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1화 (201/255)

우리 동네 야구팀-199화

"아직 나한테 기울어 있다고...?"

권오성이 나간 이후, 내 머릿속은 전에 들었던 말들, 그 전에 있었던 혼란들과는 비교할수 없는 혼란이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엄청난 불안감이 나를 찾아온것 같았다.

분명 권오성은 그 둘의 사이나 지금 상황같은거를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걔가 내린 판단이라면서 믿을만했다.

원래 사실적인 정보로 뭔가 판단을 내리는것 하나는 잘 하던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수혁이의 마음이 아직 나에게 쏠려있다는 마링 자꾸만 머릿속에서 되뇌여진다.

그것도 불안하게, 매우 불안하게 진짜로 수혁이의 마음이 여전히 나에게로 기울어져 있는거 하는 생각과 함께 내 머릿속을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라서 의심이 드는 걸수도 있었다.

하지만 평상시에 드는 그런 의심보다 훨씬 더 커다란 불안감이 들고 있었다. 오히려 확신을 가지고 있을때 드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릎으로 모아지고 숙여지는 머리, 어떻게든 이 불길한 느낌을 지워내고 싶었다.

'왜 자꾸만 그때 생각이 떠오르는거지...?'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다시금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

가장 최근에 만난 수혁이는 평상시랑은 다르게 자꾸만 먼곳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있거나 종종 힘든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원래라면 항상 웃으면서 나를 잠시라도 더 볼려고 했던 수혁이가 자꾸만 힘든 표정을 짓고, 먼곳만 봤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내 마음, 왠지 이대로 가다가는 수혁이를 잃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따위 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툭-

그러다가 내 손등위로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차라리 지금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눈물을 흘린 다음에 그 불길함이 사라질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번엔 수혁이랑 이어질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럴수 있을것 같았다.

툭- 투둑-

그러면서 이제는 수없이 쏟아지는 눈물들, 나는 그저 최대한 소리를 죽인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

"하아..."

"야,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건데?"

그날 수혁이의 목소리를 듣고 며칠뒤 카페, 연주가 일단 나와보라고 거의 조르다시피 부탁해서 일단 나와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영 기운이 없다. 지금 눈꺼풀을 붙이면 곧바로 잠이 들것만 같았다. 무슨 일을 해도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었다.

그나마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료집을 만들때만큼은 그나마 조금 나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자료를 만들때 만큼은 그래도 수혁이랑 뭔가 이어져 있다느 느낌이 드니까...'

하지만 여전히 꿈속에서, 혹은 다른떄에 종종 수혁이의 그때 그 표정이 떠오른다.

이젠 너와는 더이상 보지 않겠다는 차가움과 경멸이 담긴듯한 표정,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사람에게 한번도 겪지 못한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나에게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든 수혁이를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몸이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자꾸만 찾아가려고 하면 그때의 그 눈빛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간신히 잡은 다음이 다시 달아나 버렸다.

"어, 왔다!"

그렇게 혼자 얼마나 생각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연주가 입구쪽을 향해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선을 쫓아가서 입구를 쳐다보니까 잘생긴듯한 남자 한명이 연주의 인사를 받아 주면서 우리쪽으로 오고 있었다.

'어, 저 남자...?'

그런데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다. 유명 배우를 닮은듯한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었다. 특히 자료를 만들떄 지겹도록 봐왔던 얼굴과 매우 유사했다.

그리고 내 그런 추측은

"안녕? 주연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진짜 들은데로 엄청 예쁘네"

그 남자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골드스타즈의 에이스, 별명은 미스터 140, 김현...'

나는 속으로는 화들짝 놀라면서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여태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주던 비즈니스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안녕"

그러면서 김현의 옆에 앉아있는 연주에게 눈짓으로 지금 이게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눈치를 주려는 순간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한참을 졸라댔었어. 얘한테는 뭐라고 하지 말아줘"

김현이 먼저 선수를 치며 미소와 함꼐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이런걸 눈치챈걸 보면, 보통 눈치는 아닌듯 싶네. 여자좀 많이 만나본듯한 느낌, 확실히 그 얼굴이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을테고.

"어머,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거 같다!"

김현이 앉자 연주는 나랑 걔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조금 과장스러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애는 그럴만도 하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도 이런 일은 익숙하긴 했지만, 그닥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씨, 그걸 말 안한게 이렇게 될줄은 몰랐는데...'

아무리 친하고, 여러 얘기들과 상담을 할정도로 친한 연주라도 아직 수혁이하고 나의 관계를 완전히 말한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마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것 같았다.

'하아...'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지금 상황을 잽싸게 파악했다.

일단 지금 연주가 하는 행돌들이나 분위기 등을 보면 완전히 소개팅으로 흘러가는 분위기, 연주가 나를 위해서 나름 준비를 한것 같았다.

아무리 친하고, 여러 얘기들과 상담을 할정도로 친한 연주라도 아직 수혁이하고 나의 관계를 완전히 말한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마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그저 속만 더더욱 답답해질뿐, 그러면서 속으로는 계속해서 후회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일을 벌인거야"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연주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연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옆에 있는 김현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너 안그래도 요즘 우울해 보여서 좋은 남자좀 소개시켜주려고 한거지. 여기 잘생기고, 성격좋고, 심지어 너랑 취미도 똑같이 야구니까 엄청 잘 맞을거 아냐! 한번 잘 해보라는 의미지!"

"어, 얘도 야구 좋아해?"

연주의 말에 김현이 조금 형식적이엇던 표정이 갑자기 확 밝아지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잠깐 움찔하는 나. 그 사이에 연주는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둘이서 좋은 시간 보내봐! 난 간다!"

그리고는 잽싸게 바깥으로 튀어버렸다.

"야, 야!"

내가 불러봤지만 내 말따위는 무시하면서 밖으로 나가버린 연주, 그러면서 나와 김현 둘이 남아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 진짜. 내가 아무리 많은 남자들을 만나봤어도 이건 진짜 아닌거 같은데, 한숨이 푹 나온다.

나는 일이 꼬였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김현의 목소리가 내 귀로 들어왔다.

"저기, 이름이 뭐야?"

이거 나중에 적으로 만날텐데, 말해줘도 되는거야?

나에게 물음이 온 순간, 나는 살짝 망설였다. 그러다가 그냥 말하자는 생각으로 정하고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유예영"

"유예영... 이름도 예쁘네"

고작 이름 하나 말했을 뿐인데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내 눈을 마주치면서 웃어보인다.

이 사람, 잘생긴 얼굴을 잘 이용해서 여자를 잘 다루는것 같다.

"아, 아직 내 이름을 얘기 안한거 같네. 내 이름은..."

"김현.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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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김현(2)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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