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5화
"후아아... 완전히 당했다... 아주 그냥 제대로 당했어..."
"..."
D.라이더즈의 덕아웃, 수혁이 앉은채로 같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가만히 서있는 용식도 속마음은 수혁과 별다를바 없는 상태였지만, 감독인지라 표정을 내비치지 않을뿐, 같이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
"..."
그리고 힘없이 들어오는 두 사람, 그들은 마치 분해서 미쳐버릴것만 같은 표정을 지은채로 들어오고 있었다.
선민이라면 성격상 충분히 그런표정이 나올만 했지만, 운선까지 그랬다는것은 정말로, 진심으로 분하고 화가 날만한 일이었다는 증거였다.
이젠 더이상 지면 끝인 경기들의 연속, 그리고 결승까지 가지 못하면 쌍둥이는 앞으로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 팀이 헤채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간절함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억울해 하는것 같았다.
"진정좀 하고, 너무 데이터랑 분석만 믿고있었던 내 잘못이 가장 크니까 너무 그러지마.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있잖아"
용식은 그런 두 사람을 말로 잘 타일르면서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해서 가라앉은 덕아웃의 분위기가 쉽게 살아날리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타석으로 나가는 타자는 3번타자 호진, 요즘 들어서 컨텍능력이 좋아졌다는 용식의 평가가 있을정도로 타격쪽에서 많이 성장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의 더블아웃이 너무나도 효과가 컸던건지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상대 배터리의 패턴에 말려들면서 4구째에 힘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1회말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잠시뒤, D.라이더즈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나간뒤, 덕아웃에는 감독 용식과 매니저 웅철, 단 둘만이 남아있었다.
웅철은 용식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가만히 경기를 보고 있었고, 그건 용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용식은 별 생각없이 경기를 구경하는 웅철과 다르게 오늘 경기의 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고 있었다.
애초에 상대 타선은 수혁으로 충분히 막을만한 타선이었다. 문제라면 저쪽 배터리의 호흡이 꽤나 좋으며, 내외야 수비도 튼실해서 실책성 플레이는 전혀 기대할수 없다는점.
솔직히 여기까지 올라온 팀들 중에서 실책 플레이를 쉽게 예측할만한 팀이 남아있는건 아니었다.
그래서 용식이 이번 경기에서 택한 작전은 어떻게든 계속 풀스윙을 하면서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상대가 작전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선수가 하고 싶은대로 해주기 위해서 아무런 작전도 내지 않았다가, 중반 이후부턴 삼진을 각오하고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작전을 실행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삼진을 당해도 괜찮은 상황이 나와야 했다. 그렇다면 분위기가 적어도 D.라이더즈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거나, 적어도 팽팽한 분위기는 나와야 시도해볼만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방금 커다란게 터지면서 현재 분위기는 완전히 G.애플즈가 쥐고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이런 작전을 낼수가 없었다. 프로야구의 패넌트레이스 같은 경기라면 모를까, 현재 경기가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면 절대로 내지 못할 작전이었다.
여튼, 그런 이유로 용식은 지금 처음부터 다시 판을 짜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마땅한 작전이 잘 떠오르지 않는건지 표정이 그닥 좋지 않았다.
'후아아... 미치겠네...'
그러다가 답답한지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애꿎은 뒷버리만 벅벅 긁었다. 그리고는 속이 타는건지 물 한병을 집어서 벌컥 들이켰다.
"엄... 감독님, 1회에 순식간기상천외한 작전으로 두명이 아웃되면서 분위기가 축 처졌잖아요"
용식이 답답해 하고 있을무렵,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웅철의 목소리, 용식은 뭔가 하고서 고개를 돌려봤다.
웅철은 용식이 고개를 돌리자 이걸 말해야 되나 하는 표정으로 살짝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용식이 일단 말해보라고 눈빛을 보내자 그제서야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비록 분위기는 저쪽에 있지만, 우리한텐 간절함이 있잖아요, 설마 애들이 의욕을 잃었을거는 같지 않을텐데요...?"
"음... 아마도 그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오늘 경기를 끌어나갈 마땅한 작전같은게 잘 안떠오른단 말야. 데이터 상으로 보면 이젠 쉬운 팀들이 아냐, 힘으로 밀어붙일수 있는 상대는 이미 다 끝났다고"
용식은 내심 기대한건지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축 늘어트린채로 한숨을 푹 내쉬면서 멍하니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웅철은 그런 용식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용식의 말이 끝난듯 싶자 아직 할말이 더 남았는지 다시 한번더 입을 열었다.
"좀전에 상대가 우리의 허를 찔렀다고 그랬죠? 그럼 우리도 똑같이 해주면 되잖아요"
"...뭐?"
멍하니 있던 용식의 머릿속을 확 정리해주는 한마디, 용식은 자세를 다시 바로잡으면서 웅철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우리도 허를 찌르자?"
"그런거죠"
용식이 다시 물어보자 웅철은 고개를 딱 한번, 각있게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뭔가 떠오를거 같은지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던 용식,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짧은 탄성과 함께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
"아! 우리도 똑같이 가면 되겠다!"
뭔가 생각이 생긴건지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는 용식, 그런 다음에 잠시동안 생각을 하는건지 아무런 말이 없다가 표정이 밝아졌다.
"...생각 났어요?"
그런 용식을 살펴보면 조심스레 물어보는 웅철, 용식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벤치위에 앉은채로 느긋하게 그라운드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동과는 다르게 얼굴은 조금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이 한마디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한방, 딱 한방이다. 신중하게 쓰자'
────────────────────────────────────
176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6)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