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90화 (190/255)

우리 동네 야구팀-188화

'...나왔다'

수혁이 이녀석, 오늘따라 뭔가 불안해 보이더니 드디어 그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일지는 몰라도 내 눈에는 확실히 보인다. 지금 수혁이는 흔들리고 있다.

16강이 끝난 이후부터 달라진 표정과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무슨 고민거리라도 생긴건지 얼굴빛이 뭔가 살짝 어두운 느낌도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 이번 이닝이 최대 위기겠다'

용식은 살짝 긴장되는지 입 안에있던 침을 조심히 삼켰다. 그러면서 근처에서 쉬고있던 매니저 웅철을 불렀다.

"웅철아"

"네"

웅철은 무슨 일이냐는 반응으로 곧장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시선을 용식에게로 옮겼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을 잘 듣고, 곧바로 사인으로 보내"

"네? 그냥 감독님이 하셔도 되지 않아요?"

웅철의 말대로 사인 정도는 자신이 직접 보내도 되는 일, 쓸데없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됐었다.

"일단 지금은 그냥 잔말말고 해"

"넵"

웅철은 웅철의 물음을 그대로 묵살하면서 사인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감독님 정도면 뭔가 생각이 있겠지'

웅철은 일단 시키는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용식이 지시하는대로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우선, 종빈이한테 마운드 위로 올라가라고 지시해"

"...네? 그럴거면 그냥..."

"일단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용식은 의아해하는 웅철의 반응을 무시하면서 계속 밀어붙였다. 웅철은 왜 이러나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계속해서 사인을 전달했다.

"그런 다음에 수혁이좀 진정시키라고 해"

"그런 다음에는요?"

"끝이야"

"...넵"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용식의 행보, 웅철은 왜 귀찮게 이런짓을 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용식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어쩔수가 없었다.

'올라가면 되는걸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거래...'

*

"야, 괜찮냐?"

조금 전부터 수혁이가 뭔가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불안한거 같지는 않았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아신건지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올라와보니까 수혁이의 표정이 그닥 좋지 않았다. 시선이 한군데에 있지를 못하고 자꾸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이걸 어떻게 아신거야?'

그나마 가까이 있는 나도 간신히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였는데, 이걸 어떻게 알아내신건지, 감독님도 참 대단하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해줄일은 수혁이를 진정시키는 일. 나는 수혁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자꾸만 이리저리 움직이던 수혁이의 눈이 점차 잦아들더니 나하고 완벽하게 눈이 마주쳤다.

"얌마, 갑자기 왜그래. 집중을 못하고 있냐"

"어... 별거 아냐. 갑자기 막 부담감이 강해졌나봐"

"..."

수혁이는 괜찮다고 하면서 털털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내 손을 내리고는 다시 멀쩡해졌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게 아냐. 전혀 나아지지도 않았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괜찮아자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도 이런쪽이 아니었다. 시합이 아닌, 야구 외적인 일도 같이 겹쳐져 있는것 같았다.

지금, 수혁이는 너무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지고 가는 사람 같아보였다.

"...그래, 너무 부담감이 생긴거면 그냥 내 미트만 보고 뻥뻥 꽂아넣어. 내가 리드할게"

수상해 보이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감. 그걸 말했다간 수혁이가 괜히 더 흔들릴수가 있다. 결국 나는 발길을 돌려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자리에 돌아가고 나자 계속해서 느껴지는 불안감. 그러면서 왠지 이번 이닝이 힘들어질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팀의 에이스고, 나도 그동안 공부한게 있지. 내가 리드해서 이겨내면 되는거야'

나는 그러면서 곧바로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구한 곳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이는 잠시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텀을 두었다. 그리고 드디어 집중이 된건지 망설임없이 와인드업을 하고는 힘차게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볼"

결과는 존을 공 한개정도로 빠져나간 볼. 제구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지금 수혁이 상태를 봤을때 이정도는 각오한 일이었다. 나는 미트를 팡팡 두들기면서 수혁이에게 공을 던져줬다.

"오케이! 공 좋다!"

겉으로는 칭찬을 하면서 건네지만, 사실상 지금 공은 불안한 상태. 평상시라면 존 안팎으로 마음대로 넣고 뺄수 있었던 수혁이의 제구가 무뎌진 모습이 확 드러났다.

'이정도면 상대도 우리팀의 대략적인 정보는 가지고 있을터, 이번 공도 빠지면 분명히 낌새를 느낄수도 있어'

다행히 타자는 아직까진 잘 눈치채지 못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한번 더 이런다면 분명히 의심을 가질터, 이번엔 어떻게든 존 안으로 공을 넣어야 했다.

그것도 직구가 아닌, 커브같이 낙차가 큰 변화구로 집어넣어야 한다. 제구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렵겠는데'

지금 수혁이의 제구로는 힘든일. 하지만 여기서 상대가 눈치챈다면 이번 이닝을 넘기기는 더욱더 힘들어진다. 어떻게든 집어 넣어야만 했다.

'커브, 존 아래쪽에 걸치도록'

'...오케이'

결국 이판사판으로 보낸 커브사인, 수혁이는 잠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내 의도를 파악한건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잠깐의 텀을 두다가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내가 요구한 곳으로 들어와라...'

수혁이의 다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순간,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속으로는 제발 들어오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슈욱-

그러는 사이 공은 수혁이의 손을 떠나서 나에게 쭉 뻗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다 왔을 즈음, 공이 꺾이면서 내가 요구한 곳보다 내가 요구한 곳으로 공이 들어왔다.

파앙-

"스트라이크 투!"

'하아... 다행이다...'

꺾이는 각이 조금 작기는 했지만, 그래도 요구한 쪽으로 괜찮게 들어온 투구. 심판의 콜과 함꼐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끌면 끌수록 불리해진다. 몸쪽 직구'

현재 볼카운트는 유리한 상황, 그리고 지금 수혁이의 상태는 불안한 상태. 나는 곧바로 끝내기 위해서 직구 사인을 꺼내들었다. 수혁이도 빨리 끝내고 싶은건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던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구위는 괜찮아. 그러니까 제발 아까 보여줬던 제구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그정도만이라도 나와줘라...'

나는 그런 수혁이를 보면서 속으로 거의 빌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수혁이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지는 순간, 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면서 포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 어...?'

하지만 뭔가 궤적이 어딘가로 이상하게 가는듯한 느낌, 그러면서 공을 따라가던 내 시선은 점점 왼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거, 거긴 타자가...'

나는 놀라면서 어떻게든 공을 잡으려고 미트를 뻗으려 했지만, 팔이 닿지도 않아서 어쩔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 결과

퍼억-

"데드볼, 타자 출루해"

'아....'

데드볼로 거의 다 잡은 타자를 1루에 보내주게 되었다.

────────────────────────────────────

189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6)2016.04.1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