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14화 (214/255)

우리 동네 야구팀-212화

[안수혁 선수의 멋진 슬라이딩 캐치와 완벽한 송구, 오선민 선수의 짐을 덜어주는 호수비가 나왔습니다!]

[안수혁 선수, 정말 예상도 하지 못한 호수비였습니다.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졌군요]

[왜 유용식 감독이 이런 라인업을 짤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조금 흥분한듯한 캐스터의 목소리, 해설들도 놀라면서 대단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와...우"

"안수혁 수비가 원래 저렇게 좋았어?"

"안수혁 죽인다!"

"나이스 캐치!"

그리고 그건 관중들도 마찬가지, 그러면서 수혁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허허... 몸으로라도 막으려고 한게 운좋게 글러브에 들어간건데, 운이 좋았네'

수혁은 살짝 웃으면서 글러브 안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두어번 쥐락펴락 하고는 마운드 쪽을 쳐다봤다.

'그래도 이거 하나로 긴장 풀리면 안돼지. 다시 집중하자'

수혁은 머릿속을 비워 버리면서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우... 일단 다행히 한 고비는 넘겼고'

한편, 종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선민이 상태로는 공략하기 너무 힘들다. 괜히 덤비다가 홈런맞지 말고 감독님 말씀대로 고의사구로 가자'

종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한걸음 옮긴 다음에 가슴팍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어... 임종빈 선수, 고의사구가 나왔습니다]

[아직 4회이고 1회에는 승부를 봐서 잡았는데, 왜 이러는 걸까요?]

아직 경기가 많이 남고 주자도 없는 상황. 예상 밖의 고의사구 작전에 놀라는 중계진이었다.

"뭐야?"

"아니, 잘치는거는 아는데 왜 벌써 고의사구야?"

"구속도 빠르던데 그냥 잡아버려라!"

"승부해라!"

그리고 관중석도 다를바 없었다. D.라이더즈 팬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고 레드 타이거즈 팬들은 야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시끄러워진 구장, 여러가지 소리가 뒤섞이고 야유소리가 들리면서 선민의 자신감을 점차 떨어트리고 있었다.

'쩝... 처음에 고의사구 사인은 괜히 냈나...'

용식은 선민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이번엔 무조건 고의사구로 거르라고 했는데... 괜히 한말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 용식, 그러다가 옆에 앉아있는 웅철을 불렀다.

웅철은 용식이 부르자 고개를 돌려서 그를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또 뭔가 시킬것 같다는 예감 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굳이 고의사구 안해도 된다고 해. 그리고 잘 해주고 있다고, 조금은 실점해도 괜찮다고 덧붙여주고"

"넵"

웅철은 대답하고는 곧바로 타임을 외치면서 덕아웃 밖으로 나왔다. 그런 다음에 종빈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불렀다.

종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혹시 작전을 바꾸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왔다.

"야, 뭔일인데 그래. 작전 바꾸려고?"

"일단 가까이 좀 와봐"

웅철은 그의 어깨를 잡아서 자기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런 다음에 타자를 슬쩍 쳐다본 다음에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감독님이 굳이 고의사구 안해도 된다고 하셨어. 그리고 3점까지는 실점해도 좋고, 오늘 자기 역할 이상 하고있다고 전해달래"

"그럴거면 그냥 지금 해도 되지않아?"

"아니, 흔들릴때 네가 직접 말하는게 더 효과가 있을거 같아보인다고 하더라. 그럼 가봐"

"오케"

그러면서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웅철, 종빈은 고개를 돌려서 잠시 선민을 쳐다보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고의사구가 나온 다음에 타임이라... 작전이 바뀐다고 봐야겠죠?]

한편, 그러는 모습을 본 덕아웃에선 캐스터가 질문조로 입을 열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해설, 그리고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래 보입니다. 그리고 핵심 포인트는 작전의 내용이 무엇인가겠죠. 지금까지 여러 작전들을 성공시키면서 지략가의 이미지가 붙은 유감독입니다. 고의사구를 버린다면 충분히 뭔가 작전이 나올수가 있어요]

해설은 거의 확실하다는 말투로 이야기 하면서 중계화면을 쳐다봤다. 웅철과 단 둘이 있는 덕아웃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로 서있는 용식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하아... 여기서는 어쩔수 없이 맞고 가야되나...'

용식은 선민을 쳐다보면서 살짝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자리에 털썩 앉고는 근처에 물병을 집어서 한모금 들이켰다.

'고의사구를 취소했다라... 일단 여기서 무실점은 포기하겠다는거네'

한편, 3루 근처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수혁은 용식을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선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에 종빈이 야수들에게 뒤로 가라는 사인을 보내자 뒤로 물러났다.

'처음엔 처음 보는 공으로 승부해서 운이 좋았던거지, 이번엔 힘들걸'

수혁은 시선을 옮겨 종빈을 쳐다본채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수는 없지. 이번엔 커터로 승부해보자. 안봤던 공이니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거야'

'커터... 그래.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도 부딪혀 보기는 해야지. 그게 선민이에게도 어울릴테고'

종빈의 결정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수혁, 그런 다음에 다시 선민을 쳐다봤다.

'...굳이 오래 갈 필요도 없어. 저 녀석 실력이라면 분명히 초구에서 넘어간다'

수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타구가 오면 언제든지 잡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선민이 공을 던지고 맞는 소리가 들리자

"후우..."

홈런이라는 직감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뒤로 고개를 돌려봤다.

[잘 맞은 타구, 쭉쭉 뻗어갑니다...]

타구는 전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뻗어나갔다. 그리고 외야로 넘어가자 이젠 모두들 예감했는지 움직이지 않는 야수들, 몇몇 관중들도 홈런이라는 직감이 들었는지 벌써부터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장을... 넘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 그러자 레드 타이거즈쪽의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역시 유석환!"

"나이스 홈런!"

그들은 일제히 소리치고 환호하면서 기뻐하기 시작했다. 석환은 그런 관중들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살짝 미소를 지어주고는 다이아몬드를 천천히 돌아서 홈으로 돌아왔다.

"더럽게 강하네. 내가 올라가기 전까지는 뭐 거의 피해가야만 될거 같은 분위기야 아주"

수혁은 그런 석환을 보면서 착잡한 표정으로 궁시렁댔다. 그리고는 선민을 쳐다봤다.

'이걸로 기가 죽을 애는 아닌게 그나마 다행이네. 그래도 종빈이가 한번쯤 올라가주는게 좋아 보이는데...'

*

'하아... 예상은 했지만 역시 기분은 더럽네'

홈에서 멍하니 서있는 종빈,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심판이 수락하자 마스크를 벗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마운드에 올라가자 선민은 성질이 나는건지 입을 꾹 다문채로 스파이크로 애꿎은 바닥만 파내고 있었다.

"얌마, 뭘 홈런 하나 맞은거 가지고 그러냐. 그냥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버리면 되잖아"

종빈은 선민을 달래는듯한 말투로 말하면서 어꺠를 툭툭 쳤다. 하지만 선민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건지 한숨을 내쉬면서 먼곳을 바라봤다.

'역시 승부욕이 강한 녀석이라 그런가... 다행히 주눅든 모습은 없어보이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보낼걸..."

종빈이 혼자 생각하는 사이, 선민이 짜증을 내듯이 중얼거렸다. 종빈이 뭔가 말한거가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오른손으로 목을 주무르면서 입을 열었다.

"나 원래 이런걸로 안쪼는거 잘 알잖아?"

"허, 그럼 경기 시작할때랑 야유가 나올때 그 표정은 뭐였냐?"

"야, 야. 첫 선발이니까 긴장좀 할수도 있는거고, 야유는 좀 다른 케이스고"

선민은 코웃음을 치면서 타석에 들어온 타자를 쳐다봤다. 그런 다음에 오른주먹으로 글러브을 팡팡 쳐댔다.

"자, 마무리하자. 더이상 팀에 피해주기도 싫고, 이 멤버로 계속 야구도 하고싶고. 너네들 때문에 나도 야구에 맛에 빠져서 못나오고 있다. 그러면 책임은 져야될거 아냐?"

"짜식, 굳이 올라올 필요도 없었네"

선민의 발언에 종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 전만해도 어쩔수 없이 당해버린 홈런에 더러웠던 기분은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그럼 우선 이번 이닝부터 확실하게 마무리 짓자"

종빈은 그렇게 말한 다음에 미소를 지은채로 마운드를 걸어내려갔다. 선민은 그런 종빈을 보면서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뒤로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타앙- 터업-

"아웃!"

공 10개로 두 타자를 모두 잡아내면서 4회초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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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9)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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