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75화 (175/255)

우리 동네 야구팀-173화

"나이스, 나이스 피칭이다"

간단히 1회를 끝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감독님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가볍게 격려를 해주셨다. 나는 근처에 있던 물병 하는 집어서 벤치에 털썩 주저앉고는 뚜껑을 딴 다음에 가볍게 한모금 들이켰다.

"후아아..."

살짝 갈증이 있었던건지 예상보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물맛, 한모금을 더 마시고 난 다음에 고개를 들어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현재 그라운드에는 우리팀 부동의 리드오프, 운선이가 좌타 타석에 나가있었다. 그리고 상대편 투수는 데이터에서 봤던 사람. 나는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서 근처에 있던 데이터를 집어다가 어떤 투수인지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장 넘기다보니 나오는 데이터, 사진과 실제 모습을 비교해본 다음에 확실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나는 곧바로 그 데이터를 쓱 훑어봤다. 이미 틈틈히 몇번씩 봐두던지라 조금 읽고 나니까 어떤 투수인지 확실히 알수 있었다.

"이름은 홍지운, 평균 구속은 95에서부터 105정도. 제구는 존 안에는 넣을수 있으며, 변화구로는 커브, 포크.... 이거 거의 너 마이너 버전인데?"

내가 그렇게 데이터를 쭉 훑어보던 도중, 언제 온건지 옆에서 성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데이터를 열심히 보고있는 성빈이, 나는 웃음을 지으면서 성빈이에게 보라고 데이터를 넘겨줬다.

"얌마, 그래도 이제 16강인데 데이터 한번도 안봤냐..."

"아니, 나도 볓번 봤었다고. 근데 중간중간 기억이 안나는게 있는거지"

성빈이는 살짝 틱틱거리듯이 대답하면서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마운드에는 당연히 아까 그 투수가 서있었고, 타자는 아직까지 운선이가 서있었다.

"볼 카운트가 3-1... 투수는 어떻게든 안에 넣을거 같고, 결국 운선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겠다"

현재 홈에 앉아있는 포수의 특징중 하나는 공격적이고 빠른 리드를 주로 선호한다, 그리고 투수의 특징은 볼넷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거 두가지였다.

한마디로 공격적인 포수와 공격적인 투수가 만난 상황. 이 배터리의 볼배합은 안봐도 뻔했다.

만약 이번 경기서부턴 완전히 다르게 운용한다면, 은근히 치명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다면 그건 감독님이 충분히 빠르게 대처시킬수 있을것이다.

'그나저나 예영이 걔가 없었으면 우리는 아마도...'

계속 데이터를 보고, 그걸로 상대 분석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얼굴, 그와 동시에 나는 한숨을 길게 푹 내쉬었다.

'아 진짜, 왜 하필 또 떠오르고 난리야...'

그러면서 자꾸만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예영이가 다시 한번더 강제로 입을 맞춘것과 애들에게 들킨것, 그리고 내가 박차고 나가버린것까지. 그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떠오르면서 내 한숨소리는 점점 깊어만 갔다.

"하아아..."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자꾸만 들기 시작했다. 우선 그게 소문이 퍼지면 여운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때의 난 어떻게 해명해야될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자꾸 여운이가 아닌, 예영이가 계속 떠오르는건지.

'진짜 미치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오는건 겉으로 내뱉지 못하는 미치겠다는 중얼거림과 한숨 뿐이었다.

"야, 왜그래?"

내 모습이 너무 눈에 띄인건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건지 상민이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그라운드를 슬쩍 바라보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냥 뭐, 별거 아냐"

나는 대충 얼버무리면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상민이는 그런 나를 잠시동안 반히 쳐다보더니 왼손을 올려서 내 등을 토닥였다.

"뭔가 고민이 있다 싶을땐, 그냥 평상시대로 네 감을 믿고 밀어붙여봐"

"...감?"

"응, 너 평상시에 감대로 잘 움직이잖아"

"그건 그렇다만..."

그냥 내 감대로 움직여 보라는 상민이의 말, 내가 평상시에 감에 따라서 움직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과연 이래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간의 감은 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부정하는 것과 다르게, 깊숙히 숨겨져있는 본심이 우러나온거래"

"...누가 그랬는데?"

"몰라, 나도 어디선가 주워들은거라서"

상민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내 등을 한번더 토닥이고는 이내 그라운드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인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과연 내 감은 지금 어떤걸 원하고 있는지, 내 본심은 어떤것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내 감대로...'

*

타앗-

"세이프!"

수혁이 혼자 골똘히 생각할무렵, 운선은 투수의 오는 공을 가볍게 밀어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진행요원에게 보호장비를 건넨 다음에 베이스에서 살짝 떨어진채로 마운드를 쳐다봤다.

현재 마운드에는 포수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매우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얼굴. 그러면서 자꾸만 운선이 있는곳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러는거야'

운선은 살짝 기분이 나쁜건지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 둘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운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뭔가 얘기를 나누다가 포수가 홈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까 그렇게까지 얘기한걸 보면 분명히 뭔가 있을거 같은데...'

운선은 돌아가는 포수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이내 베이스에서 몇발짝 떨어져서 언제든지 2루를 노릴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견제구에 대비하기 위해서 투수를 집중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일단 난 리드오프. 어떻게든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2루를 훔치면 되는거지 뭐'

'일단 내 마음대로 볼 세개, 그리고 바깥쪽 포심이었지? 그럼... 진짜 말대로 되나 한번 해볼까?'

한편, 투수는 아까 포수가 그에게 해줬던 말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있었다.

아직 1회고, 아직 한타자만 상대했을 뿐인데 포수가 올라왔었다. 그리 흔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도 뭔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었다. 그리고 이어진 작전설명, 투수에게 있어서 기분 나쁜 스타트를 끊은 그로서는 한번 해볼만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그게 믿을만하냐는거지... 뭐, 성공만 하면 오늘 상대쪽에선 도루를 억제하거나 흐름 끊기는 완벽할거 같은데...'

투수는 오른손으로 공을 만지작 거리면서 타석에 들어오는 2번타자 선민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결정을 내린건지 공을 쥐고있던 오른손을 글러브 안으로 집어넣었다.

'뭐, 한번 해보면 알겠지'

그는 일단 글러브 안에서 커브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포수를 슬쩍 쳐다본 다음에 잠깐의 타이밍도 재지 않고 곧바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볼"

일단 초구는 커브가 잘 꺾이면서 한참이나 아래로 내려간 타구, 선민은 배트가 나오려다 말았는지 살짝 움찔하고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투수를 쳐다봤다.

'어...? 뭔가 이상한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공격적인 승부를 한다고 했었는데...'

선민은 뭔가 속셈이 있는건가 하면서 방금보다 배트를 조금 짧게 쥐었다. 혹시 모르는 속임수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제 2구도, 3구도, 모두들 바깥으로 빠지는 변화구가 나오면서 모두 볼로 처리되었다. 그러면서 선민의 생각도 아까와는 조금 달라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갑자기 리드 방식이 바뀐거 같은데...'

선민은 자기 옆에 앉은 포수를 슬쩍 쳐다보면서 작전을 바꿨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자꾸 볼만 던지는거지? 뭐 볼넷 나오면 나야 2루로 편하게 가고 좋긴 하다만...'

1루에 있던 운선도 계속되는 볼에 뭔가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 상황. 그래서인지 조금씩 베이스 쪽으로 발이 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바깥쪽 빠지는 공...'

이제 포수가 요구한대로 해야될 차례, 투수는 숨을 푹 내쉬면서 직구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공을 던졌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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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4)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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