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5화 (205/255)

우리 동네 야구팀-203화

'뭐지...? 왜 갑자기 말을 놓자고 하는거야...?'

갑작스러운 제안에 갑자기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머리, 그러면서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태강을 쳐다보자 눈치챘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엄... 수상한거는 아니고, 한가지 계약을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는 약간 어색하게 웃으면서 내 눈치를 봤다. 나는 그런 그를 약간의 의심을 담은 눈으로 쳐다봤다.

'이거, 나중에 친해진 다음에 몰래 정보같은거라도 뺴내려는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뭔가 몇가지 수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은 상황,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놓죠"

"이야, 퍼펙트 투수랑 말을 놓을줄은 몰랐는데, 이거 영광이네"

말을 놓자마자 곧바로 자연스럽게 훅 들어오는 태강, 나는 잠시동안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나름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영광은 무슨... 저기 있는 김현이 더 대단하겠지"

그러면서 멀리있는 김현을 돌아봤다. 그러자 먼곳에서도 눈에 잘 띄는 잘생긴 얼굴, 아무리 봐도 열등감이 든다.

"쟤는 그냥 잘생기기만 한거고"

"지금 직구 140 나오는 사람한테 할 소리는 아닌거 같다만..."

"걘 그거랑 포크볼 낙차가 좀 커서 먹히는거지. 그거 둘 빼면 남는걸 얼굴 뿐이야"

음... 이 사람, 내가 데이터에서 보고 생각했던 내용이랑 비슷한 말을 한다.

아무래도 그때 내가 본게 정확한것 같다. 뛰어난 실력과 잘 돌아가는 머리까지. 포지션만 다를뿐, 나와 거의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속으로 살짝 긴장하면서 태강을 쳐다봤다. 그리고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전형적인 정통파 투수, 에이스에 가까운 모습이잖아"

"그러면 뭐해, 자기 잘난맛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는 싸가지 없는 놈인데 말야. 분명히 언젠가는 사람 다 나가떨어질 성격이라고"

태강은 뭐가 그리도 불만인건지 궁시렁 거리면서 김현을 노려봤다. 그러면서도 입은 전혀 쉬지 않고 계속 궁시렁거렸다.

"포수를 그냥 공받는 기계로 아는새끼..."

"저기, 공식석상이야. 조심"

"아, 맞다"

내가 작은 목소리로 살짝 주의를 주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다무는 태강, 나는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에게 물어봤다.

"근데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네. 마치 호흡을 맞춘적이 있는것처럼 말야"

"직접 받아본적이 있으니까 그러는거지"

"...뭐?"

음? 직접 받아봤다고? 그러면서 내 눈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금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둘이 예전에 안좋은 기억이라도 있어서 계속 그러는건가...'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태강을 쳐다봤다. 하지만 내가 궁금해하는걸 뻔히 알고도 말이 없는 태강, 결국 내가 물어보려는 찰나에

"그건 그렇고, 너도 김현이랑 사이가 별로 안좋아 보이던데"

"...내가?"

그가 먼저 입을 열면서 타이밍을 뺏어가버렸다.

'뭐야, 설마 그 일을 아는건가?'

그리고 그가 한 말에 대해 살짝 뜨끔하면서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물론 겉으로는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고.

하지만 그는 이미 다 알고 있는건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마치 사실대로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 같았다.

그럼 뭐 별수 있나, 사실대로 털어놔야지. 저쪽도 나름 실마리를 줬으니까.

"뭐... 좋은 인연은 아니지"

"예를 들자면 들판 위에서 싸우다가 승부를 보거나?"

헐, 뭐야. 이 인간 도대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거지?

그의 입에서 그 일이 나오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양팔에 닭살이 돋아버렸다. 그러면서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그가 살짝 뻑쭘한듯이 대답했다.

"어... 그게 그날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거라서 말야... 일부러 뒷조사 같은건 안했어. 진짜야"

"뭐... 됐어, 우리는 전문 정보분석원까지 고용하는데 뭐"

"헐, 소문이 진짜였나... 완전 치트키네"

"그러는 너네도 지금 정보 구한다고 해설이 얘기하던데"

"...틀켰네. 그럼 할말 없지"

태강은 뻘쭘한지 헛기침을 하면서 눈길을 슬쩍 돌려서 사회자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사회자랑 눈이 딱 마주쳤는지 급하게 앞으로 눈을 돌리면서 내쪽으로 기울었던 몸은 정면을 똑바로 쳐다봤다.

'아!'

그런 행동에 곧바로 감이 온 나도 재빨리 몸을 돌려서 앞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미 들킨건지 사회자가 웃으면서 한소리 거들었다.

"거기 두분? 둘이서 계속 그러면 나중에 스캔들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하-"

그러자 웃음소리로 가득 차는 관중석, 나는 앞에 있는 기자와 관중들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자, 그럼 이어서 레드 타이거즈의 감독이죠, 덕장이라고 불리는 성성진 감독님의 출사표를 들어보겠습니다"

잠시뒤, 웃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고 미디어데이에 집중하자 곧바로 내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이 앞에 놓인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입을 열었다.

"저희 레드 타이거즈의 목표는 단 하나, 무조건 우승, 닥치고 우승입니다"

짝짝짝짝짝-

짧고 굵었던 출사표,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짧고 굵게... 좋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앞에 놓인 생수를 따서 한모금 들이켰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이어서 진행하는 사회자를 쳐다봤다.

"자, 그러면 마지막 차례. 패자부활전부터 치러서 이곳까지 올라온 D.라이더즈의 유용식 감독의 출사표를 들어보겠습니다"

사회자는 멘트를 말한 다음에 감독님에게 살짝 눈짓을 했다. 그러자 감독님이 마이크를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저희 D.라이더즈의 목표도 당연히 우승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번 4강에서 안수혁 선수를 최대 5이닝만 던지게 할 생각입니다"

"네...?"

'뭐, 뭐라고?'

갑작스러운 감독님의 발언, 그 말에 나를 포함한 모든 팀 사람들은 물론, 사회자나 기자들, 그리고 수많은 구경꾼들까지 모두들 놀란채로 감독님을 쳐다봤다.

'아니, 왜? 어째서 나랑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나에게 아무런 얘기도 없이 혼자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감독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감독님은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그저 입가에 희미한 미소와 함꼐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아.. 넵. 그럼 감독님들의 출사표는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엔 선수들의 출사표도 한번 들어봐야겠죠?"

잠시뒤, 사회자가 정신을 차리고서는 계속해서 진행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내 조금 나아졌는지 원래으 목소리로 돌아왔다.

"선수들의 출사표는 특별히 관중분들의 의견을 받아서 딱 절반인 선착순 4명만 하겠습니다!"

그러자갑자기 반응이 뜨거워지는 관중석, 그리고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그런 관중들 사이에서 한 사람을 콕 집었다. 그러자 진행요원이 그 사람에게 달려가서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사회자가 찍은 관중은 20대 초반, 이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 그녀는 살짝 쭈뼜거리다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 김현 선수의 출사표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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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4강 미디어데이(4)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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