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80화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와아-!"
"와아아!"
그 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9회초. 오늘만큼은 수혁이 아닌 영훈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7회에 용식이 영훈의 2루타가 나온 이후에 그 기세를 효과적으로 이어가고 수혁의 체력안배도 할겸 해서 재빨리 영훈을 마운드 위로 올렸였다.
그리고 그런 용식의 생각대로 끝까지 무난하게 잘 막아준 영훈, 게다가 7회에 산욱의 쐐기 만루포가 터져나오면서 D.라이더즈는 완벽한 승기를 가져올수가 있었다.
"돼... 됐다...!"
영훈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건지 잠시동안 멍하니 종빈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정신이 다시 돌아오자 눈가가 점점 촉촉해지더니 이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흡, 흐윽... 흐아..."
영훈은 고개를 숙인채로 훌쩍거리면서 어떻게든 진정하기 위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만큼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서러웠던 것들이 모두다, 전부다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눈물을 닦아내도 영훈의 눈물은 전혀 멈추지를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면서 그동안의 서러움도 같이 쏱아지고 있었다.
"야, 야, 오늘 같은날 울면 쓰냐"
어느새 올라온건지 종빈이 영훈의 어깨위로 손을 올리면서 한마디 건네줬다. 그리고 영훈이 눈물을 참으면서 고개를 들어올리자 씨익 웃으면서 오른손 주먹을 내밀었다.
"오늘 공 좋았다. 나이스 플레이"
"응..."
영훈은 눈물을 닦느라 젖을대로 젖은 손으로 주먹을 쥐어서 종빈에게 갖다대었다.
"이야... 너도 활약을 하는 날이 오긴 오네. 노력한 보람이 있어"
"이거 덕분에 내 쐐기 만루포는 완전 묻히겠구만. 여튼, 드뎌 한건 했네. 축하한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오늘 타자들 타이밍 제대로 뺐어버렸다. 나이스 피칭"
그리고 뒤이어서 마운드 위로 올라온 다른 야수들, 모두들 가볍게 웃으면서 영훈에게 한마디씩 해주었다. 그리고
"영훈, 나이스 7회였다"
마지막으로 덕아웃에서 나온 용식의 한마디를 끝으로 모두들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에 그라운드 밖으로 걸어나갔다.
*
다음날, 개원중학교.
점심시간인지라 학교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거기다 교과교실제를 하다 보니까 남는 교실들도 다른 학교보다 훨씬 더 많아서 그런지 뭔가 약간 썰렁한 느낌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혁은 자신의 반에서 D.라이더즈 팀원들과 같이 모여서 어제 경기에 대해서 복기하듯이 애들과 같이 떠드는 중이었다.
본선경기 이후에 꽤나 유명해진 그들이었지만, 그런 반응과 다르게 학교에서는 그들에게 몰려들지 않았다. 이젠 몇몇 멤버들에겐 간간히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이지만, 학교 안에서 만큼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다들 학원을 다니고, 무엇보다 야구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들이 활약하는것을 잘 모를뿐, 뭐 대부분 얼핏 듣기는 했어도 별 관심이 없었던지라 굳이 사인까지 받야야 되냐는 눈치렸다.
"여튼, 어젠 영훈이가 진심 존재감 갑이었다"
"그건 인정, 경기 끝나고 인터뷰까지 했잖아. 그때 걔 완전히 쫄아있던 표정 기억나냐?"
"아 그거, 눈물 범벅에 머리는 산발이고, 어버버하게 말하는게 뭔 정신나간놈이 인터뷰 하는줄 알았다"
지금 대회의 핵심내용은 어제 영훈의 활약한 대한 얘기, 대화 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까 지금의 주제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어제 영훈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모두들 인정한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간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어제 영훈의 활약은 매우 의외였고, 결정적이었으며, 대단한 활약이었었다.
그러면서 영훈은 기분이 들뜬건지 그저 실실 웃으면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이 기분은 마치 온몸이 공중에 붕 뜬것처럼 좋아질대로 좋아지고 있었다.
"야, 나 잠시만 화장실좀 간다:"
"오키"
그렇게 모두들 한참동안 떠들던 도중, 성빈이 약간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 한마디와 함꼐 화장실로 휙 가버렸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별 신경쓰지 않는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하던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그날 저녁, 훈련도 없는 날인 휴식일. 학교의 불은 모두다 꺼지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지만, 성빈하고 종빈은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이 입고있는 옷은 교복이 아닌 유니폼, 둘은 그상태에서 운동장 한쪽 바닥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곳은 운동장 한쪽 구석, 조금 전까지 그곳에서 개인 훈련이라도 한건지 그곳에는 둘의 배트와 공을 올려놓는 티, 그리고 수많은 공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은 뭔가 초점이 풀린것 같이 힘디 없어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숨 소리에는 미련과 후회가 담겨있는게 느껴졌다.
"...야, 그떄 기억 나냐?"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던걸까, 성빈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이 작게 한마디를 꺼냈다. 종빈은 말을 씹는건지 잠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그 표정 그대로 힘없이 대답했다.
"...그때?"
"응. 그때말야"
성빈도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할말이 더 있는건지 힘없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
"그때, 만약 그때 말야... 내가 한다고 했으면 난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글쎄... 아마 야구부에서 뛰고 있었겠지..."
성빈의 물음에 종빈도 힘없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그럼... 내가 그때 한다고 했으면, 까짓거 어린 꼬맹이의 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까짓거 한번 들이댔으면... 지금 이렇게 후회하면서 하루하루 의미없이 살지는 않았겠지...?"
"..."
성빈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이 말하면서 고개를 올려서 하늘을 바라다봤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는 동시에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때 내가 한다고 말만 했으면, 했으면... 지금 이렇게 허무하게, 의미없이, 하기 싫은 공부만 하면서 살지는 않았을거 아냐"
"..."
성빈은 울분이 찬건지 조금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하소연을 하듯이 말들을 주욱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성빈을 말없이 바라보는 종빈, 자신도 참고는 있었지만 성빈의 말에 매우 공감하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난, 난, 그때의 난 왜 그랬던거지? 뭐가 무서워서, 뭐가,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그랬던거지? 왜? 왜? 도대체 왜!"
결국 성빈은 화가 폭발한건지 고개를 아래로 팍 숙이면서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건 다시 조용해지는 허공뿐, 나아지거나 달라지는건 전혀 없었다.
결국 성빈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화가 난 자신을 천천히 달래기 시작했다. 그 옆에 앉아있는 종빈은 한숨을 푹 하고 내쉬면서 고개를 들어서 하늘에 떠있는 달을 쳐다봤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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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내가 어떻게든 야구부로 보내줄게201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