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06화
태강이 덕아웃 앞으로 나오자 몇몇 동료들이 준비를 다 미치고서 곧 시작될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꽤나 긴장하는 모습은 보여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들, 평상시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는 즐기고 이기자는 주의가 있는 태강의 마인드가 스며든 결과였다.
잠시뒤, D.라이더즈이 선수들도 덕아웃 앞으로 나왓다. 그리고 국민의례와 시구까지 다 끝난 다음에 각자의 위치로 들어가는 D.라이더즈 선수들, 레드 타이거즈에선 1번타자 영준만이 헬멧과 배트를 챙겨들고서 타석으로 걸어나왔다.
현재 마운드에서 긴장된 채로 몸을 풀고있는 선민, 막상 마운드에 올라오자 더 떨리는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늘 D.라이더즈의 선발투수는 오선민 선수, 이번 대회에서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중입니다]
[원래 포지션이 3루수여서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평균 구속이 안수혁 선수보다 조금 높은 120대 후반이라는점. 그것 말고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선수입니다]
중계진도 그런 그를 보면서 말은 못하지만 내심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아... 이거 너무 심각한데... 어떻게든 해줘야겠어'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 가장 불안함을 느끼는 포수 종빈, 그는 공을 받다 말고는 일어나서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다.
실제로 마운드에 올라가자 얼어있는 표정으로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있는 선민, 종빈은 그런 선민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얌마, 정신차려!"
"어, 어..."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를 질러봐도 힘없는 대답으로 받아주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는 선민, 종빈은 그런 선민을 쳐다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선민이의 컨디션, 어떻게든 끌어 올려줘야 한다. 이럴때 수혁이나 감독님이라면 뭔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을텐데...'
지금 선민의 상황은 첫 선발등판과 4강이라는 엄청난 주목에 압도되어서 얼어있는 상태, 평상시에 도전적이며 날카로운 그의 성격이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건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해주는것, 종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야, 선민아. 감독님이 너를 왜 선발로 내세운줄 아냐?"
"어...?"
"그냥 버티라고 세워놓은거야. 그렇다고 구속이 딸리는 다른 애들을 내세울수는 없으니까 첫 타자로 너를 내세운거지"
"...그 정도는 나도 생각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수혁이로 마무리 짓는다며, 그러면 못해도 내가 5이닝 정도는 먹어야 된가는거 아냐?"
"수혁이가 꼭 9회에 나올거라는 생각은 왜 하는거야?"
"..."
종빈의 훅 들어오는 물음에 말문이 막혀버린 선민, 그러다가 '아...' 하고 깨닫는 듯한 소리와 함께 조금은 나아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종빈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계속해서 입을 열면서 선민의 부담감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주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이건 감독님이 어제 나한테만 하신 얘긴데, 너는 타선이 한바퀴 돌 정도만 막아주면 된다고 하셨어. 그 뒤는 감독님이 알아서 하신다고, 부담없이 너를 끌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음..."
"넌 생소한 녀석이야. 볼만한 데이터도 없고, 지난번 네 등판떄는 트리플 플레이에 죄다 묻혀버려서 너에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어. 자,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가장 커다란 무기가 뭐겠어?"
"...생소함이네"
"그래, 그러니까 나를 믿고, 야수들을 믿고 거침없이 던지라고"
종빈은 그렇게 말한 다음에 오른손으로 선민의 어깨를 툭툭 쳐준 다음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선민은 종빈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로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살며시 쥐었다.
'그래, 뒷일 생각 안하고 거침없이 가는게 내 스타일이긴 하지'
*
"플레이볼!"
"와아아아아!"
"우워워워워!"
두두두둥-
빠밤 빠밤밤-
종빈이 마운드를 방문하고 잠시뒤, 레드 타이거즈의 1번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다. 그러자 심판은 모두 준비가 됐나 살펴보고는 지금 막 큰 목소리로 게임 시작을 알렸다.
선민의 얼굴응 조금 전보다는 확실히 안정된 표정, 그러면서 침착하게 종빈이 보내는 사인을 받고 있었다.
'일단 저 투수에 대해 아는게 없어. 본 포지션이 투수가 아닌만큼 최대한 끌어보면서 직구 위주로 가보자'
타자는 막 사인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민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배트를 최대한 짧게 쥐었다.
그사이 선민은 사인을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잠같의 텀을 두었다가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 가볍게 공을 뿌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에 꽉 차게 들어오는 직구, 타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건지 움찔하면서 투수를 슬쩍 쳐다봤다.
'구속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구위가 보통이 아냐... 완전한 정통파다...'
현재 D.라이더즈의 선수중에서 인지도가 낮은편인 선민,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밝혀낸 정보같은건 거의 없었다. 기껏해봐야 D.라이더즈의 3루수라는 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선민은 원래 교내 배트민턴 선수였던 사람, 손목 힘이나 공을 강하게 던지는 것은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용식이 그가 가장 편할만한 폼으로 공을 던지게 만들어주면서 공의 위력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이런 공이 나오고 있는 상황, 타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배트를 다시 쥐고는 선민을 노려봤다.
'일단 구위는 만만치 않다. 툭 툭 건드려서 단타를 노리는게 효율이 있겠어'
'아마 예상 밖의 구위에 놀랬을거다. 거기다가 테이블, 아마 최대한 공을 보면서 단타나 볼넷을 노리겠지'
종빈은 그런 타자를 힐끔 쳐다보면서 잠깐동안 그의 의중을 파악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정도 맞는 의중,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뭔가를 할수 있는건 아니었다.
'어차피 선민이의 존은 안이냐 밖이냐. 이 두개중 하나야. 난 오직 미트를 가운데로 내밀고 기분좋게 받아주기만 하면 되는거다'
그러면서 종빈은 이번에도 아까와 똑같은 사인을 내보냈다. 그리고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선민은 종빈이 준비가 된걸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이번에도 힘차게 와인드업을 하면서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슈욱-
선민의 손을 떠나간 공은 수혁의 공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트를 향해서 뻗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공에 시선이 고정되는 타자, 그리고 허리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배트가 따라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공과 배트, 그러면서 타자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오케이, 궤적은 잘 맞았다!'
타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까앙-
크지는 않지만 맑은 소리, 그러면서 타구는 1-2루 사이를 가볍게 지나가면서 외야로 굴러갔다.
우익수 영훈이 앞으로 잽싸게 걸어 나오면서 1루로 공을 던졌지만 이미 타자는 1루를 밟고 지나간 상황, 첫 타자부터 안타를 내주는 최악의 스타트였다.
[1-2루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안타. 오선민 선수, 시작부터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초구랑 2구를 보면서 느낀건데, 지금 오선민 선수는 제구가 잡히지 않은 선수 같습니다]
[보통 제구가 좋지 않은 투살도 포수가 볼배합을 하기 위해서 위치를 지정하는데, 지금 임종빈 선수가 계속 한가운데만 지시하는것도 그렇고, 오선민 선수는 그걸 또 존 이리저리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오늘 레드 타이거즈를 상대하기는 아마 힘들거라고 봅니다]
안타를 맞은 직후, 캐스터의 멘트에 해설들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기다렸다는듯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면서 지금 막 화면에 나오는 용식을 쳐다봤다.
[유용식 감독,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는걸까요. 지난번에 당해 놓고서 오히려 더 떨어지는 투수를 내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지금 숨겨둔 무기같은게 없다면 즉시 교체해야만 될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용식을 질책하듯이 얘기하는 해설들, 하지만 용식의 얼굴에는 그닥 긴장한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느긋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역시 직구만으로는 안되네. 결국엔 써야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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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3)201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