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16화 (216/255)

우리 동네 야구팀-214화

[정상민 선수의 깔끔한 안타, 이어서 이영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잠시뒤, 영훈이 타석에 들어가자 캐스터가 가볍게 멘트를 말했다. 이어서 한 해설이 할 말이 있는지 캐스터에게 눈짓을 보냈다.

캐스터는 그런 눈짓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 해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엔 지금 D.라이더즈에게 거의 첫번째 기회가 왔다고 보입니다]

[음, 박 위원님 말씀대로 선두타자가 출루하면 확실히 기회는 됩니다]

박 해설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 해설, 캐스터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게다가 지금 장서준 선수의 투구수는 95개, D.라이더즈의 타자들이 끈질기게 매달린것 때문에 슬슬 한계치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레드 타이거즈가 앞서있고 팀의 에이스인만큼 쉽게 내리지는 않을듯 싶으니, 잘만 공략하면 이번 이닝이 D.라이더즈의 찬스라고 보여집니다]

[음, 확실히 그럴만도 하네요. 게다가 레드 타이거즈의 다른 투수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잘 해내고 있으니까 확실히 지금이 찬스긴 하겠군요]

[네, 그래서 전 지금이 바로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터의 맞장구에 그는 거의 확실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흠흠, 일단 박 위원님의 말씀도 맞기는 합니다만, 저는 거기서 한가지를 더 짚어야 할게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다시 조용해지나 싶던 중계부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이 해설의 입이 열렸다.

[어떤 점인가요?]

[일단 이번 본선부터 도루가 가능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도루시도를 많이하는 팀들도 있었습니다]

[아- 뭔지 알겠네요]

[박 위원님은 벌써 눈치채신거 같네요. 우선 지금 D.라이더즈의 도루개수는 총 4개, 모두 이운선 선수가 2개, 오선민 선수와 안수혁 선수가 각 1개씩만을 기록한 형태입니다.

반면에 현재 레드 타이거즈의 도루는 12개, 이번 대회에서 최다도루를 기록중이며 매우 활발한 발야구를 펼치면서 상대 내야를 휘젓고, 투수의 멘탈을 흔들었습니다.

제가 봐온 D.라이더즈는 절대로 느림보 선수들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이운선 선수를 필두로 안수혁, 오선민 선수는 수준급 혹은 그 이상의 발을 가졌고, 이호진선수와 지금 루상에 나가있는 정상민 선수도 충분히 도루를 시도할만한 주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는 거기까지 말한다음에 숨이 차는지 잠시 말을 끊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다음에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발이 안되면 담장을 넘길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D.라이더즈에서 거포라고 불릴만한 선수는 김산욱 선수 단 하나뿐, 중장거리의 유형은 꽤나 있어도 확실한 대포 하나는 김산욱 선수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D.라이더즈는 발야구를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럴때의 발야구는 1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그리고 그 순간

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세이프!"

"와아아아아!"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정상민 선수, 안타에 이어서 2루 도루까지 감행, 깔끔하게 성공해냅니다]

[역시, 유용식 감독도 슬슬 그 점을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제가 말하자마자 곧바로 나오네요]

[이거 누가보면 유용식 감독의 저희가 말하는거 듣고 있는줄 알겠어요]

화면에 잡히는 상민을 쳐다보면서 너털웃음을 직는 이 해설, 박 해설도 그에 동조하면서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그러는 사이 2루에서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상민, 그러면서 시선은 타석에 있는 영훈에게 향했다.

'영훈아, 이제 무사 2루다. 병살 걱정은 말고 그냥 맘껏 휘둘러버려'

'후아... 이제 마음껏 휘둘러도 되네, 일단 병살 걱정은 사라져서 다행이다'

영훈은 속으로 안심하면서 배트를 다시 짧게 고쳐잡았다. 그런 다음에 투수를 쳐다보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안타를 치기는 어렵고, 그저 공을 맞춰서 진루타라도 보내주는게 중요한거야'

용식은 아무런 사인도 보내지않은 상황, 하지만 지금 영훈은 자신의 상태와 경기의 상황을 혼자서 판단하고는 자신이 할수있는 범위에서 할 역할을 정리하고 있었다.

'흐음... 영훈이 머리라면 이제 이정도는 충분히 잘 해내겠지. 게다가 애플즈전 처럼 뜬금타가 나와줄지도 모르고'

용식은 그런 영훈을 말없이 무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때 그 일 이후로 영훈도 어느정도 포텐이 터졌다고 생각하는건지 예전이라면 아마 작전이 나왔을 부분에서 영훈을 믿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 영훈이 모든 준비를 마친건지 자세를 잡고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이 무표정인 용식의 얼굴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 이번에도 너의 포텐을 터트리는거야'

'일단 이번 타자는 D.라이더즈에서 가장 처리하기 쉬운 타자야. 1점 정도는 내줘도 되니까 주자는 신경끄고 처리하자'

태강은 그런 영훈을 슬쩍 쳐다본 다음에 아래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서준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깐의 텀을 두었다가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온다, 집중하자!'

투수의 오른다리가 올라가자 영훈의 양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가면서 왼다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어서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면서 지면을 밟자 너무 빠르지 않게 허리와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 영훈의 목표는 진루, 타구를 어떻게든 우측 방면으로 보내는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굳이 빠른 스윙이 아닌, 조금 느리게 타이밍을 잡고 배트를 내밀었다.

'오케이, 낮게 잘 온다!'

태강은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고는 됐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마 헛스윙이 나올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영훈의 배트가 그의 눈앞을 가렸다.

'뭐야, 배트가 뭐이리 힘이 없어?'

하지만 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태강,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과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일까, 오히려 이것도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잉-

그리고 결국 배트 아랫부분에 빚맞은 타구, 그러면서 1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하아아앗!"

평범하게 1루수를 향해서 굴러가는 타구, 그는 타구를 잡기 위해서 앞으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루에 있던 상민은 3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달려나오던 그는 굴러오는 타구를 맨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3루를 향해서 강력한 송구, 하지만 송구는 옆으로 빗나가면서 뒤로 빠져버렸다.

"뛰어! 뛰어!"

그 순간 흥분하면서 앞으로 달려나오는 성빈, 그리고는 계속 소리치면서 오른팔을 뱅뱅 돌리기 시작했다.

상민은 그 소리를 듣고는 슬라이딩을 하느라 낮아진 몸을 곧바로 일으켰다. 그런 다음에 다시 홈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루수가 달려가서 그 공을 줍는 사이에 홈인, 3루수는 홈은 늦었다고 생각하면서 주저없이 2루로 공을 보냈다.

파앙-

"세이프!"

하지만 그 사이에 이미 도착해있는 영훈, 그러면서 다시 한번더 득점권에 주자가 만들어졌다.

"아싸아!"

세이프 판정이 나오는 순간, 영훈은 슬라이딩을 하느라 엎어진 그 상태로 양 주먹을 불끈 쥐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다음에 더러워진 유니폼을 툭툭 털고는 보호구를 풀러서 2루로 오는 진행요원에게 건네줬다.

"이영훈! 이영훈!"

"와아아아-"

그러는 도중에 관중석에서 연호되는 영훈의 이름, 영훈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로 관중들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는 다시 2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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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1)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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