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98화
"당연하지. 이래뵈도 둘다 연관되어 있는 사람인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돼잖아"
권오성은 당연하다는 말투로 대답하면서 등을 뒤로 젖히며 위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래서, 수혁이 그녀석이랑 다시 만나고 있는거야?"
그리고는 다시 한번더 날아오는 질문, 나는 차마 입밖으로 꺼내기 쑥쓰러워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자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 지으면서 뭔가 감탄한 표정, 나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얼굴이 그대로 붉어졌다.
"이야..."
"..."
"허어..."
"..."
"어떻게 보면 진짜 대단하고 각별한 사이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지 감탄사를 내뱉는 권오성, 그러다가정신을 차리고는 나에게 질문을 건넸다.
"흠, 그래서 일단 어디까지 알고있냐? 그건 알아야 내가 어떤걸 말해줄지 알지"
"...일단 유예영 그애가 우리학교에 전학왔던 애고..."
그 질문에 조개처럼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그리고는 내가 아는것을 쭉 늘어놓기 시작했다.
권오성은 내가 말하는 내용을 듣기 시작하자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을 지으면서 내 말을 최대한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말을 다 끝내고 가만히 있자 고개를 살짝 들어서 나를 쳐다봤다.
"...뭐야, 그게 끝이야?"
"어? 으, 응..."
뭐지, 뭐가 잘못된건가? 나는 갑자기 심각해지면서 조용해진 권오성의 눈치를 살피면서 내가 한 말이 잘못은 없는지 검토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난 내가 확실히 알고있는 것들만 얘기했었다. 내가 알고있는 사실이 틀린건 없을테고, 혹시나 실수로 이상한 말을 했나 검토했지만 그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권오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오른손을 이마에 올린채로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젠지는 잘 모르겠다.
"하아..."
그렇게 잠시동안 이어진 침묵은 권오성의 한숨에 의해서 깨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너, 생각보다 너무 심각한데?"
권오성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들려왔다.
"...뭐?"
아니, 예상보다 심각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러면서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머릿속,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그 둘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이 이리 심각해지는걸까. 나는 놀라면서 상체를 앞쪽으로 쭉 내밀었다.
권오성은 그런 내 마음을 잘 파악한건지 허리를 잠시 폈다가 손 깍지와 함꼐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는 또 무슨 말을할것같은 얼굴로 내 눈을 쳐다봤다.
"일단, 넌 지금 상황 자체를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어. 그 둘은 유예영이 그저 매달리는 사이가 아냐. 지금은 완전히 변했어"
"그럼 수혁이가 그애한테 관심이라도 생겼다는 거야?"
권오성의 말에 결국 다급하게 튀어나와버린 내 목소리, 그는 그 사이에 잠시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내가 입을 다물자 다시 하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단, 그 둘은 소꿉친구 사이야. 즉, 어렸을때부터 서로 봐오고 그래왔던 존재라는거지"
"...뭐?"
소, 소꿉친구? 그 보통 친구도, 단짝 친구의 사이도 충분히 뛰어넘을수 있는 소꿉친구? 그 둘이 그런 사이라고? 그런 두 사람이 어째서 처음에는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매달렸던건데?
나는 뒤통수를 한대 맞은것만 같은 얼얼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릿속은 이해가 가지를 않고 있었다. 권오성은 자기 자신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건지 설명을 덧붙여줬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둘다 너무 변했었나봐. 게다가 수혁이가 나한테 했던 말로는 첫 인상이 너무 나뻐서 그애라고 생각은 전혀 못했대"
"..."
"그래서 둘이 서로 알게된 이후로는 확실히 가까워진거 같더라. 뭐... 연인은 아니어도 친한 친구사이 정도로? 그러다가 연인으로 발전할거 같기는 하지만"
다른 얘기까지 듣고나자 더욱더 복잡해지는 내 머릿속, 둘의 사이가 예정보다 가까웠다는것과 처음에 비해서 지금 사이개 매우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매우 혼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하지만 권오성은 아직도 할말이 더 남았는지 내 상태를 확인하고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유예영은 안수혁에게 관심이 있다, 그리고 소꿉친구 사이라는건... 유예영에게 있어서 너는 단지 자기 사랑의 침입자일 뿐이라는거지"
"...뭐?"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런 말은 잘 들리나보다. 단지 내가 침입자일 뿐이라니, 나는 그 말에 반사적으로 권오성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듯이 앞으로 숙였던 상테랄 다시 일으켜서 목을 뒤로 젖혔다가 다시 돌려서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아까의 말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네 입장에서 본다면 너는 너의 첫사랑에 유예영이라는 여자가 침입한거나 마찬가지지"
그리고는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건지
탕-
테이블을 가볍게 내리고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직은 너에게 유리해. 적어도 내가 볼때는 그래"
*
'내가 지금까지 수혁이에게 들은것, 유예영의 행동을 본걸 전부 종합해보면 수혁이의 마음은 아직 장여운에게 기울어져 있어.
수혁이가 알고보니 소꿉친구였다고 말했고 유예영을 대하는 모습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건 그저 친한 친구로서 대하는 것었다. 절대로 연인같은 느낌은 아냐. 이걸로 아직 수혁이의 마음은 장여운에게 있어, 확실해'
장여운이 물어본 직후부터 내 머릿속은 지금까지 들었던 것들, 봤던 것들을 조합해서 내 추리력을 덧붙여서 철저히 현실적으로 예상해서 내려진 결론, 그리고 나서 테이블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러자 그제서야 조금은 밝아지는 장여운의 표정,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나는다시 손 깍지를 끼고는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왜 그런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직 수혁이의 마음은 너한테 쏠려있어. 아무리 둘이 소꿉친구고, 많이 친해진 모습이 보인다지만, 내가 가장 최근에 본 수혁이는 유예영에게 전혀 마음이 없어보였어. 반면에 너한테는 반응을 보이면서 웃음을 잘만 짓더라고.
이제 밀어내는 타이밍은 끝냈어. 부끄럽다고 계속 튕기고 가만히 있다가는 100퍼센트 놓친다. 이젠 끌어 당겨야 할 타이밍이고, 적극적으로 가야한 타이밍이야. 안그러면 처음부터 계속 끄어당기던 유예영 쪽으로 100퍼 넘어간다고 장담한다"
나는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장여운의 표정을 살펴봤다. 장여운은 이번에도 뭔가 충격을 받기라도 한건지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이건 예상 밖의 반응인데?'
내가 예상한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 내 예상대로라면 고맙다는 한마디를 하면서 슬슬 정리하면 됐었다. 하지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내가 계속해서 반응을 기다리는데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뭐, 할말도 다했고, 혼자 생각해야 될거 같아보이는데, 일어나자'
결국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계속 멍하니 앉아있는 장여운을 힐끔 쳐다보면서 카페 밖으로 나왔다.
"흐아아..."
밖으로 나온 나는 기지개를 켜듯이 가슴을 한번 펴준 다음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다음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애들과 만나기로 했던 피시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나저나 그렇게 못잊더니, 결국 다시 기회가 오는구만,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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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김현(1)201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