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96화
"...왜 안받지?"
다음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여운이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하지만 여운이는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제 걸어본 전화만 해도 다섯동은 넘는 상황, 처음 한두번은 바빠서 그런가 싶었지만 전화의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하아...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거야..."
나는 한숨을 축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방 밖을 나가려는 순간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을 들어올려서 누구에게 온건짇 확인하지 않은채로 곧바로 전화를 받았버렸다.
"여보세요"
"안수혁 선수, 4강진출 축하드립니다. 특히 어제 삼중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에영?"
뭐야, 한동안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이런 딱딱한 말투로 전화거는건?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채로 방문 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런 다음에 책상 앞에있는 의자를 쭉 빼내서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말을 걸려는 순간, 동창회때 예영이에게 대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오늘...'
그러자 막혀버린 내 입. 하고자 하는 말은 있었지만, 지난번의 일 때문에 쉽사리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얘를 그렇게 신경쓰고 있는거지? 지금 여운이가 전화를 안받는 상황인데 말야. 아무리 소꿉친구라고 해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여운이를 잠깐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1분만, 1분만 더'를 습고나처럼 말해대는 나였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여운이가 아닌 예영이가 생각나는걸까.
"하아... 얼른 찾아보기나 하자"
나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뚝-
"하아..."
전화를 끊자마자 새어나오는 한숨, 그리고 울컥한 감정이 목 밑까지 차올랐다.
그날, 수혁이가 잔뜩 화난뒤로 수혁이를 전혀 보지 못했었다. 얼굴을 볼수도 없었고, 목소리를 들을수도 없었다.
내가 찾아가면 됐지만, 이젠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때 수혁이가 나가면서 짓는 표정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수없는, 엄청나게 차가우면서도 경멸이 담긴 시선이었다.
그러면서 내 심장에 본능적으로 한가지 생각이 박힌것 같다. 다시는, 절대로 찾아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인식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박혀버린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보름만에 간신히 걸어본 전화, 받지도 않을줄 알았더니 의외로 받고서는 내 말이 다 끝날때까지 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에 녹아있는듯한 차가움은 여전히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 진짜로 잊어야 되는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더더욱 우울해진다, 그러다 못해 이제는 침통해진다.
내가 유일하게 설렜던 사람을,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사람을 더이상 보지 못할것 같다. 이젠 겁이나서 들이대지도 못하겠다. 지금 이 상황이 내가 그동안 다른 남자들을 이용하고 다닌 것에대한 죗값인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는 수혁이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때는 보통 애들과는 다른 반응에 그애에게 호기심이 갔었다. 그리고 점차 그애랑 있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 마음은 점점 좋아하는 마음이 되어갔다.
그애가 떠날때는 마음 한곳이 뻥 뚤린것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날부터 내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때는 그때와 똑같은 반응에 다시 설렜었다. 하지만 그애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하는 모습도 그때와는 많이 달랐었다. 하지만 종종 그 옛날의 모습이 겹쳐보이는것 같았다.
그리고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었을때는 그동안 얼어있었던 내 마음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이번엔 잘 되려고 한건데...'
그러면서 왼쪽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그러자 오른쪽 눈도 뒤지지 않겠다는듯이 눈물 한방울이 볼에 선을 그리면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흐르던 눈물은 이내 그동안 참고 눌렀던 겄까지 한꺼번에 터지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는 눈물, 손등으로 닦아내도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들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흡... 흐윽... 흑..."
*
"와... 얘가 이런 애였어?"
요즘 수혁이가 왜 그런지 알아보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검색, 그리고 지금 엄청난 유명세에 계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수혁이와 관련된 기사만 해도 수십개, 그에 달린 댓글들은 모두 합치면 10만개는 훌쩍 넘기는것 같았다. 거기다가 최근부터 갑자기 sns에 수혁이의 모습이 많이 보이기도 했었고. 거기다가 내용은 생긴것과 다르게 귀엽다는 내용들이 많았었지...
"수혁이 얘가 이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어...?"
나랑 만날때만 해도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도 하지 않았던 수혁이었다. 아마 야구를 잘 모르는 나를 배려하기 위해서 그런것 같았다.
"아, 그래서 그때..."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만날떄마다 모자를 푹 눌러쓴채로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서 다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가는곳도 대부분 인적이 드문 곳이었고.
처음엔 왜 그러나 했더니 그 사이에 유명해져서 그런 거였구나.
"하아..."
그러면서 작게 새어나오는 한숨, 수혁이가 유명세를 타고 인기가 많아진것은 분명히 기뻐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뭔가 좋지 않은 기분도 동시에 들었다.
"이래서는 내가 마치...."
마치 내가 흔한 드라마나 만화의의 여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지는 않지만 수혁이는 이미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시합을 끝나고 나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사인을 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지금의 수혁이에게 내가 어울릴까, 과연 그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수혁이가 요즘 이상해진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냐, 그런 눈빛은 아니었어, 분명히 뭔가가 걸리고 자꾸만 신경쓰이는듯한 느낌이었어"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아닐거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양쪽 뺨을 찰지게 내리쳤다.
"장여운, 정신차리자! 그때처럼 멍하니 있다가 그대로 놓쳐버릴수는 없잖아. 다시 온 기횐데, 이렇게 또 놓칠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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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신경쓰여(2)201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