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91화
"..."
한편, 덕아웃에선 용식이 선채로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라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시선이 집중되는곳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 계속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존 구석구석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다.
'게다가 언더핸드라서 공은 더욱 더러우니... 공략법 찾으려면 꽤나 고생하겠네"
용식은 막막한것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런 다음에 옆에 물병을 집은 다음에 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하아... 진짜 답답하네'
[현재 마운드에는 한진호 선수가 있습니다. 2회말 구원투수로 올라와서 공 한개로 이닝을 마무릴 지었습니다]
[한진호 선수, 16강하고 32강에는 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총 성적은 3이닝 무실점. 호연 팔콘즈에서 불펜으로 기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언더핸드 투수입니다]
한편, 중계부스에서는 2회에는 소개할 타이밍이 없었던 그 투수를 소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3회초에도 계속해서 여러 상황들이 겹치는 바람에 딱히 소개할 타이밍도 없었다.
[그럼 그냥 그저 그런 투수라는 건가요?]
해설의 말에 캐스터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해설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허허... 일단 이제 남은 투수들이라면 동네야구 수준에서는 최상위급 선수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겁니다. 그래도 이번 32강부터 나온 투수들을 기준으로 해서 따져본다면 말이죠]
[네, 따져보면요]
[우선 언더핸드다 보니까 볼이 더럽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한건지 존 네쪽의 귀퉁이에만 완벽하게 제구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특이하기는 하지만, 보통급이 아닌건 확실합니다]
해설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를 쳐다보면서 흐뭇한건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여기에 변화구 하나만 제대로 걸쳐주면 야구부로 가도 손색이 없겠어...'
"..."
중계 부스에서 그렇게 설명을 하는 동안, 마운드에서는 투수가 잠시 스파이크에 끼인 흙을 빼내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고개를 슬쩍 돌려서 타석에 서있는 호진을 쳐다봤다.
수혁이 간신히 이닝을 마치고 시작된 3회말, 수혁에게 최대한 쉴 시간을 줘야하는 이닝이었지만, 호연 팔콘즈 배터리의 적극적인 공략으로 아웃카운트 두개가 순식간에 올라가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타석에 서있는 호진도 상황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나마 앞선 타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호진은 볼을 커트해내면서 지금까지 6구를 던지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수혁이랑 비슷한 구속의 언더핸드, 거기까진 문제는 없는데...'
호진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배트를 꽉 쥐었다.
'문제는 게다가 볼끝이 너무 더러워, 공이 너무 움직여서 파울만 나온단말야...'
앞선 두 타자들도 모두 유격수 땅볼로 아웃처리된 상태. 막상 공을 보면 그렇게까지 못칠 공은 아니었지만, 볼 끝이 너무 더러워서 궤적을 잘 맞추고 쳐도 자꾸만 공이 빗나가고 있었다.
'일단 이번 공까지만 쳐보고, 안된다 싶으면 번트라도 대자'
일단 한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하는 호진. 그리고는 아까보다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았다. 어떻게든 배트를 컨트롤해서 정확히 맞추겠다는 의도였다.
'아무리 컨텍 능력이 좋다고 해도 계속 파울이 나올수만은 없지'
반면 투수는 여유로운 표정을 하면서 호진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뒷주머니에 넣어주었던 로진백을 꺼내서 손가락을 몇번 문지른 다음에 도로 집어넣었다.
'아마 넌 지금 내 직구에 간신히 버티면서 적응중이겠지'
투수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그리면서 오른손을 들어 왼팔에 갖다댔다. 그리고 손가락 두개를 펴보인 다음에 다시 내려놨다. 그런 다음에 글러브를 뒷목에 가져가서 두번을 툭툭 치고는 호진을 쳐다봤다.
'그렇다는건, 다른 공은 생각할 틈도 없다는 뜻일테고'
거기까지 생각한 투수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어올렸던 왼발이 앞으로 나오면서 지면을 콱 밟은 다음에 팔을 아래로 힘차게 휘둘렀다.
'자, 이제 따라나오면 되는거야!'
슈욱-
오버핸드와는 정 반대로 아래서부터 뻗어나오는 투구, 공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완만한 높이로 서서히 떠올랐다.
'온다!'
공이 오는순간 호진의 몸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우선 시선은 날아오는 공을 향해서 고정했다. 그리고 허리는 재빠르게 돌아가면서 양 팔은 배트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가까워지는 공과 배트, 하지만 공이 거의다 왔을때 공이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
갑자기 떨어지는 공에 놀라는 호진, 그러면서 배트 궤적을 바꾸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있었다. 호진은 그렇게 판단하고는 전력을 짜내서 재빨리 나오던 배트를 그대로 정지시켰다.
파앙-
"하아..."
그렇게 배트가 멈추면서 포수의 미트 안으로 들어간 투구, 하지만 호진의 배트는 이미 완전히 나와있었다. 호진도 그걸 아는건지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젖혀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스트라이크 아웃!"
*
[현재 7회초, 호연 팔콘즈가 3회에 4득점을 한 이루호 양팀 모두다 아무런 득점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7회말, 캐스터는 간단한 멘트로 7회초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점점 긴장감이 올라오고 있는게 한껏 느껴집니다. 이제 어느쪽이든 타선이 한번 터질때가 됐습니다]
그 옆에 있던 해설은 재밌을거 같다는 표정을 한채로 한마디 거들었다. 캐스터는 그런 해설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그에게 물어봤다.
[그럼 어느쪽이 터질거 같아보이십니까?]
[음... 어느쪽인지 추정하기는 어렵다만, 아무래도 타선을 본다면 호연 팔콘즈 쪽이 조금 더 확률이 높을것 같습니다. 현재 뛰고있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어서 어디서 터질지 정말로 감이 잡히지를 않습니다]
해설은 잘 모르겠다는 말투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그라운드에 서있는 투수를 쳐다봤다.
"..."
현재 마운드에는 2회에 올라온 투수와는 다른 투수가 서있었다. 그는 살짝 긴장한건지 굳어버린 얼굴로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럴만도 한게 지금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는 산욱, D.라이더즈의 유일한 거포이자 타격 쪽으로는 이미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수많은 평이 나온 타자였다. 한마디로 막 포텐을 터트리기 시작한 초특급 유망주 정도 되는 타자였다.
'그래도 여기선 날고 기어봤자 솔로홈런, 절대로 역전은 못해. 쫄지 말자'
투수는 속으로 기합을 넣은 다음에 타석으로 들어온 산욱을 쳐다봤다. 그런 다음에 포수가 사인을 보내자 사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대로 사인대로 그립을 잡았다.
'오케이, 허를 찌르자는 거지?'
투수는 포수의 수에 좋다고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떨어져 있던 발을 다음에 갖다댔다. 그런 다음에 타석에 서있는 산욱을 쳐다봤다.
'네? 지금 뭔...'
한편, 타석에 서있는 산욱은 덕아웃에서 나오는 사인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작전이라도 나온건지 흠칫하면서 미세하게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잠시 타임을 외쳤다.
산욱이 타임을 외치자 용식은 그럴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덕아웃을 나와서 산욱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타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투수에게 너는 매우 부담스러워. 그래서 지금까지 썼던 볼배합을 버리고 허를 찌를거야"
"네? 그런거라면 지금 감독님이 작전을 지시하는 도중에 바꿀수도 있지 않아요?"
용식의 말을 들은 산욱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를 쳐다봤다.
용식은 산욱의 시선을 따라서 같이 쳐다보고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호연 팔콘즈의 포수는 생각보다 밀어붙이는게 강해. 자신이 한번 낸 작전은 거의 바꾸지 않아. 예선부터 지금까지의 경기를 보면 한번 계획한건 안바꿔"
"네..? 그래도 이번엔 다를수 있잖아요"
산욱은 혹시 모른다는 말투로 용식에게 반박했다. 하지만 용식은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볼배합을 바꾼다고 해서 번트에 큰 지장을 주니?"
"아, 그런 그렇네요..."
산욱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식은 그런 산욱의 등을 툭 쳤다.
"그럼 됐지? 얼른 타석으로 가봐. 심판이 슬슬 눈치주는것 같다"
"넵"
산욱은 짧게 대답하고는 타석으로 다시 돌아갔다. 용식은 그런 산욱을 보면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를 쳐다봤다.
'독불장군 포수와 의심이 많은 투수, 과연 그 조합은 어떻게 될까...?'
────────────────────────────────────
192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9)201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