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84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경기의 캐스터를 맡은 이주용 캐스터 입니다. 그리고 해설에는 박학진 해설위원님이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학진 입니다]
며칠뒤 7월 26일, 이젠 완전히 한여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전 한밭야구장 중계부스에서 중계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메라는 그라운드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각 팀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둘은 각자 물로 목을 축이거나 대본, 자료들을 정비하면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서로 각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위원님, 아무래도 지금은 D.라이더즈의 기세가 장난 아니던데, 오늘도 이어지겠죠?]
[글쎄... 하지만 호연 팔콘즈도 만만치 않은 전력입니다. 한번 붙어봐야 알겠죠]
[음... 확실히 거포들이 많은 타선이다 보니까 어디서 터질지는 모르겠군요...]
해설의 말에 캐스터는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비가 다 끝났는지 움직이던 손이 멈추고서 편안한 자세로 화면을 바라봤다.
"...이제부턴 절대로 쉬운 경기는 없다. 그리고 쉬운 상대도 없어. 알지?"
"저도 충분히 조사 다 하고 왔습니다"
한편 1루측 덕아웃 근처 그라운드. 수혁과 용식이 나란히 선채로 반대쪽에 있는 상대팀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식은 평상시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옆에 있는 수혁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조금 긴장한 기색은 보여도, 최대한 발고 무난하게 몸을 풀면서 준비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뭔가 투지가 불타오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근데 너 오늘따라 왜이리 얼굴이 굳어있냐. 자, 자, 긴장 풀어 인마"
용식은 긴장한 걸로 착각했는지 수혁의 어꺠에 팔을 두르면서 친근하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수혁이 그라운드를 쳐다본채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저 승부욕 더럽게 없는거 아세요?"
"어?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고 그러냐"
"근데, 이제부터는 승부욕좀 잔뜩 부려보게요. 지금까지 부리지 않았던것 까지 싸그리 다 부려보게요. 그래서, 어떻게든 쌍둥이 녀석들, 계속 야구할수 있게 해주고 싶어졌어요"
수혁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무조건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서 그런건지 용식에게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같이 굳어지는 용식의 표정. 그리고는 말없이 수혁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수혁의 투지를 알아챈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냐? 그럼 가서 실컷 던져. 그리고 제압하고 와"
"안그래도 그러려고요"
수혁은 코로 숨을 크게 내쉬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심판이 모이라는 제스처를 보내자 그라운드로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용식은 그런 수혁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다.
'화사첨족...'
*
[방금전에 시구까지 다 끝나고 호연 팔콘즈의 1회초 공격전에 안수혁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잠시뒤, 서로 인사를 건네고 각종 이벤트가 모두 다 끝난 상황. 그리고 지금 마운드에는 수혁이 가볍게 공을 던지면서 마지막으로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수혁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종빈이 요구하는 곳으로만 공을 가볍게 점검한다는 마음으로 꽂아넣고 있었다.
종빈은 공이 들어갈때마다 좋다고 크게 외쳐주면서 그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노력했지만, 오늘따라 수혁의 표정은 거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평상시라면 솔직하게 다행과 의욕이 살짝 엿보이는 표정을 지었겠지만, 오늘은 그저 고개를 한번만 끄덕이는 것으로 끝을 내버렸다.
'그때 이후로 정말로 많이 진지해졌어...'
종빈은 그런 수혁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오른주먹으로 미트를 두어번 팡팡 두들겼다. 그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아자! 아자! 오늘도 이기자!"
"아자!"
종빈이 소리치자 소리가 들리는 수혁과 내야수들 전체가 모두들 크게 소리쳤다. 종빈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욕을 더욱더 화끈하게 불태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젠 확실하다. 야구, 야구가 진짜로 하고 싶어, 야구선수가 되고싶어'
"하아... 오늘 경기도 확실하게 틀어막고 4강, 결승 까지 파죽지세로 끌고 올라가는거다"
종빈이 그러고 있을 즈음, 수혁은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중얼거리면서 바닥에 있던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절대로 타협은 없다는 듯한 말투. 평상시에 절충안을 찾고, 최대한 서로 좋게좋게 가는것을 좋아하던 수혁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는 쥐고있던 로진백을 살며시 몇번 주물렀다. 그리고 툭 던져 놓은 다음에 오른손에 입김을 살짝 불자 송진가루가 입김에 날려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러는 사이 타석에는 타자가 들어왔다. 타자는 퍼펙트 투수라는 위엄 때문인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우타자 타석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에 배트를 꽉 잡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수혁은 들어온 타자를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직구 그립을 잡고는 심판이 경기시작 콜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플레이보올!"
"와아아!"
두두두두둥-
잠시뒤, 심판의 우렁찬 콜과 함께 관중석이 시끄럽게 울리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혁은 그에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종빈이 보내는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몸쪽 직구. 우선은 퍼펙트맨 이라는 명성을 이용해서 압박해가자'
종빈은 침착하게 사인을 내보낸 다음에 자신이 요구한 곳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은 사인이 맘에 들었는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오늘의 첫 공을 힘차게 뿌려냈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힘차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는 한발 늦게 나오는 타자의 배트를 피해서 종빈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안수혁 선수, 1구는 과감한 몸쪽 스트라이크 입니다]
심판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 다음, 캐스터의 상황보고가 이어졌다. 반면에 타자는 막막한건지 오른손으로 헬멧을 고쳐쓰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음... 진신후 선수, 지금 한숨을 쉬는걸 보니까 안수혁 선수에게 완전히 밀린것 같습니다]
해설은 타자의 행동이 못마땅한지 이건 아니라는 식의 말투로 타자의 행동을 지적했다. 캐스터는 그런 해설의 말에 조금 부가적인 설명과 함께 질문을 덧붙였다.
[리드오프가 초구서부터 완전히 밀린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는건 오늘 호연 팔콘즈의 공격이 순탄치 않을거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팀의 1번타자, 리드오프라는 것은 그 경기 공격의 선봉장입니다. 그런데 그런 선봉장이 지금 완전히 밀린채로 시작해버리면... 호연 팔콘즈, 아무래도 오늘 공격은 꽤나 힘들걸로 예상됩니다]
[아무래도 상대 투수가 퍼펙트맨 이라는 별칭을 가진 안수혁 선수다 보니까 더욱더 심각하겠군요]
[아무래도 영향이 없을리가 없겠죠]
그 대화를 시작으로 둘의 말문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지금 경기를 하는 각 선수들에 대해서 아는 일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뭔가 나름 화기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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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2)201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