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95화 (195/255)

우리 동네 야구팀-193화

"와아아아아아!"

성빈의 타구가 담장을 넘기는 순간, D.라이더즈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일제히 소리치면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호연 팔콘즈쪽 관중석은 완전히 똥씹은 표정이 된것처럼 타구가 넘어간 담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임성빈 선수의 투런포, D.라이더즈가 7회말에 다시 따라붙습니다!]

[이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경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캐스터는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해설이 약간 흥분한 목소리려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환호성을 지르는 관중석, 그렇게 약 1분정도 힘껏 소리치다가 성빈이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가자 함성소리는 점차 잦아들었다.

"나이스 홈런!"

"오늘 아주 쌍으로 미쳤어!"

"나아아아이스!"

한편, 덕아웃에 들어온 성빈은 다른 선수들의 과격한 환호를 받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들의 입가를 떠나지 않는 함박웃음, 감독으로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던 용식도 입가에 미소를 한껏 지은채로 성빈과 손뼉을 힘껏 마주쳤다.

"홈런 죽였다!"

"오늘 좀 되나 봅니다"

성빈은 실실 웃으면서 손을 꽉 잡았다. 용식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라운드를 힐끔 쳐다봤다.

'오케이, 이제 다시 원점이다'

*

[이제 경기도 9회초, 어느덧 마지막 이닝입니다. 7회말에 투런포가 나온 이후로 양팀 타선이 드디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죠?]

[네, 그렇습니다. 호연 팔콘즈가 8회에 바뀐 이영훈 투수를 상대로 2점을 뽑아내면서 재역전을 했지만, 8회말에 김산욱 선수의 만루포가 터지면서 D.라이더즈가 다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9회초, 7회말에 터지기 시작한 타선은 8회에 양쪽다 화끈하게 터진 이후로 9회에 접어든 상태였다.

그러면서 현재 스코어는 6대 8, 2점차로 아직 그 어느쪽에도 승기가 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9회에 2점차면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점수차, D.라이더즈 측에서는 무조건 수혁이 올라와서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운드 위에 서있는건 수혁이 아닌 선민, 지금까지 투수로 올라와본적이 없는 선민이 마운드 위를 지키고 있었다.

'감독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포수 종빈은 지금 이 상황이 그닥 이해가 가지 않는건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선민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는 쪼그려 앉아서 연습구를 받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후아... 미치겠네, 왜 하필 이런 중요한때에 나를 올리시는건데...'

그리고 그건 선민도 마찬가지, 왜 자신이 올라왔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고 있었다.

아직 점수차가 크게 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8회를 떠올리면 박빙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험이 전무한 자신을 올린다는건 경기를 던지거나 도박을 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뭐야?"

"아니, 왜?"

"이영훈이 그래도 경험이 있고 계소 가는게 낫지 않나?"

"아니, 좌익수 걔도 투수훈련 받았다면서, 그럼 외야수인 놈을 쓰는게 더 낫지 않나? 구속도 더 빠를테고"

"뭐야... 감독 경기 던지는거야?"

그건 관중석도 마찬가진지 웅성웅성 거리면서 대다수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중계진도 마찬가지인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음... 현재 마운드에는 이영훈 선수가 다시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가고 안수혁 선수가 3루로, 3루수 오선민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음... 유용식 감독, 16강에도 이런 용병술을 썼지만, 그떄와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어찌보면 이번엔 조금 도박수 같다고 생각됩니다]

[위원님, 유용식 감독이 과연 어떤 의도로 그런것 같습니까?]

해설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용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추리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뒤에 몇가지 가설이 세워졌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제 생각으로는 유용식 감독이 조금 과감하게 도박을 지른것 같습니다]

[도박이요?]

[네, 경종고 감독을 할때도 예상 밖의 작전이 성공을 거두는 모습이 종종 있었던 감독입니다. 확실히 감독으로서의 감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을 믿고서 한번 과감하게 질러본거다, 이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뭐 다른 이유로는 이영훈 선수가 너무 난타를 당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호연 팔콘즈에게 운이 조금 쏠린 느낌이 있어서 그게 결정적인 이유가 될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설은 거기까지 얘기한 다음에 화면에서 보여주는 용식의 단독샷을 쳐다봤다.

용식의 여전히 선글라스를 쓴채로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해설 20년차인 그의 눈에는 뭔가 믿고 가는, 긴장한 모습이라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보이고 있었다.

'유용식 감독... 과연 이번엔 무엇을 봤길래 고민없이 올린거지...'

한편, 관중들의 그런 소리를 덕아웃에서 다 듣고있는 용식.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뭔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선민이는 성격상 모두가 겁먹고 있을때 과감하게 밀어붙일수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배드민턴 선수로 뛰었었고 야구도 3루수를 할 정도로 어깨도 좋아. 구속만큼은 수혁이에 맞먹으니까'

용식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있는채로 자신의 감이 어떤지 다시 한번더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사람 보는 눈은 확실했었어. 확률상으로 보면 9할은 충분히 넘기고도 남았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 내 감은 확실하다. 지금 이 상황을 충분히 타개할수 있어'

'언더인 영훈이의 공은 너무 잘치고 난 지금 더 던지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그리고 이번 이닝은 오른손 타자들이 줄줄이 나온다. 왼손 타자는 6번째가 되서야 나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야'

한편, 3루수로 가있는 수혁은 연습구를 던지는 선민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덕아웃으로 시선을 돌려서 용식을 힐끔 쳐다봤다.

'감독님이 그리 쉽게 도박을 할 사람은 아냐,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까 걸으셨겠지. 그렇다면... 지금 난 내가 할수 있는일을 해줘야지?'

수혁은 그러고선 주먹으로 글러브를 두어번 힘차게 쳐댔다. 그리고는 선민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 크게 기합을 넣었다.

"막으면 승리다! 파이팅!"

"아자!"

"가자!"

"파이팅!"

수혁이 외치자 이어서 따라 외치는 야수들, 선민은 파이팅 소리를 듣고는 수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혁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치면서 선민에게 겁먹지 말라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선민아, 겁먹지 말고. 평상시 하던대로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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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호연 팔콘즈 VS D.라이더즈(11)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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