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4화 (204/255)

우리 동네 야구팀-202화

"픽업 간다면서 픽업 당하고 오네요"

"길은 아는데 산욱이 얘가 좀 길더라고"

"길긴 뭐가 길어요, 이정도면 평균이구만"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온 두사람, 그곳에는 수혁이 미리 와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둘은 가볍게 몇마디를 주고 받으면서 수혁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티비에서만 보던 곳에 제가 있을줄은... 뭔가 기분이 새롭네요"

"나도 지금 뭔가 기분이 묘하네"

자리에 앉자 주변을 둘러보면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수혁과 산욱, 용식은 그런 둘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뭐... 너네는 그럴만도 하겠네"

용식은 그러면서 자신도 주변을 둘러봤다. 나란히 마련된 테이블에 이어서 무대같은 장소와 그 아래에 한 1000석 정도는 배치되어있는 좌석들, 뒤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게 꼭 공연장 같았다.

선수시절에 한 입담을 한다는 이유로 자주 왔었던 미디어데이, 그때마다 나름 화제거리가 되었던 일이 벌써 몇년 전이라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쳐 올렸다.

'갑자기 울컥하네'

하지만 지금 이러는건 좋지 않은 모습, 근는 재빨리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수혁과 산욱이 계속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와중, 다른팀 사람들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들어와서 자기 자리로 가자 정문이 열리면서 기자들이 우루루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자들까지 다 들어온듯 하자 이번에는 미디어데이를 보러온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많던 자리들이 빈곳이 거의 없을정도로 꽉꽉 들어찼다.

"이야... 진짜 황룡기 인기가 장난 아니긴 한가봐요"

그런 관중들을 지켜보던 수혁이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감탄했다. 용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승부조작을 노이지 마케팅으로 사용한게 신의 한수였겠지"

"..그건 그렇네요"

용식의 말에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는 수혁, 그러면서 보통 어떤 사람들이 왔나 하면서 구경해보려는 찰나

"안녕하십니까, 오늘 황룡기 4강전의 사회자를 맡은 김상민 입니다"

사회자가 자기소개를 하고 꾸벅 인사하더니

"자, 그럼 지금부터 제 1회 황룡기 4강 미디어데이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갑자기 큰 목소리롤 힘차게 외치면서 미디어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

"자, 그러면 오늘 첫번째 순서입니다. 각 팀의 선수와 감독들이 짧게 자기소개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가장 재치있는 소개를 하신 분께는 한우세트가 증정될 예정이니 재밌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잠시뒤,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줄어들자 사회자가 곧바로 첫번째 순서를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번쨰 순서가 밝혀지자마자 다들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들, 사회자는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골드스타즈의 테이블을 쳐다봤다.

"자, 그럼 첫번째 순서는 골드스타즈의 김현 선수부터!"

사회자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김현, 그는 살짝 놀란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눈웃음을 날려줬다.

"누나들? 현이야. 잘 부탁해"

"꺄아아!"

"오빠아!"

"날 데려가요!"

그의 단 한마디에 환호성이 나오면서 흐끈 달아오르는 관중석, 특히 여자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린데도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열광하고 있었다.

근데 그럴만도 한게 약 180의 키에 잘생긴 얼굴, 그리고 좋은 몸까지. 여자들이 홀딱 반하기에 충분한 외모였다.

"자, 그럼 그 다음은..."

잠시뒤, 반응이 점차 잦아들자 사회자는 다음 대상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름 순발력을 발휘해서 독특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들, 하지만 지금까지 현의 반응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나오고 박수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현의 반응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자, 그럼 이번에는 D.라이더즈의 안수혁 선수!"

그러다가 수혁에게로 돌아온 차례, 그는 덤덤하게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안수혁입니다"

"에에, 안수혁 선수, 그러지 말고 제대로 한번 해 주시죠"

"에... 앞에서 저런 반응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겨요?"

"그래도 귀엽다는 소리 많이 듣고 다니시지 않습니까, 애교 한번만 해주세요"

"하아..."

간단히 인사만 하려는 수혁을 붙잡는 해설, 그리고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황룡기의 인기를 담당하고 있는 한 축인지라 쉽게 보내지 않겠다는 사회자의 의도였다.

"뿌, 뿌잉 뿌잉..."

"꺄아악!"

"귀여워!"

결국 양 손으로 브이자를 마들어서 머리위에 갖다대는 수혁, 그러자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하면 되지 않습니까? 안수혁 선수 본인의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소리가 잦아들고나자 약간 얄미울 정도로 한마디를 덧붙이는 사회자, 수혁은 고개를 숙인채로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하아..."

*

'아오, 이나이 먹고 애교라니... 나하고 전혀 맞지도 않는데...'

하 진짜, 지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겠다. 그러면서 한숨만 자꾸 푹푹 새어나온다.

'근데 이거 전국에 생중계로 방송되는아냐...? ...망했네'

결국 또 나오면서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체념하고서 고개를 들어올리자

"저기, 안수혁씨?"

내 오른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누군가 하면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레드 타이거즈의 테이블에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의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 신태강 포수?"

잠시동안 생각해보자 곧바로 떠오르는 얼굴, 나는 살짝 놀란 얼굴로 물어봤다.

"네, 맞습니다. 직접 대화하는건 처음인데, 반갑네요"

"아.. 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나에게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같이 손을 내밀어서 가볍게 악수했다.

"다음 상대가 저흰건 아시죠?"

"아.. 네"

그의 물음에 나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왜 그러나 생각하는 순간

'아, 맞다. 저 사람 적장이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뭐가 목전인가 생각하던 도중

"말 놓아도 될까요?"

"...네?"

예상 외의 물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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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4강 미디어데이(3)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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