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6화 (206/255)

우리 동네 야구팀-204화

"자, 그럼 김현선수는 마이크를 들어주시고 대답해 주세요"

사회자는 말에 김현은 곧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잠잠해지는 관중석, 모두가 김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현도 그걸 아는지 잠시동안 관중을 둘러보면서 잠깐의 텀을 두었다.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제가 이런건 처음이라서 뭐라고 말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공약 하나 걸게요"

"어떤 공약이시죠?"

김현의 말에 사회자가 잽싸게 불쑥 끼어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바로 말한다면 재미없다는 표정이 보이고 있었다.

'보나마나 팬서비스 같은거겠지. 그냥 연예인이야'

나는 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 사회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다 김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시 그를 쳐다봤다.

"이번 4강에서 이긴다면 강남역에서 세시간동안 프리허그 이벤트를 하겠습니다"

"꺄아아아!"

그의 말에 갑자기 환호하면서 난리가 나는 관중석들, 환호를 지르는 사람을 보아하니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반면에 남자들은 원래부터 썩 내키지 않았는지 별 반응이 없었지만.

"아으... 저건 그냥 연예인 아냐?"

"그러니까요. 쟤는 가끔씩 얼굴로 밀어붙이는거 같아요. 실상은 어떤지도 모르는 애들이..."

내가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무렵, 엄청난 소리들 사이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내 귀에 꽂히듯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기들끼리 궁시렁 거리는 레드 타이거즈의 선수들, 정확히는 내 옆에 앉은 신태강과 그 옆에 앉은 감독같이 보이는 사람 둘이서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둘이 뭔가 안좋은 감정이 있는거 같네'

나는 그런 태강을 보면서 속으로 살며시 판정을 내렸다. 아직 확실한건 아닌, 반쯤은 애매한 확정이지만.

"자, 그럼 김현선수는 마이크를 내려주시고요, 이제 다음분을 지목해 보겠습니다"

잠시뒤, 환호성이 잦아들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고는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선별된 한사람, 이번에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살짝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마이크를 받고는 진짜로 소리가 나는지 손가락으로 두어번 건드렸다.

"저기, 그거 안터지니까 마음 놓고 말해봐요"

"하하하-"

살짝 긴장한듯한 남자를 달래주려고 내뱉은 사회자의 말, 그러자 그를 포함한 주변 모두가 잠시동안 웃으면서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자, 그럼 이제 어떤 선수의 출사표를 듣고 싶은지 한번 물어볼까요?"

"저는... D.라이더즈 안수혁 선수의 출사표를 듣고 싶습니다"

남자는 짧고 굵게 대답하고는 마이크를 안내요원에게 넘겨줬다. 사회자는 이번엔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진행을 이어갔다.

"자, 그럼 안수혁 선수는 마이크를 들어주시고요,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사회자의 말에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그러자 관중석 곳곳에서 박수소리와 함꼐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워후우!"

"우리 퍼펙트투수 안수혁! 형이 많이 아낀다!"

"무심한 귀요미 안수혁!"

어우,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뭔가 떨리기 시작한다. 김현에 비하면 훨씬 작은 목소리였지만, 은근히 큰 목소리들이었다.

나는 잠시 한숨을 살짝 뱉으면서 긴장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 아시는 분은 아실텐데, 어쩌다보니 이번 경기가 예선때의 설욕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는 어떻게든 팀이 이길수 있도록 경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런데 유용식 감독은 최대 5이닝만 돌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잠깐 야수로 갔다가 마무리 짓는건가요?"

내 말을 듣고는 사회자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는 그 말에 감독님을 잠깐동안 쳐다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감독님 재량이지만 마무리는 무조건 제가 나오게 만들 생각입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감독님을 다시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감독님은 괜찮다는 뜻인지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고는 오른손으로 내 등을 툭툭 두들겼다.

*

그뒤로 또 다시 선택된 관중 한명, 그리고 이번에는 어김없이 태강이 출사표를 말하게 되었다. 그는 짧지만 굵게 꼭 이기겠다고 말하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된 선수는 예상 외로 산욱이, 만루 전설 때문인건지 마지막으로 선택을 받았었다. 산욱이는 많이 긴장한건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고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다음 각 감독들의 출사표도 지난 이후에, 막 기자들의 질문시간이 시작되는 참이었다. 그러자 몇몇 기자들이 손을 들면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한 기자가 손을 들고서 마이크를 막 건네받았다.

"저는 신태강 선수와 안수혁 선수에게 묻고 싶습니다. 현재 황룡기에서 가장 두뇌전에 자신있는 선수를 뽑으라면 신태강 선수와 안수혁 선수가 있습니다. 이번 두뇌전은 자신 있으십니까?"

기자의 물음에 잠시동안 생각하는듯한 태강, 나도 잠시동안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이 다 끝나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신태강 선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태강이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막힘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언제나 주어진 정보들을 활용해서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데 노력할 뿐입니다. 안수혁 선수와는 재미있고 치열한 두뇌전으로 팬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태강의 말에 재빨리 타자를 치면서 기록하는 기자들, 사회자는 잠깐의 텀을 두었다가 이번에게 나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나는 마이크를 조심스레 집어들고는 짧게 텀을 두었다. 그리고는 태강을 슬쩍 쳐다본 다음에 입을 열었다.

"저도 언제나 주어진 정보에서 최선의, 그게 안되면 제 감을 조금 섞어서 차선의 상황이 나올수 있게 노력할 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신태강 선수와는 치열한 두뇌전으로 팬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팀의 승리도 꼭 얻어내겠습니다"

그렇게 나름 장황하다면 장황한 멘트를 다 말하고 나서는 꽤나 떨렸었는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기자들을 쳐다보니까 언제 다 기록한건지 벌써 다 끝내고는 다시 대기하고 있는 손, 그리고 이어서 다른 기자가 손을 들고는 발언권을 얻었다.

"저는 D.라이더즈의 유용식 감독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조금 전에 안수혁 선수가 어떻게든 자신이 마무리를 짓겠다고 했는데, 그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는 그렇게 묻고는 재빨리 키보드 위로 손을 올려놓았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순간 곧바로 받아적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태도였다.

그 말을 들은 감독님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면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자가 아닌, 관중석 전체를 쳐다보면서 크게 말했다.

"그래서 전 저희팀의 이번 선발은 안수혁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를 내보내려고 합니다"

"...감독님?"

헐, 뭐야. 내 예상으론 선발로 좀 뛰다가 익숙해질쯤 영훈이로 바꿔서 가다가 다시 내가 올라오는건줄 알았는데 저렇게 나오실줄은...

그러면서 내 머릿속은 갑작스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독님은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는지 뒷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희팀의 이번 선발은 오선민 선수입니다"

"에...? 감독님?!"

아니, 잠시만 선민이라니. 기껏해봐야 영훈이로 길게 3이닝 정도 끌고가는줄 알았는데, 선민이라니!

나는 순간적으로 큰 목소리가 나오면서 완전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독님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나에게 대답했다.

"너가 마무리 짓고 싶다며? 내가 마무리 짓게 해줄게"

"하아..."

감독님의 대답을 보니까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그러면서 나는 포기한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뵈도 감독님이 밀어붙일때는 확실히 밀어붙이는 타입, 나하고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는 감독님이시니까 분명히 바꾸지 않을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굳이 선민이를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왜 지난번 경기에서 굳이 마지막에 선민이를 올렸는지 이해가 가고 있었다.

"그럼 그때 그래서..."

"맞아, 안그랬으면 너나 영훈이를 올렸겠지"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머리를 살짝 헝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거기에 마지막에 당한거니까 깔끔하게 마지막만 설욕하라는 뜻도 있는거 같고...'

────────────────────────────────────

205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2016.06.0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