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84화 (184/255)

우리 동네 야구팀-182화

"으음... 그렇다면 이 투수는 이런 방식으로 공략해가면 될거같고..."

그날 저녁, 용식의 자취방, 그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열심히 데이터를 보면서 뭔가를 쓰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고 있었다.

"음... 그것보다는 이렇게, 조금 비율을 바꾼다고나 할까... 이런식으로 가는게 더 맞다고 봐요"

"그러냐?"

그리고 그의 옆에서 그를 보조해주고 있는 예영, 동창회떄 이후로 수혁과 전혀 연락도 닿지않고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지만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용식을 도와서 데이터를 정리해주고, 용식이 생각한 전략이나 작전을 수정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현재 8강까지 살아남은 모든 투수, 타자들의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공략법들과 수비 위치, 시프트 등을 모두 설정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호흡은 꽤나 매끄럽게 잘만 흘러가고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식으로 호흡을 종종 맞추기라도 한듯한 모습, 매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손놀림들이 익숙해보였다.

그런식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다 끝났는지 용식이 힘없이 샤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으어어... 드디어 다 끝났다..."

"쉬는날에 나까지 불러서 뭐하는거야 진짜..."

예영은 그런 용식을 보면서 궁시렁 거리듯이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엌 식탁에서 물병을 들고는 컵도 없이 곧바로 들이켰다.

"야, 야, 바로 앞에 컵두고 꼭 그래야겠냐"

"뭐, 어때. 입만 안닿으면 된거지 뭐"

"에휴..."

용식은 예영을 보면서 즛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는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는 침대겸 소파로 스는 매트리스에 가서 털썩 누워버렸다.

"남자들은 또 저런애가 좋다면서 아주 그냥 헤벌레 하고 다니겠지. 그나저나 수혁이는 너 그러는거 아냐? 지난번에 보니까 수혁이한테 관심 있던거 같아보였는데 말야"

풉-

편하게 누워있는 용식의 생각없는 한마디, 하지만 예영은 돌직구처럼 느껴진건지 입안에 머금고 있던 물을 살짝 뿜어버렸다.

"아 진짜 드럽게..."

용식은 그런 예영을 보면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있는건가 하면서 예영을 빤히 쳐다봤다.

예영은 말없이 행주로 자신이 뿜은 물을 닦은 다음에 말없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용식은 그런 예영을 보면서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평상시라면 별로 눈치채지도 못할 용식이지만, 지금 그만큼 예영의 모습은 누가봐도 확 티가 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잠시, 예영은 다시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별일 없다는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약간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지금까지 봐와서 알지 않아? 애들한테 얘기도 들었을테고. 뭐... 똑같지"

*

"..."

"수혁아...?"

"아, 미안"

아, 잠시동안 멍하니 있었나보다. 여운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오늘따라 왜 자꾸 다른 생각이 드는건지.

그뒤로 며칠이 지난 금요일 오후, 나는 여운이를 만나서 잠시 카페에 들어와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잠시동안 다른 생각을 하다가 여운이의 말을 듣지 않은것 같았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건지...

지금 내 머릿속은 뭔가 차분하게 정리가 된것 같으면서도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 뭔가 붕 뜬 느낌과 함께 여운이에게 집중이 되지를 않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1초라도 여운이의 눈을 보고, 조금이라도 여운이의 손을 도 잡고 싶었지만, 오늘맠늠은 이상하게시리 여운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유예영. 그애가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 동창회때 매정하게 나가버린 이후로, 예영이에게 제대로 실망해버린 이후로, 그 다음날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 구속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너무 심했나 하면서 작은 돌멩이로 시작했던게 그동안의 계속 떠오르고, 그 불편함 마음이 축적된건지 이제는 엄청난 바위가 되어서 나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고있으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느 느낌, 오히려 혼자서 가만히 멍때리는 시간이 더욱더 많아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밥먹다가고 종종 멍하니 있는 일이 종종 발생할 정도일까.

"수혁아... 너 괜찮아? 오늘따라 조금 이상해보여"

"아, 아냐.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가봐"

아, 또 다시 여운이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이면서 대충 둘러댔다.

"내일 시합 있지 않아...? 컨디션 안좋으면 힘든거 아냐?"

내가 그러자 여운이는 걱정되는건지 눈썹이 살짝 처지면서 내 머리위에 자신의 손을 대보았다.

예전과는 많이 다르게 과감해진 스킨십. 이제 이런 가벼운 느낌의 접촉은 여운이도 별 부담없이 행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내 심장은 전혀 두근거리지 않고 있었다. 원래의 나라면 갑자기 심장이 막 두근거리거나 못해도 설레는 느낌정도는 있어야겠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그런 감정이 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애써 잊어내려던 예영이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잊으려고 해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왜, 왜,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현재 내 머리로는 절대로 이해가 가지않는 현상, 그러면서 나는 여운이의 손을 잡고는 내 이마에서 천천히 떼어냈다. 여운이의 손이 계속 닿아있으면 더욱 불편할것만 같았다.

"괜찮아, 조금 쉬면 나아질거야"

그러면서 애써 내뱉은 한마디 거짓말, 여운이는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아페 놓인 음료를 홀짝이면서 눈으로는 나를 슬쩍 쳐다보면서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런 여운이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나도 앞에 놓은 음료를 살짝 홀짝거렸다.

평상시라면 이미 다 마시고도 남았을텐데, 나 오늘 진짜 뭔가 이상한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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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화-어딘가 이상한 수혁(2)20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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