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7화 (207/255)

우리 동네 야구팀-205화

미디어데이가 끝나고 며칠뒤 8월 3일 일요일, 황룡기 4강전 두번째 경기 약 30분 전. 잠실야구장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치열한 경기가 예상되는 대회의 막바지 시합이지만,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경기가 시작하기 전의 그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매우 즐기고 있었다.

거기다가 이제는 한여름에 방학시즌, 거기에 주말까지 겹쳐서 지금까진 낮이나 조금 애매한 시각에 하던 경기를 완전히 초저녁 즈음으로 늦춰 버린 덕분에 경기 시작 약 두시간 전부터 주최 측에서 여러가지 이벤트를 준비해서 시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중계부스 안. 중게진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 이건 거의 완전히 올스타전 인데요? 이거 팬 서비스나 행사 등등... 다 고려하면 거의 맞먹겠어요"

"음... 난 솔직히 처음에 그 얘기 들었을떄 안그래도 아마추어인 선수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건 아닐까 했는데, 선수들이 하는 이벤트는 사인회밖에 없어서 다행인거 같네"

"그런데 우리가 포스트시즌 경기할때는 보통 이런 느낌은 아니었단 말이죠. 거기다가 우승 팀에게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수없는 혜택이 있는데 이렇게 널널하게 해도 되는건가요?"

"여기 오면서 선수들 봐놓고 그러네요. 완전 진지했잖아요"

그들은 오늘 경기에 대해서 가볍게 잡담을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이 살짝 열리고 곧 시작한다는 신호가 오자 다들 머리에 헤드셋을 끼우고는 아까보다는 적어진 말수로 얘기하면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중계진이 그렇게 경기를 준비해 나가는 사이에 선민은 덕앙수 한곳에 앉아서 한숨만 연거푸 내쉬고 있었다.

이미 몸은 조금 전에 다 풀어놓은 상태, 경기 직전에 잠간 쉬면서 마인트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적 없는 선발투수 역할, 모두들 지금 선민의 상태를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인지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용식의 지시를 받은 웅철만이 그의 주변에서 그를 챙기고 있을 뿐이었다.

'...8강전 마무리, 그리고 4강전 선발. 충격받을일이 연달아 나오니까 지금 아마도 불안하겠지. 잘 버텨줘야 할텐데...'

수혁은 그런 선민을 빤히 쳐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뭐라고 한마디 해줄려고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나저나 감독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마무리 하는데만 올리겠다고 하시는건지... 그렇다면 못해도 7회즈음에 올리시겠다는건데...'

그렇게 지나가다 보니까 어느새 도착한 외야지역,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보자 수혁을 환호하면서 맞아주는 수많은 관중들, 수혁은 뭔가 뿌듯하면서도 답답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글러브 안에 있던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주고는 뒤로 돌아섰다.

"하아... 오늘은 그냥 닥치고 벌떼야구로 가겠구나..."

고개를 돌려서 불펜을 쳐다본 수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면서 오늘만큼은 맨날 쓰던 투수 글러브가 아닌, 가끔씩 쓰던 보조용 내야수 글러브를 팡팡 두들겼다.

"오늘 수비하면서 제발 민폐만 끼치지 말자. 우승하기로 약속했으니까..."

*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제 1회 황룡기 동네야구대회 4강 제 2경기를 중계하겠습니다. 캐스터에는 저 한종구 캐스터가, 해설위원은 이봉구, 박준형 해설위원님께서 함께하시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봉구 해설위원입니다]

[박준형 해설위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경기 시작 10여분 전, 느낌있는 BGM과 함께 캐스터가 중계방송의 서막을 열었다. 두 해설은 그의 멘트에 인사를 덧분이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 어제 골드스타즈대 블루 파이어즈의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6대 4, 하지만 다소 김이 새는 모습으로 끝났습니다]

[네, 경기 7회까지는 양팀다 모두 나름 팽팽한 느낌으로 가면서 매우 재밌는 양상이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8회 초에 블루파이어즈의 강상현 유격수의 실책이 나오면서 그뒤로 경기의 추가 갑자기 확 기울었습니다. 뒤늦게 추격을 시작해봤지만 역부족, 결국 약간은 허무하게 끝난 경기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경기가 시작하려면 조금 남은상황, 그래서인지 중계화면에는 어제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에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중계진, 그러면서 틈틈히 시게를 쳐다보면서 오늘 경기에서 할 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면 오늘 경기의 양상은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우선 D.라이더즈는 유용식 감독의 발언이 가장 키 포인트가 될것 같습니다. 과연 에이스 안수혁 선수를 올리지 않고 언제까지 버텨줄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경종고 감독 재임 시절에 충분히 납득갈만한 일만을 해왔던 유용식 감독입니다. 레드 타이거즈는 유용식 감독이 무슨 의도로 오선민 선수를 선발로 냈는지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제 경기에 대해서 충분히 말한듯 하자 자연스럽게 오늘 경기에 대한 예측을 이야기하는 중계진, 두 해설 모두 미디어데이에서 용식이 했던 발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예상대로 덕아웃에서 선민을 빤히 지켜보는 태강, 그러면서 도대체 왜 그런건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다.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구속은 안수혁보다 조금 더 빠른편, 하지만 그거 말고는 딱히 특출난 점은 없어보이는데...'

"얌마, 뭘 그리 심각하게 쳐다보고 있냐"

태강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는 도중, 누군가가 그의 어깨위로 손을 짚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아, 감독님"

"너도 지금 왜 그런지 생각중이야?"

"네. 그때 저쪽에서도 적잖게 놀란걸 보면 단독적으로 실행한거고, 분명히 숨겨둔 수가 있다는거 같은데 말이죠"

"음... 내가 보기에는 우리 애들중에서 너랑 석환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짧고 빠르게 스윙하잖아. 그래서 힘으로 좀 밀어붙이는 애를 선발로 세운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말야"

"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태강은 감독의 의견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흡사 감독을 코치처럼, 그리고 자신은 감독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됐는지 붙어보면 알게 될거같다는 말을 하면서 벌떡 일어나는 태강, 감독은 늘상 봐왔던 모습인지라 응원의 의미로 등을 툭툭 두들겨 주고는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내가 해주는 역할은 그저 태강이를 보조해주는것, 실제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은 저녀석이 해야지'

감독이 자리를 뜨자 태강은 잠시 벗어두었던 모자를 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슬슬 경기가 시작되려는 그라운드를 쳐다보면서 덕아웃 앞으로 걸어나왔다.

'자, 그럼 오늘도 부담없이 한번 즐기러 가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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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2)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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