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85화
"후우..."
한편, 수혁은 마운드 위에 선채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초구라서 살짝 긴장했던건지 오른손으로 잠시 모자를 벗고는 다시 고쳐썼다.
'일단 초구는 잘 들어갔다. 첫 단추는 잘 꿰었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붙이자'
수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마운드에 떨어져있던 오른발을 다시 갖다대었다. 그런 다음에 침착한 표정으로 타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원래 공이 저렇게나 위력적이었나... 분명히 전광판에는 111km로 나오는데 어째 체감하는거는 120km는 되보인단 말이야. 미치겠네...'
타자는 지금까지 밖에서 봐오던 것과 다른 수혁의 구위에 놀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고는 다시 칠 준비를 했다.
'지금 투수의 공은 생각보다 많이 위력적이야, 쉽게 안타를 칠수는 없어보여. 그럼 일단 데이터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걷어내면서 버틴다는 생각으로 가자. 그래도 몸쪽 직구는 온다면 그냥 버리게 될거 같으니깐...'
그러면서 점차 3루쪽으로 이동하는 타자의 왼다리. 그러면서 거의 일자로 있었던 발의 위치가 오픈 스탠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오픈 스탠스는 종빈의 눈에 곧바로 들어왔다. 종빈은 그런 타자를 말없이 쳐다보더니 곧바로 바깥쪽 직구 사인으로 보냈다.
'지금 몸쪽이 열려있다. 이번엔 배트가 닿기 힘들도록 바깥으로 꽂아넣자'
'오케이'
수혁도 타자의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사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혹시나 상대가 타임을 외치고 자세를 바꿀까봐 잠시의 텀도 없이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투!"
투구는 종빈이 요구한 곳으로 잘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심판의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힘차게 울려퍼졌다.
[안수혁 선수, 두번째공은 바깥쪽에 걸치는 직구가 들어갑니다]
공이 들어가자 캐스터는 침착하게 방금 일어난 상황을 한줄로 요약해서 정리했다. 그리고 이어서 해설이 할말이 있는건지 입을 열었다.
[안수혁 선수가 원래 공격적인 볼배합을 즐기는 투수입니다. 그리고 임종빈 선수는 그런 안수혁 선수를 잘 알고 있어서 보통은 안수혁 선수의 스타일대로 볼배합을 해주고는 합니다]
[음... 지금 안수혁 선수의 공식적인 구속은 대략 110km 정도로 아는데요, 그리 빠르지 않은 공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오기 어렵지 않습니까?]
캐스터는 해설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건지 궁금하다는 말투로 해설에게 질문을 건넸다. 해설은 그런 질문이 나올줄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물음에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어떤건가요?]
[우선 안수혁 선수의 제구력이 매우 좋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저 볼과 스트라이크만 구별할줄 아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존을 9개로 나누어서 원하는 곳으로 잘 보낼수 있는 정도입니다]
해설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잠깐의 텀을 두었다. 그리고 그 틈에 잠시 숨을 돌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변화구의 각도가 뛰어납니다. 그중 특히 커브는 슬러브의 느낌도 조금 보일정도로 다른 선수들의 커브에 비해서 횡으로 휘는 정도가 매우 큽니다. 만약 안수혁 선수가 서클체인지업을 제대로 익힌다면, 지금 이 대회에서 안수혁 선수에 견줄만한 투수는 김현 선수 정도밖에 없다고 봅니다]
[오... 그정도 인가요?]
[1년만에 오합지졸을 강팀으로 만든 유용식 감독의 작품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캐스터는 매우 신기하면서도 놀랍다는듯이 화면에 단독으로 나오는 수혁을 쳐다봤다. 뒤이어 해설도 잠깐 목을 축인 다음에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편, 중계부스에서 그런 얘기들이 오가는 동안 마운드 에서는 수혁이 마운드를 밟고 서있는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사인을 받은건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흐음... 현재 다시 원래의 발로 돌아왔고, 커브는 대비하고 있을거 같으니까 바깥쪽 커터로 가자는 거구만'
수혁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직구로 잡고있던 그립을 커터로 바꿔쥐었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을 던졌다.
'어디 얼마나 휘는지 한번 알아보자!'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직구처럼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타자도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빠르게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타자의 제대로된 착각지었다. 공은 물밀듯이 쭉 들어오다가 어는 순간에 갑자기 바깥쪽으로 휙 꺾이면서 그대로 타자의 배트 끝부분을 비껴 지나갔다.
타자는 급하게 최대한 발을 뻗어서 배트를 내밀어 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상황. 결국 시원한 소리와 함께 공은 미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결국 그렇게 삼구만에 아웃이 되어버리는 타자, 이어서 심판이 우렁찬 콜이 들려오면서 이젠 더이상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이스!"
그와 동시에 오른주먹을 꽉 쥐면서 기뻐하는 수혁,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잡은게 만족스러운지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오늘따라 다른 승부욕과 삼구삼진의 탄력을 받은건지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이닝 체인지!"
"와아아아!"
"퍼펙트맨! 퍼펙트맨!"
두두두두두둥-
다음 타자들도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1회말을 강렬하게 끝마쳤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서 느긋하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
[현재 2회말, 주자는 1사 1루. 그리고 타석에는 임종빈 선수가 나와있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흘러서 2회말, D.라이더즈의 공격 차례였다. 그리고 선두타자 산욱이 안타를 치고, 5번타자인 성빈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현재 상황은 주자 1사 1루. 장타가 나오면 코스에 따라 득점을 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타석에 들어와서 잠시 배트를 점섬하는 종빈. 그리고 문제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배트를 꽉 쥐고는 칠 준비를 다 마쳤다.
[성지훈 선수, 1회는 빠른 구속으로 타자들을 잘 막아냈었죠?]
[네, 그렇습니다. 우선 120대의 직구로 타자들을 힘으로 꽉 눌러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첫바퀴고 처음본 투수이다 보니까, 공이 조금 익숙해진다면 완전히 밀릴 정도는 아닐겁니다]
중계부스에서는 화면이 성지훈 선수의 1회 투구 내용을 다시 보여주면서 중계진이 투수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누었다. 그런 다음에 다시 원래의 화면으로 돌아오자 완전히 준비가 다 끝난 종빈을 확인하고는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1회는 힘으로 꽉꽉 눌러버렸단 말야. 그렇다는건 지금 홈런은 무리야. 일단 정확히 맞춰서 안타를 만들어 내는데에 집중해야겠어'
중계진이 그러는 와중에 종빈은 침착하게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서 어떻게 할지 막 결정을 다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공이 오기만 하면 되는 상태를 만들었다.
하지만 뭔가 의견이 잘 맞지 않는건지 자꾸만 고개를 가로젓는 투수, 종빈은 무슨 일이 있나 하면서도 혹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하에 여전히 투수의 손에 시선을 둔채로 집중하고 있었다.
"타임"
"오케이, 갔다와"
그러다가 결국 답답한건지 일어나는 포수, 그리고는 마운드 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포수를 멍하니 바라보는 종빈, 그러면서 뭐 벌써 저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길래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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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3)201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