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80화 (180/255)

우리 동네 야구팀178화

"후우우..."

다시 홈으로 돌아온 포수, 그는 앉은채로 숨을 길게 내쉬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일단 아직 체력은 여유가 있어보였어. 하지만 내 기억으론 이 타자는 변화구에 배트가 잘 안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

포수는 타자를 쳐다본채로 잠시동안 망설였다. 그러다가 결정한건지 가랑이 사이로 오른손을 대고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몸쪽 직구로, 밀어붙이자'

'...오케이'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아무런 의견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으면서 그와 동시에 팔도 빠르게 휘둘러서 공을 뿌려냈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미트를 향해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상민, 왼다리를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으면서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에 배트를 공에 조준하면서 빠르게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까앙-

배트가 거의 끝까지 나왔을 즈음, 배트에서 맑은 소리가 남과 동시에 타구는 순식간에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로질러서 외야로 굴러갔다.

'으앗!'

포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할수있는 일은 그저 수비수들이 빠른 수비를 할수 있도록 바라는것뿐, 결국 그는 멍하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다다다다-

공이 맞는 느낌이 드는순간, 상민은 재빨리 손목을 돌려서 타구를 3-유간 쪽으로 보내버렸다. 그런 다음에 배트를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거의 전력으로 1루를 향해 질주, 여유로운 타이밍으로 1루에 안착했다.

"아자!"

상민은 1루 베이스를 밟은채로 양 주먹을 꽉 쥐고서 덕아웃을 향해서 짧게 소리쳤다.

"나이스!'

"이번엔 무조건 점수 내자!"

상민의 환호에 반응을 해주는 D.라이더즈의 덕아웃, 그러면서 1회의 충격적인 더블아웃은 거의 다 잊은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G.애플즈의 배터리드는 그들과 전혀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히려 이제는 서로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것만 같은 상태, 포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린채로 1루에 있는 상민을 쳐다봤다.

'하아... 원래 생각한 해결책은 이게 아니었는데...'

포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한숨만 내쉬고 있을수는 없는법, 그는 오른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두어번 치면서 크게 소리쳤다.

"괜찮아! 지금부터 천천히 잡아나가도 충분하다! 아자!"

"아자!"

"막고 넘어가자!"

포수의 기합에 함께 소리치면서 반응하는 야수들. 포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비록 저쪽의 기세를 누르지는 못했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다. 병살, 병살만 이끌어 낸다면 충분해'

포수는 지금 막 대기타석에서 나오는 다음타자를 보면서 혼자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 야수들에게 사인을 보내서 움직임을 살짝 바꾸었다.

'늘상 쓰던 병살 시프트로'

'오케이'

야수드릉 포수의 사인을 받고는 그의 말대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2루수는 2루 베이스 근처로, 그리고 유격수는 조금 더 3-유간의 가운데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

"오... 병살을 유도하려고 하나보네. 동네야구에서 시프트가 나올줄은 전혜 생각도 못했는데 말야"

"음, 시프트요?"

D.라이더즈의 덕아웃, 용식은 야수들의 움직임을 보더니 살짝 놀라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뭔가 하는 표정으로 용식을 쳐다보는 수혁, 그의 얼굴에는 갑자기 왠 시프트 얘기가 나오는지 궁금함이 담겨있었다.

"음? 너 시프트 몰라?"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죠"

용식은 의외라는 표정을 살짝 놀라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은 용식에게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용식은 수혁의 반응에 충격을 받은건지 잠시동안 정지화면처럼 멈춰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이해가 된건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맞다. 너네 동네야구지..."

"쌍둥이면 어느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허허..."

용식은 힘없이 웃으면서 다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그라운드는 여전히 아까의 시프트가 발동되고 있는건지 야수들이 아까 움직인 위치 그대로 서 있었다.

용식은 수혁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면서 내야에 있는 2루수를 가리켰다. 그리고 수혁이 자신이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자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저기 지금 2루수가 베이스 근처로 간거 보이지?"

"네, 갔네요"

"보통 병살시프트는 2루수나 유격수, 아니면 둘 다를 2루 베이스 근처로 이동시켜. 그런 다음에 투수는 야수들이 있는 방향으로 타격을 하게 만들어서 내야땅볼을 유도하는거지. 그러면 2루에서 재빨리 아웃카운트를 만들고 1루까지 아웃시킬수가 있는거야"

수혁이 쉽게 이해하도록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용식, 수혁은 듣고서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알겠다는 의미인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용식에게 다시 한번더 물어봤다.

"음... 그럼 지금같이 2루수를 베이스 쪽으로 옮기고 우타자가 들어온다면, 투수는 몸쪽을 공략해서 유격수 쪽으로 타구를 보내게 한다는 거에요?"

"그렇지. 재신 1-2루간은 텅 비어있어서 바깥쪽으로 던지면 툭 건드리기만 해도 안타가 된다는 위험요소가 있긴 하지"

"오... 그냥 맨날 무슨 시프트다, 어떤 시프트다 이런 말만 들어봤는데, 신기하네요"

수혁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재밌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방금 막 타석에 들어간 영훈을 쳐다봤다.

"그런데요... 굳이 꼭 작전을 실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수혁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타석에 있는 영훈을 그대로 쳐다봤다. 그러다 용식이 답이 없어서 고개를 돌리자 용식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영훈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수혁은 그런 용식을 보면서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다음에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로 다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그리고 용식이 끝나자 다시 한번더 물어봤다.

"왜 굳이 병살 시프트를 썼을까요? 조금만 알아보면 필요 없을텐데 말이죠"

수혁의 말에 용식은 다시 앉으면서 대답했다.

"그만큼 간절하고, 저쪽의 의지가 확고하다는거 아닐까 싶다. 그런데 다음이 너 타석이다 인마. 얼렁 가서 준비나 해"

용식은 손으로 수혁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눈짓으로 대기타석을 가리켰다. 수혁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헬멧과 보호구 배트까지 챙긴 다음에 대기타석으로 뛰어나갔다.

*

'흐아... 얼마만에 찾아온 찬스냐...'

한편, 타석에 서있는 영훈은 중요한 순간이라 그런지 목이 바짝 타들어가는지 간신히 침을 모아서 한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아까 작전을 지시한 용식을 쳐다봤다.

'확실히 감독님이 가장 현실적이고, 나에게 맞는 작전을 내주신건 맞아. 하지만...'

영훈은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건지 뭔가를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타임을 외치고는 잠시 타석 밖으로 걸어나왔다.

'분명히 내 실력으로는 그게 최선일거야. 하지만, 하지만...'

타석 밖으로 나온 영훈은 배트를 지팡이처럼 바닥에 짚은 다음에 뭔가를 집중적으로 생각하는건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내가 직접 타격해보고 싶은건 어쩔수 없잖아...'

영훈은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젖혀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을 감은 다음에 잠시동안 그대로 가만히 서있었다.

평상시에도 대부분의 작전을 잘 적중시키는 그런 용식이 내린 작전이다. 그러면서 D.라이더즈는 물론, 전문가나 관중 등 다른 사람들도 이젠 거의 용식을 전술의 대가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런 용식이 지금 상황에서 지시한 작전이 아마 지금의 상황에서는 거의 최선이나 다름없었을거다.

하지만 지금 영훈은 자신이 한번 타격을 해보고 싶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서 자신이 활약을 하면서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왔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건 누구나 그랬겠지만, 평상시에 늘상 쌍둥이에게 구박을 듣고, 어느 특출난 특기가 하나도 없었던 그로서는 그 누구보다 그런 모습을 더 많이 꿈꿔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감하게 덤벼들면 늘 실패했었다. 그랬던지라 그는 맨날 활약을 하지 못하고 늘상 뒤에서 받쳐주거나 대충 넘아가는 식이었다.

'더이상, 이렇게 그늘에 묻혀살기는 싫어.. 나도, 나도 한번 활약해보고 싶단 말야...'

이젠 자신이 한번 날아볼 떄가 됐다고 생각하는 영훈, 그러면서 배트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졌다.

'아.. 하지만, 감독님이 내린 작전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했다가 망하면... 망하면... 그떈 어떡하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나 실패했을때의 뒷일이 걱정이 되는 영훈이었다.

야구는 철저한 팀 스포츠, 혼자서 날고 기어도 이길수 없으며, 특출난 사람이 없어도 호흡이 잘 맞는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는게 야구였다.

'어떡하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 용식이 내려준 작전과 자신이 하고싶은 타격, 이 둘 사이에서 너무나도 갈등이 되는 영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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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G.애플즈 VS D.라이더즈(9)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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