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7화
[어느덧 경기도 7회말, 이제 거의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0대 0, 팽팽한 상황입니다]
[1회말 G.애플즈가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2회초 안수혁 선수가 세타자 연속 삼구삼진을 잡으면서 다시 분위기를 되돌렸습니다]
어느덧 경기는 흐르고 흘러서 7회초까지 모두 끝난상황, 중계석에서는 캐스터가 오늘 경기를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제 경기는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양측 모두 점수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각팀이 상대를 공략하는 핵심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우선, G.애플즈는 안수혁 선수를 상대하는데 너무 버거워 보입니다. 마치 한단계 위의 투수를 상대하는것 같이 보입니다. 어떻게든 안수혁 선수를 공략하는게 핵심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D.라이더즈는 어떤가요?]
[현재 D.라이더즈는 1회의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든 떨쳐내야 합니다. 일단 5회 2사 2루에도 그렇고, 1회 더블아웃 이후로 주루가 너무 소극적입니다. 아무래도 적극적인 주루를 펼쳐야 이길수 있다고 봅니다]
2회 이후, 경기는 거의 투수전의 양상을 살짝 띈채로 흘러갔다.
G.애플즈는 수혁에게 꽁꽁 막히면서 단타 두개만을 뽑아내는것에 그쳤었다. 그리고 D.라이더즈는 몇번 안타를 치고, 득점권에도 나갔지만, 소극적인 주루로 인해서 홈을 밟지는 못하고 있었다.
딱 해설이 짚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 내용이었다.
해설이 자기 할말이 끝난듯 하자 캐스터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다시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막 7번타자 상빈이 우타자 타석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 타석에는 7번타자, 정상민 선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상민 선수, 이 대회에서 따져봤을때 공수 양쪽 측면에서 딱히 특출난건 없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딱히 없는 선수입니다]
[보통 투수들은 타자의 약점을 노려서 공략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네, 그래서 어찌보면 이런 투수들이 공략하기가 힘들겁니다]
해설은 화면에 시선을 집중시킨채로 캐스터의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해내갔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혼자 무언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유용식 감독이 이쯤에서 뭔가를 터트릴텐데...'
*
'저 투수... 이제 대충 100개정도 던진것 같은데 아직도 지친기미가 보이지를 않냐...'
한편, 타석에 서있는 상민은 투수를 힐끔 쳐다보고는 막막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혀를 한전 쯧 하고 찼다. 그리고는 배롤 타석에 있는 흙을 비비면서 자세를 잡았다.
확실히 투수의 모습은 1회와 지금이 별로 차이가 없어보였다.
딱히 땀을 흘리거나 그런건 없어보였고, 유니폼도 깨끗했었다. 조금 지쳐보이는 표정이나 몸이 약간 늘어진듯한 모습도 없었다.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송진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오른손과 모자챙 끝부분이었다.
'걷어내면서 시간을 끌다보면 방법이 나오겠지. 투구수도 늘려서 좋을테고'
상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배트를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간결하게 몇번 휘둘러보면서 투수가 얼른 공을 던지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후우... 여긴 투수를 아낄곳이 아닌거 같은데...'
그런 상민 뒤에 앉아있는 포수. 그는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눈으로는 상민을 슬쩍 쳐다봤다.
'뭔가, 뭔가 갑자기 위화감이 든다...'
지금 그는 상민에게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왠지 지금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타자를 상대한다면 분명히 뭔가 터질것만 같은 분위기, 한마디로 포수만의 특별한 감으로 뭔가 불길함이 인지되고 있었다.
'확실해... 지금 내 감대로면 무조건 바꿔야돼. 근데 문제는...'
결국 바꿔야 될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망설이는 포수, 그 문제랑 또 다르게 맞물리는 문제가 있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타임을 걸고는 감독을 부르면서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잠시뒤, 포수와 감독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투수에게 지금 컨디션과 체력은 어떠냐고 간단히 물어본 다음에 잠시 조용해진 상황이었다.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 뭐가 문젠데 그래?"
감독은 도대체 왜 불렀는지 의아해하면서 포수를 쳐다봤다. 포수는 말하기가 망설여지는건지 살짝 뜸을 들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아... 제 감이긴 한데, 지금 뭔가 불길합니다"
"음? 뭐가?"
예상하지 않던 한마디, 감독은 이게 무슨소린가 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흔히들 포수의 감이라고 말하는게 있잖아요. 지금 제 그런 감이 이대로 가면 뭔가 커다란게 터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씨, 이거 미치겠네..."
"뭐? 와나..."
포수의 말에 갑자기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 그리고는 둘다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저기, 근데 말이다.. 지금..."
"알아요, 그래서 저도 말할까 말까 망설였던거죠. 미치겠네요"
포수는 감독이 하던 말을 잘라버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듣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G.애플즈의 투수진은 총 5명의 투수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현재 마운드 위에 올라와있는 선발 한명과, 롱릴리프 역할을 하는 선수 하나, 그리고 계투 셋과 필승조 하나. 이런 구조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문제는 32강전에서 너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느라 현재 마운드 위에 있는 그를 제외하면 다들 컨디션이 나빴다는점. 그나마 나은 한명을 제외하면 마운드에 올라갈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포수의 말을 무시할수는 없었다. 예선전부터 포수의 말대로 투수교체를 하면 위기상황에서 잘 막아냈었기 때문에 고민은 더더욱 깊어질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냥 이대로 가면 안될거 같냐?"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포수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포수는 뭔가 생각을 하는건지 잠시동안 D.라이더즈의 덕아웃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힘들거 같은데요..."
"하아... 그럼 바꿔야..."
결국 감독은 어쩔수 없다는 투로 말하면서 덕아웃을 쳐다봤다. 그리고 투수들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하려는 순간
"감독님, 그냥 가죠. 그래도 나름 에이스라면 에이스지 않습니까. 이번 이닝까지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투수가 감독의 말을 끊고는 포수를 한번 쳐다봤다.
"힘들다는건 무조건은 아니라는 거잖아. 한번 가보자. 우리가 이거 떨어진다고 인생이 망하는건 아니잖냐"
투수는 이번 한번만 자신의 말을 들러달라는 투로 포수와 감독, 두 사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말로하는 설득이 아닌, 아무말도 없이 눈빛으로, 마음으로 그 두사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 한번 가보자. 우리가 여기서 진다면 그냥 우리 한계는 여기까진거지"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포수, 감독은 하고싶은대로 하라는 듯한 모습으로 따라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럼, 난 가서 애들 준비시킨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불러. 바꿔줄테니까"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운드를 내려가버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면서 D.라이더즈의 덕아웃을 바라보는 포수, 그러다가 투수의 어깨를 소리나게 짚으면서 귀쪽으로 얼굴을 갖다댔다.
"지금부터 잘 들어. 그나마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일테니깐"
*
"흐음... 뭔가 심각한건가? 뭐이리 오래 얘기한대?"
"설마 제가 이런거까지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시죠?"
D.라이더즈의 덕아웃, 용식과 수혁이 나란히 앉은채로 마운드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현재 그들이 보는 경기는 아직까진 팽팽한 느낌이 느껴지는 상황, 그런데 무슨일인지 감독까지 마운드 위로 올라오고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뭔가가 있는데 뭔지를 알수없는 상황, 지금 그들이 할수 있는것은 일이 끝날떄까지 기다리는것 밖에는 없었다.
"음... 혹시 부상 아냐?"
"부상? 그럼 지금 내려야 되는거 아냐?"
근처에 앉아있던 영훈이 부상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해봤지만, 그 옆에있던 운선이 곧바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흐음..."
용식은 희미한 소리를 내면서 마운드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마운드에서 감독이 내려가고, 조금뒤에 포수까지 다 내려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내 상민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상대가 뭔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일때, 그때가 바로 상대의 빈틈이다. 우린 그점을 파고들어가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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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8)201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