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92화 (192/255)

우리 동네 야구팀-190화

"헉... 허억..."

수혁이 갑자기 무너져버린 3회초. 지금 수혁은 심적으로 완전히 무너진건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초점을 잃은 눈으로 종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수혁의 오른손. 수혁은 의식없이 그 손을 올려서 모자를 고쳐쓰고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그렇게 몇번 쉬고 나니까 조금이나마 나아졌는지 흐리멍텅하던 눈이 조금 돌아온건지 초점이 잡힌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고는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이젠 진짜로 더이상 점수를 내주면 큰일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천천히,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하나 천천히 막아나가자'

수혁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리고 힘차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허리를 약간 숙인 다음에 사인을 보내려고 하는 순간

"타임!"

덕아웃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용식이 마운드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종빈도 마스크를 벗고는 같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수혁아, 너 괜찮냐?"

먼저 올라온 종빈은 오자마자 수혁의 안색을 살피면서 괜찮냐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수혁은 아직 완벽히 좋아진건 아닌지 한숨을 내쉬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 아직 불안하긴 해"

"맞아. 아직 불안하지"

언제 온건지 수혁의 말에 동조하는 용식, 그 둘은 고개를 돌려서 용식을 쳐다봤다.

용식은 잠시동안 영훈이 있는 우익수 방면을 쳐다보다가 다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화사첨족, 이미 충분한데 너무 완벽을 추구하지마. 부담을 갖지말고 다른 고민은 여기선 잊어버리고, 산만해 보이는건 그것들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거야. 침착하게,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마"

용식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자신의 할말을 다 한건지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왼손으로 수혁의 어깨를 짚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건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너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마"

용식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아무런 말도없이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그런 용식을 멍하니 바라보는 수혁. 이해가 잘 되지 않은건지 잠시동안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그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초심으로. 예전의 그 버티던 그때로, 지금은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용식이 조금 두서없이 막 늘어놓은 말들. 종빈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살짝 멍한 표정을 짓다가 수혁의 미소를 보고는 곧장 느낌적으로 알아차렸다.

수혁은 그런 종빈을 보면서 이젠 완전히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타석에 있는 타자를 잠깐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종빈아, 지금까지 볼배합은 어땠냐?"

수혁의 말에 종빈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초반에는 늘 하던대로 존을 넓게 썼지, 근데 조금 전부터 이상해서 무조건 존 안으로만 넣으라고 했잖아"

"그래, 그때도 제구가 불안정해서 왔다리 갔다리 했었지?"

"...뭐 거의 그렇지"

종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혁은 됐다고 중얼거리면서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다음에 종빈에게 가까이 와보라는 제스처를 했다.

종빈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건가 하는 기대감을 살짝 가진채로 수혁에게 귀를 내밀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수혁읠 말을 들을 준비를 다 마쳤다.

"이제부턴 그냥 무조건 몸쪽만 빵빵 찔러대는거야"

"뭐?"

종빈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서 놀란 눈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현재 수혁은 조금 전까지 멘탈이 붕괴되면서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난 상태였다. 거기다가 구속이 빠른것도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장점인 제구력을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하지만 수혁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듯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셋포지션으로 해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거야. 그러다가 상대가 좀 눈치를 챘다 싶으면 느리게, 매우 느리게 가는거지"

"음..."

수혁의 부연설명에 그럴싸 하다고 생각하는 종빈, 그러다가 확실히 결정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싸 하네. 좋아. 이대로 가보자"

"오케이, 지금까지 싼 똥좀 치워보자"

종빈은 대답한 다음에 수혁과 주먹을 가볍게 마주치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홀로 남게된 수혁. 그리고 종빈이 자리로 돌아가자 자신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오케이'

종빈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까 말한대로 타자의 몸쪽이 미트를 내밀었다.

'이건 지금까지와 전혀 정반대의 투구를 보여주는것이기도 하고, 상대방이 우리의 의도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는가 테스트할수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종빈이 미트를 내미는 순간, 수혁은 타자를 쳐다보면서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에 직구 그립을 잡고는 셋포지션 자세에서 곧바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이닝 체인지!"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3구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재빨리 이닝을 마무리 지을수가 있었다.

*

"하아..."

흔들렸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은 3회초, 수혁은 덕아웃에 돌아오자마자 지친건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행히 D.라이더즈의 전 공격은 수혁까지 진행된 상태. 그래서 지금 타석에는 1번타자 운선이 나가있는것이 그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수혁은 옆에 놓인 물병을 집고는 두모금 정도를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뚜껑을 닫고 내려놓은 다음에 한숨을 길게 푹 하고 내쉬었다.

"하아..."

그렇게 조금 살만하자 갑자기 심장 한켠에서 느껴지는 뭔가 이상한 느낌, 그러면서 수혁은 다시 한번더 한숨을 내뱉었다.

'뭐지...? 왜 어째서 가슴 한켠이 불편한거지?'

아까는 마운드알서 최대한 참고 가려고 했다면, 지금은 덕아웃에 있는 상태. 수혁은 그라운드를 쳐다보던 시선을 떨구고는 지금 자신이 왜 그러는지 골똘히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뭔가 떨어질 느낌이 들어서 그런거는 아닌거 같고, 내가 못던져서 자책하는거면 그 전부터 그랬으니까 아닌거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 이유, 보통 마운드에서 불안하다면 야구에 대한 이유일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쪽은 아닌것 같았다.

"수혁아 너 전화왔다!"

그렇게 한참 생각하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영훈이 수혁을 찾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누군가 하면서 영훈이 있는곳으로 가서 휴대폰을 받은 다음에 덕아웃 문을 열고는 복도로 나간 다음에 전화를 받았다.

"수혁아...?"

수혁이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화면은 보지도 않고 받았던 수혁은 예상 외의 사람이라 살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어... 왜?"

"지금 경기 보는데 너가 좀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내가 전화해서 힘이라도 좀 샘솟게 해주면 어떨까 싶어서 했는데... 괜찮아?"

여운은 확신이 부족한건지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어봤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듣자 뭔가 충격을 받은건지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는 수혁, 그러다가 굳이 끄덕이지 않아도 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어, 어... 괜찮아. 잠시 제구가 흔들려서 그랬어. 마무리는 잘 했잖아"

"그럼 다행이네... 열심히 하고 오늘 잘 던지면 내가 소워 하나 들어줄게!"

여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조금 더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럼 지금 경기중이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알았어, 화이팅!"

여운의 응원을 마지막으로 수혁은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벽에 등을 기댄채로 반대편 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왜 이런 상황에서 예영이가 생각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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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8)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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