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09화 (209/255)

우리 동네 야구팀-207화

'역시 직구만으로는 안되네. 결국엔 써야 되는구나'

용식은 옆에서 벤치에 편하게 앉아있던 매니저 웅철을 불렀다. 그런 다음에 뭔가를 간단히 말한 다음에 그를 덕아웃 밖으로 보냈다.

"타임 타임!"

웅철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타임을 외치고서 배터리를 불러들이는 일. 둘은 무슨 일인가 하면서 그라운드로 올라온 웅철에게 걸어갔다.

"뭔데, 감독님이 뭔 작전 내리셨냐?"

"벌써부터...?"

둘은 오자마자 웅철을 붙잡고는 무슨 일이냐는듯이 묻기 시작했다.

"야 야, 둘다 잠시 입좀 다물고, 곧바로 작전 지시 들어간다"

웅철은 그런 둘의 입을 닫아 버리고는 손짓으로 둘을 자신에게로 더 끌어들인 다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독님이 이제 그거 쓰래. 단, 4번 타자는 왠만하면 거르래"

"그게 뭔데?"

"아..."

웅철의 말에 두 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라졌다. 종빈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웅철을 쳐다본 반면에 선민은 조금 긴장한 표정을 고개를 끄덕였다.

"투심하고 커터, 그거 얘기하는거 같은데..."

선민은 신중한 말투로 글러브 안에서 공을 집어서 꺼냈다. 그런 다음에 투심 그립을 한번 잡아봤다.

그 얘기를 들은 종빈은 놀란 표정으로 선민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말도 안된다는 소리와 함께 선민을 쳐다봤다.

"투심하고 커터...? 그게 말이 돼?"

"감독님이 비밀무기라고 하면서 가르쳐주던데... 그래서 커터는 조금 불안해도 투심은 꽤나 잘 휜다고 하셨어"

선민의 말에 종빈은 잠깐 고민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뒤, 고개를 끄덕이면서 선민을 쳐다봤다.

"그럼 투심 사인은 수혁이랑 똑같이 가는걸로 하자. 사인은 알지?"

"전에 감독님이 알려주셨어"

"하긴, 감독님이 가르쳤으면 알려줬겠지"

종빈은 그럴만 하다면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선민의 등을 툭툭 쳐주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막아보자고 말한 다음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선민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까보다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런 다음에 오른손을 휙휙 흔들면서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확실히 배드민턴을 하는애라 손목이 강할테니까 투심이면... 충분히 가능할수도 있겠다'

한편, 홈으로 돌아온 종빈은 다시 쪼그려 앉으면서 용식이 투심을 추천한 이유를 추리해냈다.

그렇게 추리해보니까 그럴싸한 이유, 그러면서 선민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래도 일단 초구는 직구로, 직구 하나쯤은 보여주고 가야 효과가 있어'

'오케이'

선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운드에 발을 붙였다. 그리고 오로지 미트만 쳐다보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볼"

이번 초구는 조금 바깥으로 빠진 볼. 타자는 이미 충분히 예상했다는 일이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자세를 풀었다.

'확실히 태강이가 말한대로 타자의 제구는 별로 좋지 않은거 같네'

'스읍... 일단 보여줬고, 기왕이면 1회는깔끔하게 막고 가는게 좋을거야'

한편 종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는 잠깐동안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기 전에 확인해본 데이터에 따르면 유석환 신태강을 뺸다면 다들 똑딱이에 수비좋고 발 빠른 타입이야. 그렇다는건 단타 한번에라도 충분히 홈인할수 있다는거고...'

그러면서 다시 선민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종빈, 그리고는 사인을 보냈다.

'투심으로 땅볼 유도해보자'

'콜'

종빈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는 선민, 그리고는 잠시 오른손을 꼼지락 거리면서 그립을 바꿔쥐었다.

'...변화구?'

타자는 그런 선민을 보면서 흠칫했다. 그러면서 아까보다 조금 더 선민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보에 보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야 이씨... 그걸 그렇게 티내면서 하고있냐?'

한편, 선민의 그런 모습을 본 종빈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째려봤다.

'하아... 그래도 기껏해봐야 슬라이더 예측할거 같은데 그냥 그대로 가자'

그래도 지금 바꾸자니 또 티르 낼것만 같은 상황, 결국 그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후우, 요거 잘 될지 모르겠네...'

종빈이 합리화를 하고 있을 무렵, 선민은 약간 긴장한채로 공을 쥐고있는 오른손을 계속해서 꼼지락 거렸다.

비록 연습을 했고, 그 결과도 좋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는건 마찬가지.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건 처음인지라 확실히 연습때보다는 긴장이 되고 있었다.

'...애들이 잘 막아주겠지. 믿고 던지자'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결심이 선 마음, 그리고는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온다!'

선민이 움직이자 타자는 앞에 있는 왼다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선민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앞으로 콱 내려놓으면서 허리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맞춘다. 이번에 백퍼 맞춘다'

타자의 허리가 돌아가고 배트가 서서히 나오는 순간, 공이 맞을거란걸 감으로 인지했다. 그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유겨억!"

티잉-

그 소리에 잠깐동안 몸이 움찔하는 호진, 그 순간 공이 맞는 소리가 라운드에 울려퍼졌다.

"크읏!"

타자자 공을 맞추는 순간, 배트 중심에 맞지 못했는지 팔에 심한 진동이 오면서 자연스레 신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물어지는 입, 그다음은 타구는 보지도 않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당했다, 당했어!'

타자가 친 타구는 빚맞고는 빠른 속도로 유격수에게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호진은 그 타구를 손쉽게 잡은 다은에 2루에 들어온 성빈에게 주저없이 송구했다.

터업-

"아웃!"

성빈은 안정적으로 공을 받자 심판의 콜소리가 우렁차게 나왔다. 하지만 성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오는 주자를 피해서 오른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는 1루로 강하게 송구했다.

슈욱- 파앙-

"아웃!"

성빈이 던진 공은 그대로 1루를 향해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다리를 쭉 찢은채로 송구를 받아내는 산욱, 그와도시에 심판의 제스처와 함께 아웃 콜이 한번더 울려퍼졌다.

"나이스!"

병살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환호한 사람은 종빈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오른 주먹을 꽉 쥔채로 좋았다말 말을 연신 반복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격려해줬다.

반면에 가장 기뻐할법한 선민은 그저 멍하니 선채로 뒤를 바라보면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순도 100퍼센트의 고마운을 담은듯한 웃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호오... 예선때랑은 뭔가 달라진 기분인데? 정확히는 지난 경기서부터 뭔가 한층 발전된 느낌도 있어보여"

한편, 대기타석에서 준비하던 태강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종빈을 쳐다봤다.

예전엔 그저 수혁이 주도하는걸 뒤에서 잘 받쳐주는 역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니까 마운드에 거의 처음오른 투수를 잘 안정시키고, 리드해 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수비들도 거기에 호응해주니... 초반에 꼬인거 같네"

태강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꿇고 있던 한쪽 무릎을 세워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타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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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4)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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