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79화
"어이!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
얼마나 시간을 끌었던 걸까, 심판이 영훈에게 소리치면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영훈은 심판을 슬쩍 쳐다보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타석으로 터털터털 걸어갔다.
그렇게 타석으로 다시 돌아온 영훈, 하지맛 머릿속은 아직 타석 밖으로 나가있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머리, 영훈은 잠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하아... 어떡하지...'
아직도 영훈의 머릿속은 두가지 생각이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있었다.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실패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따르게 될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너무 고민이 길어지고 있었다.
"..."
심판은 그런 영훈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더이상은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잠시 벗어두었던 마스크를 쓰고는 포수의 뒤로 가서 크게 소리쳤다.
"플레이볼!"
'아!'
심판이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영훈, 그리고 잠시동안 머릿속이 비워지자 수혁이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얌마, 그래도 인생은 타이밍! 그리고 선빵필승! 이거 아니겠냐! 너가 하고싶으면 하는거지 안그래?]
'인생은 타이밍,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다...'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 갈팡질팡하던 영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는 배트를 다시 제대로 쥐면서 투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래, 이번 한번만, 딱 한번만, 마지막으로!'
그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에 천천히 내쉬었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해보자!'
*
'음...? 뭔가 느낌이 바뀐거 같은데...?'
한편 D.라이더즈의 덕아웃, 용식이 영훈을 보더니 뭔가를 발견한듯이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리고 혹시 수혁도 자신과 비슷한 감을 느낀건가 하면서 옆을 쳐다봤다.
"음? 수혁인 어디가고 왜 너가있냐?"
"잠시 화장실 간다는데요"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옆에 앉아있는건 매니저 웅철, 그는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냐..."
용식은 살짝 아쉽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그라운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웅철에게 물어봤다.
"웅철아"
"네"
"영훈이, 왠지 내 작전대로 안할거 같은 느낌이 든단 말야..."
"네? 왜요?"
웅철은 무슨 소린가 하면서 타석에 있는 영훈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영훈이 걔가 잘하는애도 아닌데, 굳이 정확성이 좋은 감독님 작전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요?"
"나도 그런데, 지금 내 감은 왠지 모르게 그럴거 같단 말이야..."
용식은 웅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모를 그럴 느낌에 휩싸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번만큼은 영훈이 하고싶은대로 막 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연습경기가 아닌 중요한 경기, 만약 진다면 내일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경기였다.
그러나 용식은 다시 한번더 작전을 지시한다거나 강조를 하지 않았다. 단지 그럴것 같다는 감이 들면서 그저 지켜볼뿐이었다.
'근데... 왠지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해서 결과가 좋게 나올거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야... 일단 지켜보자'
그러면서 동시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 영훈이 뭔가를 해줄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런 추가지시도 없이 그저 지켜보는 용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티잉-
"파울!"
영훈이 건드린 타구가 파울라인을 넘어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나오면서 뭔가 조금씩 확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후우... 아직도 공의 위력은 멀쩡해...'
영훈은 한숨을 내쉬면서 약간 비뚤어진 헬멕을 고쳐썼다. 그런 다음에 다시 배트를 쥔 다음에 투수를 노려봤다. 그런 다음에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보기 시작했다.
'오래 끌고가봐야 손해야. 지금까지의 난 카운트가 몰리면 난 매우 움츠러든다. 고치려고 해도 이건 내 습관이야. 적어도 이번 타석에서는 절대로 못고쳐, 그러니까 무조건 이번 공에서 결판을 내야돼'
그렇게 상황을 판단하고 나자 그가 할일은 매우 명료해졌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활발하게 굴러가면서 복잡 해진 머리도 순식간에 청소를 다 마친것처럼 매우 깨끗해졌다.
'지금 난 변화구는 절대로 못노려, 직구, 무조건 직구로 가는거야'
그러면서 어떤 공을 노릴지도 매우 현실적이고, 간단 명료하게 끝낼수 있었다. 그러고 나자 갑자기 뭔가 편해지는듯한 마음, 영훈은 투수를 최대한 노려보면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변화구는 아직 쓸만해, 그러니까 이번 공만 들어오면 거의 성공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포수도 이번 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인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지금 그가 망설이는 부분은 구질보다는 위치, 직구 하나를 더 집어넣어서 카운트를 잡은 다음에 변화구로 헛스윙이나 내야 땅볼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석대로 몸쪽을 한번 더 찌를지, 아니면 바깥쪽 허를 찌를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하... 지금 타자가 너무 수준이 낮아보여서 예측하기가 더 힘들단 말야...'
영훈은 실력으로 친다면 좋은편, 아니 못하는 편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나마 수비는 용식이 훈련을 시켜서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공격은 처음에서 발전을 했다고 쳐도 아직 나쁜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점이 영훈을 도와주고 있었다. 어느쪽으로 넣어도 충분히 먹힐것 같았지만, 그러면서 자꾸만 불길한 감이 포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정석대로 가야지. 몸쪽 공으로 가자'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포수가 내린 공은 다시 한번더 몸쪽공, 정석대로 가자는 의도였다.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텀을 두었다가 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배트는 아까보다 빠르게, 더 빠르게!'
그와 동시에 배트를 쥐고있는 영훈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영훈도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빠르게 내밀기 시작했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나간 공은 포수가 요구한 몸쪽을 향해서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는 영훈, 지금까지 자신이 냈던 힘중에서 가장 전력, 전력의 전력을 다한 힘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공과 배트, 그리고 그 둘이 거의 다 와서 맞닿을 즈음, 손잡이에 가까운 쪽을 맞은건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영훈의 양팔 전체에 엄청난 진동이 울려퍼졌다.
'크읏!'
평상시 영훈이라면 분명히 아프다면서 배트를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1루로 뛸만한 상황. 하지만 이번만큼은 배트를 놓지 않았다.
팔에 최대한 힘을 쥐고 버티고 버티면서 타구를 1cm라도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그저 힘없는 내야땅볼이 될것 같았던 타구에 조금씩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훈이 팔을 다 뻗었을 즈음에는
"1루! 1루 뒤에!"
타구는 1루수의 키를 살짝 넘기면서 파울라인 안쪽에 툭 떨어지고는 라인을 넘어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앗!"
영훈은 팔을 다 뻗은순간 배트를 그냥 떨구듯이 던져버리고는 1루를 향해서 미친개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안착하지 못하면 죽을것처럼, 저기 있는 1루베이스가 자신의 생명줄인것처럼 매우 간절하다는 느낌을 풍기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1루에 있던 상민은 타구를 확인하면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2루를 지나서 3루까지 찍고 홈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둘이 열심히 달리는 사이, 앞으로 달려나온 우익수가 굴러오는 타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중계 플레이를 나온 2루수를 향해서 재빠르게 공을 송구했다.
"홈! 홈!"
2루수가 공을 받고나자 포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공을 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2루수는 그 목소리를 듣고는 잠시의 더듬거림도 없이 정확히 공을 잡은 다음에 깔끔하게 포수의 미트로 공을 보내줬다.
하지만 포수의 미트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촤아악-
"세이프!"
상민의 발이 홈플레이트에 먼저 닿으면서 심판의 우렁찬 콜이 들려왔다.
게다가 그사이 영훈은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2루에 안착,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어낸 영훈이었다.
"아자아!"
2루 베이스에 슬라이딩을 한채로 도착한 영훈은 엎드린채로 오른팔을 높게 처올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와아아!"
"와아아!"
그러자 그런 영훈의 플레이가 보답하듯이 엄청난 환호성을 외치는 관중들, 영훈은 힘겹게 일어나서 유니폼에 묻은 흙을 툭툭 털은 다음에 다시 한번더 오른주먹을 꽉 쥔채로 덕아웃을 향해 들어올렸다.
"와아아!"
"됐다아!"
"미친! 쟤가 해냈어!"
"대바아아아악!"
"으아아아앍! 됐다아!"
그러자 이번에는 수많은 관중들과 함께 잠시동안 멍때리고 있던 D.라이더즈 선수단들도 모두들 다같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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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하고 싶었던 것201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