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15화 (215/255)

우리 동네 야구팀-213화

"이야.. 저 투수, 이제보니까 은근히 좋네요"

"음... 확실히 배짱이 있는거 같아. 그걸 리드해주는 포수와 겹쳐져서 시너지가 나는것 같고"

선민이 이닝을 마무리 지을 무렵, 레드 타이거즈 덕아웃에서 감독과 태강이 나란히 앉아서 한마디씩 내뱉었다.

특히 태강은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선민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었다. 이대로면 오늘 공략은 쉽지 않을것 같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까지의 투구수는 대략 60개라는것. 임시 선발의 모습이 강한이어서 수비까지 해야되니까 많이 던져야 70개 이상 던지기는 어려울거로 보이고, 그렇다면 5회가 마지막이겠네'

현재 레드 타이거즈의 투수진은 선민의 공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팀 에이스인 서준의 구속은 수혁과 비슷한 정도. 구속 면에서는 그닥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투심과 커터가 나오면서 딱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선민이 서있는 동안 그들에게 오는 기회는 많아야 두세번, 공에 적응할려고 하면 내려갈게 뻔히 보였다.

'거기다 그 다음은 백퍼센트 안수혁이 나올테니까... 오히려 첩첩 산중이겠지'

태강은 쉽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은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포수장비를 착용하고는 덕아웃 밖으로 걸어나갔다.

*

[현재 5회말, 선발 장서준 선수가 이어서 마운드 위로 올라옵니다]

그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5회말, 선민이 5회초에 연달아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더 내줬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큰 피해없이 5회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지금 막 마운드 위로 올라오는 서준, D.라이더즈의 타자들이 계속 붙잡고 늘어지면서 몇몇 안타는 맞았지만 모두 산발로 처리, 그러면서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92개에 달한 투구수, 거의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투수는 4회까지와는 다른 눈빛으로 마운드를 올라왔다.

'아마 나한텐 이번이 마지막일거야. 확실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가자!'

하지만 평상시랑은 다르게 그래도 긍정적인 모습, 그러면서 왼주먹으로 글러브를 팍팍 쳐댔다. 그런 다음에 숨을 짧게 끊어서 뱉은 다음에 힘차게 어깨를 돌려봤다.

'어깨는 문제 없고, 그럼 잘 마무리 하자!'

그러는 사이 7번타자 상민이 우타자 타석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에 배트를 고쳐잡고는 가만히 투수를 쳐다봤다.

'아무리 제구가 좋더라도 이정도 투구수면 많이 지쳤을터, 제이서 상으로도 투구수가 100개에 근접하면 제구가 서서히 몰린다는 단점도 있었어'

상민의 표정은 매우 무미건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날카로움이 엿보였다. 이래뵈도 한때 과학고를 준비했던 두뇌, 평상시엔 진지함이라곤 전혀 찾아볼수 없는 그였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그였다.

상민은 배트를 쥔 양손에 힘을 조금 넣어서 세게 쥐었다. 그런 다음에 자세를 잡고는 투수를 쳐다봤다.

'머리는 내가 더 좋을지 몰라도 수싸움은 못이겨, 고로 난 생각하지 않고 오는대로 치는 수밖에 없는거야'

상민은 선택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 단순무식한 방법, 타격과 수비 모두 단점이 없는 그였기에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거기다 아무리 데이터를 구한다고 한들, 내가 과학고를 준비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를테니, 오늘 경기, 지난번 경기의 볼배합은 다 기억하고 왔으니 분명히 그중 한가지 스타일의 조합은 나오기 마련일거야'

'이전 타석들을 보면 정석적이었고, 딱히 변칙도 없었다. 그리고 뭔가 빈틈이나 날카로운 점이 보이는 것도 없었어. 매우 정석적인 스타일이야. 고로, 이전까지 했던 방식 그대로 가자. 몸쪽 위에 직구'

상민의 예상대로 그에 대해서 데이터 말고는 아는것이 없는 태강, 그는 그가 아는대로 정보를 조합해서 서준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서준의 오른다리가 올라가자 상민의 손에는 힘이 조금더 들어갔다. 그리고 왼다리가 살짝 들렸다.

이어서 서준의 오른발이 지면을 디디고 팔을 휘두르자 상민의 왼다리도 다시 지면을 밟으면서 허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초구다, 과감하게 휘둘러!'

상민은 망설임없이 배트를 최대한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허리가 다 돌아갔을 즈음에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스트라이크!"

심판의 우렁찬 콜이 들려왔다.

"쩝..."

아쉬워하는 상민, 그러면서 다시 배트를 고쳐잡고는 한두번 휘둘렀다. 그런 다음에 투수를 쳐다보자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이 초구... 지금까지 날 상대했던 패턴이랑 비슷한거 같은데?'

그러자 더욱 진지해지는 상민의 표정, 그리고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자신의 앞선 타석들을 떠올렸다.

'분명 첫타석, 두번째 타석 모두 좌우는 달라도 낮은쪽 코스의 초구가 들어왔어. 그 다음엔 변화구 하나, 마지막엔 높은 공으로 갔었지. 두번째 타석에선 그 반대로 갔었고...'

그 순간, 갑자기 상민의 표정이 확 돌변했다. 그리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오케이, 이 패턴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네'

'우리는 그대로 공략한다. 낮은 슬라이더'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앞선 타석과 똑같은 공을 요구하는 태강,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슈욱-

와인드업을 하고 팔을 휘두르면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번에도 돌아가는 상민의 허리, 그러면서 시선은 공에 고정되었다.

'낮아!'

상민은 공이 오는걸 보면서 순간적으로 낮다는 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최대한 배트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처음 생각한 궤적과 정 반대의 위치, 결국 배트는 존 한가운데를 가르면서 헛스윙이 되어버렸다.

"스트라이크 투!"

이어서 들리는 심판의 두번째 콜, 상민은 이번에도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키지 않겠다는 의미의 표정이었다.

'오케이, 오늘 제대로 호구 잡은거 같다. 아직 네 제구력도 쓸만하고, 높게 하나 주면 충분하겠다'

태강은 그런 상민의 표정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 고민없이 몸쪽 높은 직구 사인을 보냈다.

서준의 반응은 당연히 수락, 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상민의 준비가 다 끝난듯하자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씨익-

서준이 와인드업을 시작할 무렵, 상민의 입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그리고 같이 왼발을 살짝 들고는 타이밍에 맞춰서 내려놓고는 허리와 배트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어...?'

서준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뭔가 위화감을 느끼는 태강, 그러다가 상민의 배트와 허리가 돌아가는 순간

'뭔가 이상한....'

까앙-

맑은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타닥-

[안타! 정상민 선수의 좌전 안타가 나왔습니다!]

타구가 3-유간을 깔끔하게 꿰뚫으면서 좌전 안타가 만들어졌다.

"아자!"

"정상민! 정상민!"

"와아아아-"

상민은 1루 베이스를 밟은채로 양 주먹을 꽉 쥐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D.라이더즈의 팬들, 태강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내가 너무 얕봤나, 이런식으로 당할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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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0)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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