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09화
"흐억!"
타구가 맞는 순간, 종빈은 기겁하면서 순식간에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좌익 선상을 향해서 빠르게 넘어가는 타구를 발견할수가 있었다.
타구는 파울라인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자 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타구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 제발...'
종빈은 타구를 간절하게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라인 밖으로 넘어가라고 중얼거렸다.
그만큼 애매한 타구, 타자와 주자도 이게 홈런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뛰어가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계속해서 공중을 가르는 타구, 절대로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석환이 1루 베이스를 밟았을 즈음, 타구가 점차 휘어나가더니
"파울!"
이내 폴대 밖으로 넘어가버렸다.
"후아아..."
판정이 나오자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람은 종빈, 1회부터 제대로 무너지는건 아닌가 걱정했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선민도 마찬가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아슬했다는 의미의 외마디 곡소리를 내뱉었다.
'최근에 너무 빠른 공만 봤었나, 배트가 너무 빨리 나왔어'
석환은 살짝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배트를 쥐고있던 손을 풀고는 손목을 살짝 털어줬다. 그런 다음에 다시 배트를 꽉 쥐고는 자세를 잡고서 선민을 쳐다봤다.
'오케이, 한번만 더 들어와라. 이번엔 제대로 넘겨줄테니까'
한편, 종빈은 석환의 뒤에서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넘길수 있다. 지금 승부봐야돼'
종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랑이 사이로 오른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선민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투심, 확실한 변화구로 뚫고 가버리자'
'투심... 승부네?'
선민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잠깐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내 동의하는지 고개를 딱 한번만 끄덕이고는 1루에 있는 태강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미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의 난 주자까진 감당하기 힘들어, 타자에만 집중하자'
그리고는 마운드에 발을 갖대다는 선민, 그런 다음에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렸다가 팔을 힘껏 휘저으면서 왼발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앞으로 나온 왼발이 땅을 디디는 순간, 선민의 오른팔이 빠르게 휘둘러지면서 오른발에있던 중심이 왼발로 쏠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오른팔과 손끝으로 전해지는 위력, 선민은 팔이 어느정도 나왔을떄 손목을 반시계 방향으로 최대한 비틀기 시작했다.
'제발 휘어라!'
선민의 속마음과 함께 손에서 떠나가는 투구, 공은 아까와 똑같이 미트를 향해서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공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허리를 돌리는 타자, 그러면서 배트를 공의 궤적에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제발...'
종빈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보면서 왼팔을 최대한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종빈의 바람과는 다르게 한가운데로 몰리는 모습을 보이는 공, 종빈이 내민 곳으로 확실하게 잘 오고 있었다.
'오케이, 마침 실투다!'
공의 궤적을 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리는 타자, 그러면서 더이상 아무런 걱정도 없이 배트를 휙 돌려버렸다.
까앙-
타자의 배트가 앞으로 나온 순간 공이 맞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저 멀리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시선들이 타구에 집중되었다.
'어...'
선민은 쭉 뻗어나가는 타구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면서 왠지 넘어갈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민의 예상과는 다르게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는 타구. 그리고 뒤쪽에 서있던 운선이 가볍게 잡아냈다.
"아웃!"
"휴우우..."
타구가 잡히는 순간, 종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다음에 마스크를 벗으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가운데로 몰리길래 실툰줄 알았더니, 거기서 변화구가 나오냐..."
타자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은채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처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확실히 선민의 투구는 확실히 가운데로 몰린 투구였다. 하지만 그건 실투가 아닌, 우연히 운 좋게 미트가 있는 곳으로 제구가 잘 된 공이었을뿐, 그래서 공이 살짝 빚맞았던 것이었다.
'쓰읍... 초반에 기선제압 할수 있었는데... 아깝다...'
*
[1회초가 끝나고 1회말, D.라이더즈의 공격 차례입니다]
잠시뒤, 이닝이 교체되고 1회말, D.라이더즈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좌타자 타석에 1번타자 운선이 들어와 있었다.
운선은 차분한 표정으로 투수를 쳐다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경기 전에 훑어본 데이터 내용을 떠올려보고 있었다.
'현재 투수의 제구력은 최상위급, 존을 16개로 나눠서 던진다는 소문이 있을정도로 면도날 제구를 자랑하고 있어. 이런 투수에게 내가 할일은 투구수 늘리기, 일단 물고 늘어져보자'
운선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평상시보다 배트를 조금 짧게 잡았다. 그리고는 자세를 잡은 다음에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음... 지금 이운선 선수가 평상시보다 배트를 손가락 두개 정도 짧게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버틸 생각인가 본데요?]
그런 운선의 모습을 본 캐스터,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해설에게 물어보는 말투같이 말했다.
[아직 초반인지라 조금은 시기상조인것 같아보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할만한 작전이라고 봅니다]
[이운선 선수가 이래뵈도 배트 컨트롤로 만들어낸 안타가 전체 안타의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충분히 나올수 있는 작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대답하는 해설들, 그리고는 서로 같은 생각을 했다는걸 눈치챘는지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손뼉을 마주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재밌다는듯이 웃는 해설, 그러면서 양 옆에 앉아있는 해설들에게 한마디 건넸다.
[오늘 두분 잘맞는데요? 혹시 뒤에서 짜고 온거 아니죠?]
[허허, 짜고 왔다뇨. 저희가 경기전에 짠거는 딱 하나입니다]
[김치만 짜요. 그거 빼고는 별거 없습니다]
[아...]
그러다가 튀어나온 썰렁한 개그, 그 순간 캐스터의 외마디 탄식이 나오면서 중계부스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러다가 캐스터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급하게 수습했다.
[하, 하하... 잠시 오디오에 에어컨 바람이 불었나 봅니다. 시청자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뭘 이런거 가지고 사과까지 하고 그럽니까]
[그러게, 나는 재밌었구만]
캐스터의 수습에 궁시렁 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또 죽이 척척 맞는 두 해설, 캐스터는 그런 둘을 무시하고는 다시 화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화면에 나와있는 모습은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던져주는 모습, 그리고 파란색 불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운선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배트를 스파이크에 툭툭 갖다대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투수도 운선과 비슷하게 무표정을 지으면서 운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정 반대였다.
'괜찮아, 괜찮아. 난 그저 태강이가 리드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러면 되는거야'
포수 태강을 믿으면서 불길한 생각은 애써 떨쳐내는 투수, 그러면서 가볍게 숨을 내쉬면서 부담을 털어냈다. 그런 다음에 포수에게 집중하면서 사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음? 오늘은 웬일로 멀쩡하네? 보통은 방금 그 반응에 곧바로 자신감이 푹 죽어버리더니...'
포수는 그런 투수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투수가 던진 초구는 몸쪽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공. 충분히 스트라이크가 나올만한 공이었지만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면 보통 자신을 자책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지금까지의 반응, 하지만 오늘따라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여튼, 얘가 이러면 오늘 경기는 풀어가기 더 편하지!'
태강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면서 주저없이 사인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투수를 강렬하게 쳐다봤다.
'자, 쫄지 않는 김에 오늘은 한번 과감하게 들어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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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6)201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