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87화
'왜지? 내 슬라이더는 거의 존을 반으로 가를 정도로 엄청 휘었을텐데,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던거야?'
종빈이 기뻐하면서 각 베이스를 돌고있을 무렵, 투수는 공이 넘어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슬라이더는 이 대회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법한 변화구였다.
'안수혁의 커브, 김현의 포크, 그리고 내 슬라이더. 이 대회 선수들중에 가장 완벽한 변화구 세손가락 안에 드는 변화구잖아... 그런데, 그런데, 그걸 쳤다고? 그걸...?'
투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때의 감각을 떠올려봤지만, 그떄의 감각은 아무런 문제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잘 들어간 공이었다.
"왜... 왜...?"
그러면서 이젠 멘탈이 거의 흔들리기 시작하는건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동공, 그러면서 한숨이 조금 떨리듯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서 듣도보도 못한 사람에게 깨져 버린다면 보통 나오는 반응은 크게 두가지가 나온다.
절망하고 흔들리다가 무너지던가, 아니면 더욱더 노력해서 결국엔 더욱 이겨내고 굳건해지던가.
하지만 지금 이 투수는 전자의 경우에 속했던건지
파앙-
"볼, 볼넷!"
다음 타자인 상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케이, 됐다. 선발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틈을 타서 무너트리면 오늘 경기는 쉽게 가져갈수 있다. 제발 쉽게 가자...'
그와 동시에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건 용식이었다. 그는 투수가 흔들리는걸 눈치채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영훈에게 사인을 보냈다.
'상대가 흔들리고 있다, 무조건 밀어붙여. 지난번처럼 한번 더 치고 나가자'
영훈은 용식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배트를 꽉 쥐고는 자세를 잡은 다음에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타임!"
하지만 갑자기 타임을 외치는 포수, 그리고는 마운드 위로 다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덕아웃에서 감독도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아... 역시, 저쪽도 눈치를 챘구만...'
용식은 덕아웃에서 나오는 감독을 보고는 속으로 아깝다고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에 옆에 놓여있던 데이터 뭉치를 들어서 이어서 나올만한 투수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의 후보를 간추린 다음에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바꾼건지 다른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역시, 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네'
용식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번 공격은 더이상 없다는걸 느꼈는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데이터를 내려놓고는 벤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고
파앙-
"아웃, 이닝 체인지!"
초구만에 병살타가 나오면서 가뿐하게 마무리 되었다.
*
[2회말, 임종빈 선수의 투런포로 D.라이더즈가 선취점을 따냈지만, 후속타가 불발하면서 추가득점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3회초, 마운드에는 여전히 안수혁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잠시뒤, 이닝이 교대되고 마운드 위에는 수혁이 서 있었다. 그러면서 오른어깨를 돌리면서 잠시 식었던 어깨를 다시금 예열시키고 있었다.
'이제 앞서가기 시작한다. 무조건, 무조건, 지키고 막아내서 어떻게든 오늘 경기도 승리로 장식한다'
오늘 경기가 시작될때부터 수혁이 계속 속으로 중얼거렸던 한마디, 이제 그만 할때도 된것 같았지만, 수혁은 계속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그 한마디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 막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직구 그립으로 잡고는 종빈이 사인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3회초, 분명히 아직까지는 쉽게 갈수있다. 최대한 위력을 과시하는 쪽으로 가자'
종빈은 타자를 슬쩍 보면서 이번 이닝을 어떻게 끌어갈지 커다란 방향을 정했다. 그런 다음에 막힘없이 사인을 보내고는 요구한 곳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오케이'
수혁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한 다음에 거침없이 공을 뿌려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종빈이 요구한 곳으로 정확히 들어간 초구, 뒤이어 심판의 콜이 우렁차게 울려왔다.
'뭐지? 구속이 실제로 나오는 숫자보다 더 빠른거 같은 기분인데...?'
타자는 지금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배트를 몇번 돌려보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뭐, 체감구속이 더 빠른거 같다면 배트를 조금만 더 빨리 내면 되겠지'
타자는 간단하게 생각하면서 침착하게 수혁을 쳐다봤다.
"후우..."
한편, 수혁은 잠시 타이밍을 잡는건지 먼곳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갑갑한 느낌이 드는지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제대로 고쳐썼다.
'각오나 승부욕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다못해 넘쳐흐를 지경이야. 그런데 왜 오늘따라 집중이 잘 안되는거 같지...?'
수혁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종빈의 홈런이 터지고 마운드 위에 올라오자 갑자기 집중이 안되는 이상한 느낌, 왠지 모르게 온몸이 공중에 붕 떠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아..."
집중을 해보려고 심호흡을 해봤지만 전혀 소용없는 짓거리들. 그러면서 자꾸만 경기에 대한 생각이 아닌, 다른 잡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이러지...'
혹시 리드를 잡게 되어서 불안함이 가중된걸까, 아니면 무조건 막아야 된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된걸까, 자꾸만 기 시합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을 던질수도 없게 되었다.
결국, 수혁은 결국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종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종빈의 미트만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다른건 생각하지 말자, 오로지 미트만 보고 공만 꽂아넣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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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5)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