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4화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나간 공은 그대로 쭉 물밀듯이 뻗어나갔다.
하지만 전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서있는 선민, 그리고 공은 그대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엉?"
선민은 자신이 예측이 빗나간걸 눈치채고는 살짝 놀라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잠깐의 속임수일수도 있다, 이래도 공 하나를 더 낭비한다면 내가 유리한 위치를 그냥 버리게 되는거야. 정신 차려서 구별하자'
선민은 이번엔 넋놓고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투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런 선민을 노려보는 포수,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자, 그럼 우리는 한번 더 밀어붙이자'
'오케이'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른 잡생각은 하지도 않고 곧바로 공을 뿌려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투!"
이번엔 아까와 정반대로 몸쪽에 훅 들어가서 박힌 투구, 선민은 힘차게 배트를 돌렸지만, 공은 배트에 맞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풀카운트, 방금 전만해도 선민에게 매우 유리한 카운트가 이제 유리하진 않은 카운트로 만들어졌다.
"후우우..."
선민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잠시 시간을 벌려는건지 목을 돌리면서 가볍게 풀어주었다. 그리고 헬멧을 다시 고쳐쓴다음 D.라이더즈 덕아웃을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덕아웃, 혹시 작전이라도 있을까 하면서 쳐다본 선민은 혀를 쯧. 하고 한번 차고는 다시 투수를 쳐다봤다.
'현재 주자도 있는 상황, 거기다 공격적인 리드를 하는 성향까지 있으니까 아마 이번에는 무조건 들어오겠지'
선민은 배터리가 어떤 공을 던질지 빠르게 확신하고는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볼넷으로 여유롭게 갈줄 알았더니... 이번에 뭐가되든간에 뛰어야겠다'
그리고 그건 운선도 마찬가지, 그도 배터리의 운영 방식을 들었던지라 빠르게 확신을 내리면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뛸 준비를 다 마쳤다.
'흐음... 자, 이제 쇼타임이다!'
한편, 포수는 그런 둘을 한번씩 슬쩍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조심히 한발짝 바깥쪽으로 움직인 다음에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직구, 곧바로!'
'어, 어!'
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살짝 예상 밖의 상황에 놀란건지 조금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정신줄을 제대로 붙잡은채로 포수가 요구한 곳을 향해서 곧바로 공을 던졌다.
슈욱-
'됐다!'
투수의 손을 떠난공은 매우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나아가는 방향을 봐서는 다행히 포수가 요구한 쪽으로 잘 들어가는 공, 그러면서 포수는 속으로 딱 됐다고 소리쳤다.
한편,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운선과 선민은 곧바로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선민은 배트를 빠르게 휘두르면서 거침없는 스윙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운선은 2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뭔가 한가지 확신을 가지면 그쪽으로는 매우 거침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그 둘의 상황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지금 둘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상황, 그래서 그런지 둘은 거의 확신하는채로 평상시보다 빠르게, 더 빠르게 반응하면서 재빨리 반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상황,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존 안에 들어오지 않고, 바깥쪽으로 쭉 뻗어갔다. 그것도 존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공 두개정도는 빠진듯한 거리로 나아갔다.
'으앗!'
선민은 뒤늦게 자신이 당했다는걸 알아차렸지만 이미 배트를 거두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으나, 이미 앞발리 열린 상황에서 그가 더이상 할수 있는것은 없었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그러면서 결국 힘없이 돌아간 배트, 선민은 당했다는것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렸다.
'오케이, 우선 한마리 처리했고!'
그러면서 하나 추가되는 아웃카운트, 하지만 포수는 잠깐의 멈춤도 없이 공을 미트에서 빼내는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투수에게
"엎드려!"
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2루를 향해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슈우욱-
포수가 던진 공은 매우 낮게, 그리고 빠르게 2루 베이스를 향해서 날아갔다. 그리고 그런 2루를 백업하려 달려오는 유격수, 그리고는 포수가 던진공을 잡아낸 다음에 재빠르게 베이스 쪽으로 몸을 돌려서 막 몸을 들이미는 운선을 태그했다.
"아아웃!"
"아자아!"
그리고 이어지는 심판의 아웃 콜, 그와 동시에 포수가 다시 한번더 소리를 지으면서 오른주먹을 쥔채로 힘차에 퍼올렸다.
"어...?"
"엉...?"
"야, 방금 뭐였냐...?"
반면에 그와 다르게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D.라이더즈의 덕아웃은 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 믿기지 않았는지 다들 멍하니 그라운드만 쳐다보고 있었다.
동네야구 수준에서는, 아니, 프로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상황. 그래서 그런지 그 포수를 제외한 G.애플즈의 대다수 선수들도 지금 이게 뭔 상황인가 하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엄... 방금 이게 무슨 상황이었죠...?]
한편, 중계부스. 이곳에서도 아까 일어난 일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멍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와 화면만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캐스터는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는지 해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계석 의미없이 '어... 방금 뭐였죠?' 라는 말만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해설은 정신을 차리고는 일단 화면에 나오는 리플레이를 보면서 아까의 상황이 어떤 일이었는지 머리를 재빨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초가 지났을 무렵
[아, 이거 생각보다 매우 고도의 심리전이 섞인 작전이군요. G.애플즈의 박지광 포수, 매우 놀라운 작전이었습니다]
[저... 위원님, 이게 무슨 일인거죠?]
[아, 그게 말입니다...]
해설은 우선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동안 껄껄 웃어재꼈다. 그러다가 캐스터가 살짝 눈치를 주자 그제서야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는 사람들은 아닌 사실입니다만, D.라이더즈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전력분석쪽으로 엄청난 거대어가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아, 한마디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수 있다 이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예상입니다만, 박지광 선수는 지금 그 사실을 알고 있는것 같아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걸 역이용한거라고 볼수 있겠군요]
해설은 거기까지 설명하고는 이정도면 됐냐는 눈빛으로 캐스터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입모양으로 더 자세하게 설명하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걸로 이해가 안되나 살짝 고개를 저었지만, 캐스터가 단호하게 나오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욱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 대회측에서 제공되는 데이토로 보면, 현재 G.애플즈의 배터리는 매우 공격적인 볼배합, 그러니까 볼을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배터리입니다. 뭐, 홍지운 투수의 제구가 스트라이크를 분할한다고 하면 왼쪽, 오른쪽. 이 두가지밖에 안되는 것도 있겠지만...]
'의원님, 본 설명만'
해설이 설명하다가 살짝 다른곳으로 새나가려고 하자 캐스터가 종이에 글을 쓰면서 그를 제지했다. 그는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박지광 선수는 D.라이더즈가 그 점을 노리고 적극적인 스윙을 할거라는 예상을 했을겁니다. 그래서 공 3개를 연속으로 볼로 만든 다음에, 상대가 혹시 컨디션이 안좋은건가, 볼배합을 바꿨나 하고 의심을 하게 하는겁니다]
[단 3구만에 그게 인식이 잘 박힐수 있는건가요?]
[원래 극단적인 사람들이 반대로 하면 뭔가 어색하고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더욱더 빨리 판단하게 됩니다]
[아, 그렇군요...]
해설은 잠시 들어오는 캐스터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그리고 얘기가 끝날떄까지 들어달라고 눈빛을 보낸다음에 계속해서 해설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그렇게 인식이 박힌 후에, 갑자기 다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상대를 놀라게 하는겁니다. 그리고 머리가 복잡해지게 하는거죠. 그 틈에 공 하나를 더 꽂으면서 카운트는 풀카운트. 그리고 여기에 바로 최고의 무대가 마련됩니다]
[어떤 무대인가요?]
해설의 설명이 너무 길어지는듯 하자 이번에는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살짝 끊어가는 캐스터, 해설은 이번에는 좋았다는 의미로 캐스터를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현재 1사에 카운트는 풀카운트. 볼넷을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 공격적인 리드의 잔상은 남아있을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전이 나올까요?]
[음... 런앤 히트정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혹여나 볼넷이 나오면 둘다 사는거고,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타자의 스윙으로 포수의 시야를 가려서 도루확률을 높여주는거죠]
[아... 그래서 그게...!]
[거기다가 카운트가 불안해지면서 다시 원래의 습성이 나올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 다음 결과는 여러분들이 보신대로 입니다]
해설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숨이 조금 찼는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쉰 다음에 옆에 물병을 집어서 한모금 들이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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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5)20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