠실구장에서도 경기를 할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원래라면 주말 내내 치뤘어야 했던 경기를 하루로 압축시켜서 할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가볍게 몸을 푼 다음 주변 관중들을 둘러보면서 팬서비스 차원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야, 우리 인기 쩌는데?"
"저기중 80퍼센트 정도가 수혁이 팬일텐데 뭐"
"아 진짜 오늘 내가 홈런이라도 한방 쏴줘야 되나"
우리는 서로 별 시덥잖은 잡얘기들을 나누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각자 알아서 잠시동안 쉬기 시작했다.
나는 벤치에 앉은다음에 근처 물병 하나를 집어들어서 입 안으로 한모금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내 가방속에서 상대편에 대한 데이터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간단히 중요한 부분만 훑어보기 시작했다.
"야, 오늘 왜 형수님은 안보이냐?"
그렇게 조금 읽었을 즈음, 내 옆으로 누군가 앉는듯한 소리와 함께 운선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대답했다.
"뭔일 있나보지. 그리고 형수님 아니라니까. 네 형수님은 다른 사람이다 인마"
"지난번에 같이 뛰던 그 작은 여자분?"
"엉, 그분"
"에이... 근데 한번도 안찾아와?"
어... 그러고 보니 예영이는 늘 자기가 직접 찾아오고 그랬지만, 여운이한테는 전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내가 예선전을 할때도, 패자부활전이나 32강전때도, 내가 퍼펙트 게임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져도, 여운이에게 야구쪽으로 그런 말을 한적이 없었고, 여운이도 한번 보러 간다거나 그런 얘기를 한적이 없었다.
'왜, 왜지...?"
그러면서 갑자기 심장 한쪽이 갑자기 놀란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잠시동안 새하얘진 머릿속,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되찾고는 대충 받아쳤다.
"그, 그건 그냥 내가 오지 말라고 해서 그런거야. 걔는 그냥 자기가 좋아서 계속 오는거고"
"쩝... 그러냐?"
운선이는 살짝 뭔가 다른 할말이 있는건지 아닌것 같다면서 궁시렁 거리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는 덕아웃 밖으로 나가버렸다.
운선이가 나가자 나는 다시 데이터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전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 좀전에 운선이가 한 말만이 머릿속에 휩쓸고 있을 뿐이었다.
"..."
*
파앙-
"오케이! 오늘 공 좋다 좋아!"
그후로 조금 뒤, 선수단들끼리 각지 인사도 끝내고 시구까지 다 마친 상황. 경기 시작 직전에 나는 마운드 위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있었다.
오늘 공이 진짜로 좋은건지, 아니면 늘 하던대로 그냥 말하는건지 저 멀리서 종빈이의 막힘없이 시원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막힘없는 종빈이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뭔가 찝찝한 느낌의 내 머릿속,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운선이의 그 한마디와 왜 그랬던건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완전히 휘젓고 있었다.
'근데... 진짜 왜 그런거지? 나도 그랬고, 걔도 그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커다란 대화거린데...? 왜 그런거지?'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유를 더 모를것만 같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뭔가 답은 있는데, 있기는 한데...
"안수혁! 공 던진다!"
"어, 어!"
그렇게 혼자 멍하니 생각하던 도중, 종빈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다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고는 다시 머릿속을 비운채로 가볍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번을 더 던지고 나니까 우타자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 그리고 배트를 쥐더니 이내 언제라도 공이 오면 칠것같은 모습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소란스럽던 관중석도 일제히 조용해진 상황. 심판이 콜만 외치면 경기가 시작되는 상황이었다.
'일단 그 생각은 경기 끝나고 난 다음에 하고, 지금은 시합에나 집중하자'
나는 머릿속을 비우자는 생각과 함꼐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순간
"플레이볼!"
심판의 경기 시작 콜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버렸다.
심판의 플레이콜이 들려오자 나는 가장먼저 바닥에 있는 로진백을 주워들어서 손에 툭툭 묻혀줬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는 종빈이의 오른손을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종빈이는 가랑이 사이에 손을 갖다대고는 아직 생각중인건지 주먹을 쥔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검지손가락 하나를 펼치고는 타자의 몸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오케이, 몸쪽 직구다 이거지...?'
처음에는 한번 과감하게 찔러보자는 생각.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러브 속에서 직구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잠깐 텀을 둔 다음에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에 들어올림 왼다리를 앞으로 쭉 내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같이 돌아가는 양팔. 그리고 왼발이 지면을 콱 하고 밟았을때, 언제나처럼 오른팔을 재빠르게 휘두르면서 공을 뿌려냈다.
슈욱-
내 손을 떠나간 공은 빠르게, 평상시보다 더더욱 빠르게 일직선을 그리면서 쭉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종빈이의 미트 안으로 박히면서 짜릿한 소리가 들려왔다.
파앙-
"후우..."
언제나 들어도 짜릿한 소리, 나는 숨을 길게 내뱉으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약 2주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 연습떄와는 다르게 시합중에, 마운드 위에서만 들리는 소리였다.
'오케이, 오늘도 컨디션 만땅이다'
그러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기분, 다른 고민이 있어서 그런건가, 그게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라서 그런건가, 이제야 공 한개만을 던졌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도 잘 던질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반면에 타자는 뭔가 이상한건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잠시 타석 밖으로 나오더니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고는 볓번 휘두른 다음에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자기 예상보다 공이 빠르다고 생각한건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전광판 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그리고 그 순간
"...어? 나 언제 저렇게 빨라졌대...?"
가만히 있던 내 입이 살짝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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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2)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