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91화 (191/255)

우리 동네 야구팀-189화

'...아'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중이 안되던 내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져 버렸다.

'안돼, 안돼, 어떻게든 야구 할수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여기서 무너질수는 없어, 안돼, 안돼...'

그러면서 아까까지만 해도 자꾸만 산만했던 정신에 실점은 안된다는 생각까지 겹쳐서 들기 시작했다.

실점을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집중이 되지 않는 머리와 가슴. 이 두가지가 합치니까 뭔가 더더욱 강한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그러는 사이 어느순간부터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레드 타이거즈와의 예선때나 느꼈을법한 심장박동이었다.

그땐 뭔가 의지가 확고했고, 힘들었지만 정신만큼은 또렸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만해서 정신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왜, 왜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이렇게까지 집중이 되지 않는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이유. 결국 나는 그대로 계속 공을 던질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한 다음에 내가 할수있는 최대한으로 집중하면서 계속 공을 던져나갔다.

슈욱-

*

까앙-

[중견수 옆을 빠져나가는 타구! 그사이 1루주자는 2루 돌아서 3루에, 타자주자는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순식간에 동점 찬스가 만들어지는 호연 팔콘즈, 점차 흐름을 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수혁 선수,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럴때 감독이 한번 올라가줘야 될거 같은데요]

조금 뒤, 시원한 타격음이 들리면서 타구는 중견 수 옆으로, 주자들은 각자 2루와 3루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아까보다 더욱더 힘겨워하는 수혁의 얼굴. D.라이더즈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늘상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상대 타선을 제압까지는 아니어도 잘 막아냈던 수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경기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32강의 퍼펙트 게임으로 대회 에이스급 투수의 반열에 오른 수혁. 그런 명성은 관중들을 더더욱 심각한 충격에 빠트리고 있었다.

"말도 안돼..."

"저 투수 잘던진다면서?"

"그러게.. 오늘 왜그러지? 혹시 컨디션이 나쁜건가?"

"감독이 혹사시키는거 아냐?"

그러면서 점차 이상한 상상을 하고 서로 얘기를 하면서 점점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는 관중들도 몇몇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약 수혁이 들었으면 더더욱 혼란이 올법한 소리들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마운드에서 관중석의 작은 소리가 들릴리는 없는법.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금 수혁은 관중석의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들리긴 하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멍하니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앞에 서있는 종빈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후우... 자, 일단 침착하자 침착해'

한편, 종빈은 심호흡을 하면서 평점심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현재 수혁은 불안한 상태, 그리고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덕아웃.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종빈마저 평정심을 잃고 당황한다면 오늘 경기는 완전 내주게 될것 같았다.

'수혁이가 이정도로 힘들어 하는건 레드 타이거즈전 이후로 처음인데... 아씨, 그때 괜히 얘기했어. 괜히 애 힘들게 해서는...'

종빈은 자신이 했던말을 후회하면서 미안한 눈빛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래도 언제까지 계속 미안한 시선으로 바라볼수는 없는법, 종빈은 혹시 덕아웃에서 지시가 있는지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하지만 덕아웃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건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종빈은 그런 용식을 약간 원망하듯이 쳐다본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티가 안날때는 먼저 알아채더니, 이렇헤 흔들릴때는 가만히 있어?'

종빈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늘상 생각이 있고, 합리적으로 행동에 옮긴 용식이었다. 결국 종빈은 용식을 믿기로 하고 다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아, 조금만 더 버텨줘라. 직구, 제발 존 안으로만 들어와라'

평상시라면 절대로 나오지 않을 사인, 종빈은 조금 어색한건지 더듬거리면서 사인을 보내고는 존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아... 지금 내 제구가 그렇게까지 무뎌진거야...?'

사인을 확인한 수혁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더 확인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다음에 허리를 약간 숙여서 존 한가운데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계속 이러면 오늘 경기는 답이 없어진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번에는 종빈이가 요구하는 곳으로 잘 집어 넣어야돼...'

수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미트만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잘 되지않는 집중, 그럴때마다 수혁은 숨을 짧게 끊어 뱉으면서 다시 미트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했을까, 이제서야 조금 집중이 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혁은 그제서야 다시 허리를 세운 다음에 셋포지션 자세에서 곧바로 공을 뿌렸다.

슈욱-

공이 수혁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번만큼은 공이 확실히 자기의 의도대로 되었다는 뜻인지 수혁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띄워졌다.

그와 동시에 타자의 배트도 거침없이 돌아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확신에 찬듯한 거침없는 모습의 배트, 그러면서 존으로 향해오는 공에게 무섭게 달려나갔다.

'...여기서 분명히 터진다. 이정도면 충분히 깨달았겠지'

덕아웃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용식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시선만 공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포수 종빈의 바로 앞에 왔을 즈음

까앙-

맑은 타격소리와 함께

[이추원선수, 쳤습니다!]

중계석에서 캐스터의 힘있고 절도있는 목소리가 나왔다.

"와아아!"

"달려! 달려!"

그와 동시에 홈으로 향해서 질주하기 싲가하는 주자들. 그사이 공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뚫고 중견수 운선 앞으로 굴러갔다.

"흐앗!"

운선 어떻게든 2루주자라도 막아보려고 전력으로 송구했지만 너무 늦은 상황. 결국 두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오면서 상황은 2대 2 동점이 되어버렸다.

"와아아!"

"이추원! 이추원!"

그러면서 갑자기 확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호연 팔콘즈쪽의 관중석. 반면에 반대편 관중석은 찬물이라도 끼얹은듯이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멍하니 홈을 쳐다보고 있는 수혁. 그러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이제부터 잘 막으면 된다, 이제 득점권에 주자도 없어.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던지자...'

수혁은 심호흡을 하면서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뒤

터엉-

[홈런! 홈런입니다! 이어지는 박시준 선수의 투런 홈런포가 터집니다!]

투런 홈런과 함께 수혁의 멘탈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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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7)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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