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2화
"...어? 나 언제 저렇게 빨라졌대...?"
가만히 있던 내 입이 살짝 벌어졌다.
지금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20. 지금까지 한번도 찍어보지 못했던 구속이었다. 왠지, 상대가 뭔가 이상한 반응을 한듯 싶었더니. 지난번 경기보다 구속이 높아서 그런듯 싶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훈련들의 효과가 구속으로 나오고 있는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마운드의 거리도 조금 벅찰때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것도 완전히 사라진걸 보면 그런듯 싶기도 했다.
'잡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잠시 수면위로 떠오르려는 잡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종빈이가 보낸 사인을 확인한 다음에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배트를 짧게 잡았다라..."
작게 중얼거린 한마디, 이 한마디를 끝으로 나는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한 공을 정확히 꽂는것에 집중하면서 공을 뿌렸다.
파앙-
공은 내 손을 떠나서 순식간에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타자는 배트가 나오다가 움찔 하면서 배트를 멈춰세웠다.
'음... 정보 그대로 선구안은 좋네'
나는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꽤나 어려우면서도 있으면서 재미를 느낄수 있을 정도, 그정도 난이도의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좀 높은곳까지 올라왔다는 느낌도 드네..."
그러면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오른손으로 종빈이에게 커브 사인을 보냈다. 종빈이는 딱 한번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나는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글러브 오른손을 요리조리 움직여서 커브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미트를 쳐다본채로 최대한 공이 잘 꺾일수 있도록 변화에 신경쓰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팔이 릴리스 포인트에 다다르면서 손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공은 조금 붕 뜬것같이 아까보다는 느리게 날아갔다.
부웅-
그와 동시에 타자도 왼다리를 살짝 들었다가 앞의 지면에 콱 내려놓았다. 이어서 공에 조준한 배트가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젠 거의 가까워진 공과 배트, 그리고 타자의 허리가 돌아가는 순간, 공이 갑자기 대각선으로 툭 하고 떨어지면서 종빈이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나이스!"
이어서 들려오는 심판의 삼진콜. 그 순간 나는 오른주먹을 꽉 쥐면서 작게 소리쳤다. 첫 타자 삼구삼진, 좋은 출발이었다.
*
[안수혁 선수, 선두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좋은 스타트를 보입니다]
한편, 경기장 어딘가에 있는 중계박스. 그 안에서 캐스터가 현재 상황을 간단히 상황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해설이 물 한모금을 마시면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잠시뒤, 해설이 목을 다 축인건지 캐스터랑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캐스터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화재가 되고있는 황룡기 동네야구대회, 하지만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거 같아서 저희가 간단하게나마 지금 중계하고 있는 이 두팀의 간단한 정보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캐스터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해설을 슬쩍 쳐다봤다. 그 눈빛을 본 해설은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오른손으로 들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G.애플즈, 경상도 예선에서 3승 무패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선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상하위 가리지 않는, 힘이 골고루 배분된 타선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의견이 강한 팀입니다]
해설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다른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반면에 D.라이더즈는 그 유명한 퍼펙트 투수 '안수혁'투수가 소속되어있는 팀입니다. 안수혁 선수를 포함해서 수비, 타격쪽으로 두세명의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가는 팀입니다. 확실한 에이스들로 밀어붙이는 팀의 이미지가 강한 팀입니다]
D.라이더즈까지 간단하게 설명한 해설. 그리고는 캐스터에게 눈짓으로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캐스터는 해설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멘트를 하면서 진행을 하려는 순간
터업-
"아웃!"
수혁이 2번타자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가볍게 제압하면서 하나의 아웃카운트가 더 추가되었다.
[안수혁 선수, 4구만에 2번타자 김영진 선수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웁니다]
캐스터는 아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면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에 양쪽 구석에 있는 화면에서 아까 장면의 다시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화면들의 정체는 바로 현재 티비에서 생중계 되고있는 실제 화면들의 모습, 해설은 그걸 보자마자 그 즉시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직구를 던지는 수혁과, 공을 받아쳤지만, 살짝 빚나가게 맞은 타자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음... 우선 안수혁 선수는 바깥쪽 직구로 승부했군요. 김영진 선수가 커다란 범위는 예측한것 같았지만, 배트 컨트롤과 힘에서 완전히 밀린 모습입니다]
[오늘 보니까 안수혁 선수의 구속이 평균 5-7킬로미터 정도 빨라진게 한몫 하는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감이 있어 보입니다]
둘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방송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중계. 사이사이 간단한 잡담 같은것도 하면서 야구를 보는 시청자들이 다른 재미도 느낄수 있도록 노력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지 얼마 안가서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수혁이 3번타자 서지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는 덤덤하게 D.라이더즈측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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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3)201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