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08화
'후아, 드디어 올게 왔다'
종빈은 오른쪽 타석으로 들어오는 태강을 살펴보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힘차게 기합을 넣으면서 미트를 두들겼다.
"아자! 가자!"
"아자아!"
종빈의 외침에 같이 호응해주는 야수들, 종빈은 야수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타석으로 들어온 태강을 쳐다봤다.
태강은 종빈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종빈은 그에 맞대응을 해준 다음에 잠시동안 야수들을 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대다수 타구는 좌측으로 날아갔었어. 빠른 배트스피드로 밀어 붙인 결과였지. 그러니까 좌측으로 조금만 옮겨보자'
그렇게 결단이 나오자 종빈은 야수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좌익수 쪽으로 옮기게 지시했다.
야수들은 종빈의 사인에 따라서 좌익수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종빈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오... 임종빈 선수, 경기 초반부터 시프트를 들어갑니다]
[보통 초반에는 그냥 일반적으로 가는데 말이죠... 처음부터 철저하게 가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럴때는 보통 몸쪽 공을 던져서 우측을 유도할텐데, 지금 오선민 선수가 과연 몸쪽 공을 꽂을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야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 중계진은 대체적으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은채로 화면에 나오는 종빈에 시선을 고정했다.
화면에 나오는 종빈은 조금 긴장한건지 경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오른손은 가랑이 사이에 낀채로 선민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선민, 그리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얼마나 빠른지 한번 보자!'
태강은 얼마든지 오라는 생각을 하면서 배트를 꽉 쥐었다. 그리고 선민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허리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부웅-
그러면서 같이 딸려나오는 배트, 군더더기 하나없는 깔끔한 자세였다.
'역시, 배트 속도가 다르다...!'
바로 뒤에서 태강의 배트스피드를 느끼는 종빈, 그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공에 더욱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움직여줄 확률은 적었지만, 종빈은 자연스럽게 공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얼굴로는 제발 원하는 곳으로 가달라고 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선민의 제구로 그럴리는 없는법, 결국 공은 처음부터 바깥쪽으로 들어가다가 이내 배트에 가볍게 맞았다.
'아!'
공이 배트에 맞는순간 종빈은 속으로 아차 하는 소리를 내면서 타구를 쳐다봤다.
그러자 1-2루간을 낮게 깔린채로 쭉 뻗어가다가 작은 바운드와 함께 우익수 영훈 앞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 영훈은 살짝 어정쩡한 자세로 잡은 다음에 외야 근처로 나온 2루수 성빈에게 가볍게 송구했다.
[신태강 선수, 평상시랑 다르게 1-2루간을 빠르게 뀌뚫는 안타가 나옵니다]
[신태강 선수, 시프트를 쓰는걸 보고는 가볍게 밀어쳤습니다. 그리고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머리도 잘 굴러가고, 그에 따라서 대처할 능력도 되는 선수입니다. 아마 지금쯤 수많은 스카우터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태강의 안타를 보고나서 각자 한마디씩 하는 중계진들, 중계화면에는 태강이 1루에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하아... 괜히 쓴거같다... 괜시리 수만 읽힌거 같아...'
종빈은 선채로 마스크를 벗고서 한숨을 푹 내쉬며 1루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절레절레 가로젓는 고개, 머리싸움으로는 절대로 안될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된다면...'
종빈은 막막한 뒷 타자를 떠올리면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마스크를 쓰고는 지금 막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수혁이 말로는 타격으로는 앞에 신태강보다 더 위험한 타자라고 말했었지... 감독님도 오면 무조건 고의사구로 가라 그랬고...'
그러면서 종빈의 머릿속은 크게 두가지 생각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용식의 말대로 고의사구를 내주고 5번타자와 승부를 할것인지, 아니면 4번타자와 승부를 볼지. 두 생각이 종빈의 머릿속을 빠르게 휘감았다.
'스읍... 주자가 있어서 내보내기도 좀 그렇고, 비록 둘에 비해서 뒤처진다고 해도 클린업은 클린업이란 말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종빈, 그러면서 덕아웃에 있는 용식을 슬쩍 쳐다봤다. 혹시 작전을 바꾸나 하는 생각에서 쳐다봤다.
'너가 끌리는 대로 가봐. 아직 경기는 1회초다'
하지만 용식이게 돌아오는건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깨는 '선수 자율'사인. 예상 밖의 사인에 종빈은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타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래도 아직 경기 초반이다. 게다가 초반부터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자'
결국은 잡는 쪽으로 결심한 종빈,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쉰 다음에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유석환, 이번 황룡기 본선에서 5홈런 4도루, 키190, 몸무게 100에 걸맞는 괴물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타격만보면 신태강보다 더 위협적이다'
종빈은 자신이 봐 두었던 데이터를 떠올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선민을 지그시 쳐다봐싿.
'수혁이라면 모를까, 다른 애들은 절대로 상대가 되지 않을 타자야. 그래도 선민이 이녀석은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어보이는게 그나마 다행이네'
종빈은 긴장되는지 살짝 아랫입숩을 깨물었다. 그런 다음에 선민에게 사인을 보냈다.
'직구, 구속, 구위만큼은 이 대회에서 상위원 투수야. 충분히 버틸수 있어'
종빈은 그렇게 생각, 혹은 믿으면서 조심스레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준비를 다 마친 석환을 힐끔 쳐다봤다.
'지난번 경험상 길게 가져갈수록 불리해. 초구 보여주고 무조건 2구에서 끝낸다'
'아는 바로는 구속이 빠른 투수, 그거 뺴면 아무것도 없는 투수였지. 그리고 아까 승철이가 투심도 있다고 했었고...
한편, 석환은 무심한 표정으로 선민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김현의 공을 대비해서 150의 공으로 연습했었다. 130도 빠르지만 못칠 정도는 아냐'
'저 타자 예선때 끝내기 만루 쏜녀석 아냐?'
선민은 그런 석환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확실히 강한 타자고, 무서운 타자야. 그래도 무조건 안타가 나오고 홈런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잖아. 늘 하던대로, 거침없이 던지자'
선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오른발을 갖다댔다. 그리고 1루에 있는 주자를 힐끔 쳐다본 다음에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뿌렸다.
슈욱-
선민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쭉 뻗어나갔다. 타자는 왼발을 살짝 들었다가 지면을 콱 밟고는 공에 시선을 집중한채로 허리와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배트가 나오면서 점차 공의 궤적에 맞춰져가는 배트, 그리고는 마침내
까앙-
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타구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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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5)201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