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15화
[허허, 해맑게 웃으면서 관중들에게 손인사라, 이영훈 선수가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군요]
[뭐 생긴것부터 나름 귀엽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그렇네요]
영훈이 한창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들끼기 허허 웃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그리는 해설들, 캐스터는 그런 둘이 재밌다는듯이 쳐다보다가 화면에서 다시보기가 나오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해설들에게 슬쩍 눈치를 주자 제대로 받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하는 두 사람, 그러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던 얼굴이 일순간에 진지해졌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박 해설, 그리고는 약간 실망한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유석환 선수가 너무 무모했어요. 아무래도 자신의 어깨를 믿고 과감하게 한번 찔러보려고 한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거기다가 급한 나머지 송구 실책까지 범하면서 1, 3루가 될게 점수를 내주고 주자는 또다시 2루,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벼룩은 잡지도 못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설들의 말대로 지금 자신을 자책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석환, 그리고는 마운드에 서있는 서준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평상시라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을법한 서준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기색없이 여전히 씩씩하게 마운드 위에 서 있었다.
'확실히 오늘 따라 뭔가 달라보인다. 뭔가 각오를 하고 나왔나보다'
그런 서준을 덕아웃 벤치에 앉은채로 지켜보는 용식, 그리고는 손에 쥔 야구공에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보니 점점 떨리는 오른팔, 그리고 공의 감각이 더욱더 잘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긴장이 될때는 어떻게든 정신차리고 버티면 되는거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이내 손에 힘을 푸는 용식, 그리고는 조금 기대되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상대편이지만 이런 변화를 보일대, 그리고 과정이나 감이 좋을때, 이럴때는 왠지 기대가 된단 말야... 어디 얼마나 큰 그릇인지 한번 확인해볼까?'
*
파앙-
"볼, 볼넷!"
그뒤로 9번 선민을 지나서 1번타자 운선의 타석, 운선은 방금 막 볼을 고르고 볼넷 콜을 받아냈다.
영훈의 적시타가 나온 이후에 선민에게 안타, 그리고 지금 막 운선의 볼넷까지, 평상시랑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이전과 다르지 않은 불안한 모습의 서준이었다.
용식은 보호구를 풀러서 건네주고 배트도 내려놓은채 1루를 향해서 느긋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1루에 있던 선민은 밀어내기로 2루에, 그러면서 1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후우... 분명 내 감이랑 그 모습까진 좋았는데... 내 예상이 빗나갔나...?'
하지만 용식의 시선은 운선이 아닌, 서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희미한 미소와 함께, 한편으로는 약간 실망하는 표정도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위치는 그와 정 반대에 서있는 적장과도 같은 사람, 하지만 그의 뛰어난 실력에 순수하게 감탄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전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 용식은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타석에는 오늘 2번타자로 출장한 수혁이 좌타자 타석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용식은 그런 수혁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내야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 레드 타이거즈의 최상책은 병살로 이닝을 끝내는것, 그래서 그런지 2루수가 2루 베이스에 가까이있고, 유격수는 3-유간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아마 수혁이에게 바깥쪽 공을 주면서 3-유간 땅볼을 유도하겠지'
충분히 나올수 있는 시프트, 그리고 용식이 외야에 시선을 돌리자 외야수들이 조금 전보다 꽤나 앞으로 나와있었다.
'역시, 여기에 외야수 전진수비로 제대로 압박에 들어가려나보네'
용식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타석에 들어간 수혁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산욱이 정도면 모를까, 수혁이의 타격은 함정을 힘으로 뚫어낼 정도는 아냐. ㅏ지만 지금이 오늘 경기의 몇 없을 찬스고, 1점만 더 내면 동점이다. 제발 수혁아...'
한편, 타석에 서있는 수혁은 배트를 쥐고 바닥에 댄채로 자리에 앉아있는 태강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자 태강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여, 지금 내가 뭐하려는지 알고 있지?"
"내가 아무리 시프트를 몰라도 이거는 알지, 병살 아냐"
수혁은 피식 웃으면서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자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리는 태강, 그리고는 한번 더 물어봤다.
"잘 아네, 그럼 우리쪽 볼배합도 예상은 가겠지?"
"당연하지"
"근데 예상 외로 태연하다?"
태강은 의외라는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입가에 함박 미소를 그리면서 가볍게 한마디를 흘려보냈다.
"초구는 정직하게 간다, 직구야"
"허, 알려주면 손해볼텐데?"
그의 말에 수혁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진지하게 말의 의중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일단 의도는 확실히 나에게 혼란을 주려는것, 그렇다면 난 굳이 저 말을 정보로 삼지 않으면 된다는거네. 그렇다고 해서 일단 무조건 맞추는건 좋지 않아, 재수없으면 병살만 나온다'
그러면서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를 쳐다보는 수혁, 그러자 뭔가 알아낸듯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지금 투수는 떨고있다. 그리고 떨고있으면 변화구의 각이 작아지는 타입, 아무리 공이 좋아도 구질이 예측만 된다면 공을 치는건 더욱 쉬워진다.
게다가 데이터에서 신태강이 변칙으로 과감하게 올때도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럼 일단은 슬라이더로 예측, 빠지는 걸로 예상하고 가만히 있는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데이터를 알고있다는걸 역이용 한다면 나에게 그걸 버틸수 있는 컨텍트는 없다. 그냥 삼진먹고 뒷 타자들에게 맡기면 되는거야'
최대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으로 할수 없는 범위는 깔끔하게 포기하는 결단력까지. 일단 자신에게 있어서 최상의 선택을 가려내는 수혁이었다.
그러면서 자세를 잡자 그새 사인을 맞춘건지 와인드업을 시작하는 투수, 그리고는 과감하게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이미 많은 공을 던졌음에도 별로 떨어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속, 그리고 공은 아래쪽에 내민 포수의 미트에 가지런히 들어가 있었다.
'슬라이더... 존에 들어온건 틀렸지만 일단은 맞았다'
수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다음에 배트를 한번 휘둘러 보고는 투수를 한번 쳐다봤다.
"여, 안낚이네?"
그 순간 수혁에게 말을 걸어온 태강, 수혁은 약간의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애초에 교란용으로 말한거 모를줄 알았냐"
"쩝... 역시 다르네"
태강은 이럴줄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이 사라졌다. 수혁은 다시 투수를 쳐다본채로 이번 구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 신태강이 자주 요구한 구질은 당연히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로 종종 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기서 한번더 역으로 틀어서 서클 체인지업을 노려도 되겠지만, 그게 바로 신태강이 바라는 바, 나는 커브로 밀어붙인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수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태강은 그런 수혁을 빤히 쳐다봤다.
'이녀석, 내가 변칙으로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는것 정도는 알고 있을거야. 하지만 나도 너가 은근히 그런 기질이 있는건 잘 안다고. 고로, 우린 커브, 존 아래쪽에 들어오게 해서 나오면 헛스윙을, 아니면 카운트를 노린다'
그러면서 투수에게 커브 사인을 보내는 태강,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브 그립으로 고쳐쥐었다. 그런 다음에 침착하게 뒷주머니에 넣어둔 로진백에 손을 가져가서 송진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잠깥의 텀을 두었다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오른다리, 그 다리가 앞으로 나와서 지면을 밟았을때 왼팔이 빠르게 휘둘러지고 공이 그의 손을 떠나면서 빠르게 튀어나왔다.
슈욱-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여저히 빠르지만 직구보다는 느리게, 그리고 조금 붕 뜬 느낌으로 포수의 미트를 향해서 날아갔다.
공이 오는순간, 수혁은 그에 맞춰서 빠르게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은 공에 고정한채로 배트로 공의 위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변화없이 오던 공이 거의 다 왔을즈음,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됐다!'
그 순간 수혁이 속으로 환호하면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러면서 팔에 최대한 힘을 주면서 공의 예상 지점에 배트를 갖다댔다.
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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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2)201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