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19화
"뭐, 뭐야... 완전히 당했잖아..."
석환은 허무하게 끝나버린 공격을 보면서 심한 충격을 받은것같이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잠시뒤에 드디어 현실파악이 된건지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태강이 말좀 들을걸... 변화구를 숨기고 있었을줄은..."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머리에 쓰고있던 헬멧을 얌전히 벗었다. 그런 다음에 연거품 한숨과 함께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영훈 선수, 초 대박 사건을 터트렸습니다...]
[이건.. 뭐 그냥 아무도 예측할수가 없었던 상황이거든요...]
[유석환 선수의 타구대처 능력은 거의 프로급입니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라면 기습으로 온 변화구라도 걷어내거나 라인 안으로 때려낼수 있는 타자입니다. 그런데 지금...]
[화아아...]
중계 부스에서는 세 사람 모두 최소한의 말만 하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최약체로 보이는 선수가 최강체로 보이는 선수를 꺾어버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그래서 그런지 다들 감탄사와 함께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관중들도 마찬가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한쪽에서는 환호가, 한쪽에서는 충격먹은 표정이 나오고 있었다.
[허허... 이거 참 정말 야구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멘탈의 스포츠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분석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이기도 하고. 참 어렵죠 어려워요]
[그래도 이런 매력이나 방금과 같은 상황이 야구에 빠져드는 매력 아니겠습니까?]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아무리 약자라도 세번중에 한번은 이긴다는 말처럼 확실히 그게 야구의 매력이기도 하죠]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에
[그럼 6회초 중계는 여기까지, 저희는 6회말 D.라이더즈의 공격에서 뵙겠습니다]
짧막한 멘트와 함께 중게방송을 잠시 끊어갔다.
*
"휴우우... 간 떨려서 죽는줄 알았다..."
"솔직히 나도 간 떨렸다"
간신히 6회초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내려오는 영훈, 종빈은 그런 그의 등을 툭 치면서 지금 이 상황이 마치 재밌다는 듯이 웃어댔다.
"하아... 그런데 거기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뭐... 애초에 타자가 너를 얕보는 모습이 보였고, 거기에 집중력이 사라지지 않았길래 한번 던져보라고 해봤는데, 딱 내 예상대로 흘러가더라?"
"엥? 너가?"
"지금 나 얕보냐?"
종빈은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트로 영훈의 모자를 툭 쳤다. 그러자 영훈은 특유의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뭐 그게 쉬운일도 아니고, 수혁이 정도면 모를까..."
"쩝..."
영훈의 말에 딱히 별다른 말을 못하는 종빈, 그리고는 얼른 들아가자고 얘기하면서 덕아웃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까 자신의 추리와 볼배합을 떠올리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걸 캐치해내고, 그런 생각까지 할수 있게 된거지...?'
*
"마지막에 무슨 공이에요? 타자가 당황한걸 보면 직구는 아닌거 같은데?"
"싱커, 내가 영훈이에게 아무도 모르게 몰래 가르쳐준 구질이야"
"영훈이 스타일은 종빈이한테 전체적으로 맡기고 가는 스타일인걸 감안하면... 종빈이가 사인을 냈다는건데, 불리한 카운트에서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대요?"
"글쎄다... 내가 보기엔 수혁이가 아닌 초짜들이랑 엮어놓으니까 애가 한단계 진화한 느낌이 드네"
6회초 레드타이거즈의 공격이 막 끝난 무렵, 용식은 뒤에 서있는 매니저 웅철과 가볍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서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종빈을 쳐다보는 용식, 그러면서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 수혁이가 흔들리더라도 충분히 버텨낼수가 있다'
지금까지의 종빈의 실력은 나쁘지 않은편 아니, 오히려 좋은 편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거의 수혁과 배터리를 맺다 보니까 수혁을 따르거나 의존하는 성향이 종종 보인다는게 문제였다.
이런 경우라면 자시닝 투수를 이끌어줘야 하는 순간에는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서 경기를 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용식은 지금 그걸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이고, 지금 막 그의 노력이 거의 결실을 보려는 상황이었ㅏ.
'솔직히 수혁이를 선발로 고용해도 3, 4위전이 있어서 쉴 시간은 충분했어. 단지, 결승에서 수혁이가 흔들릴 경우에는 모든게 다 끝나버려.
그래서 수혁이를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래서 그렇게까지 모험을 한건데... 거참, 어떻게 이걸 해석해는 사람이 하나도 없냐. 예선 경기를 조금만 뒤져봐도 충분히 보일텐데 말야'
'...영훈이가 유석환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냈다'
한편, 외야에서 돌아오는 수혁은 두 배터리를 보면서 조금전 영훈이 병살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떠올렸다.
'분명히 직구는 아닐테고, 다른 구질일거야. 아마도 감독님이 몰래 숨겨서 만든 구질이겠지. 그리고 영훈이는 종빈이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타입, 그렇다면 그 사인은 종빈이가...'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던 수혁은 이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종빈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외마디 탄성을 내질렀다.
"대박인데...?"
*
[자, 이제 경기는 6회말, D.라이더즈의 공격으로 넘어갑니다]
잠시뒤, 광고타임이 끝났는지 캐스터가 오픈 멘트를 하면서 경기를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타석 안으로 들어가는 선두타자 운선, 그는 타석 안에서 투수를 힐끔 쳐다보고는 자신이 어떤 공을 노릴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현재 투수는 아직 그 투수 그대로. 어떻게든 6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지만, 투구수 때문에 매우 힘들거야. 그러면 좋은 제구로 존에 걸쳐서 빨리 끝내려고 하겠지. 그러면 나는 쭉 늘어지면 되겠다...'
현재 투수의 심리를 생각해보고는 그대로 늘어지려는 운선, 그런 다음에 결단을 내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음...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태강은 그런 운선을 작은 미소와 함꼐 쳐다봤다. 그런 다음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사인을 보냈다.
'야, 그냥 한가운데로 찔러버려'
'오케이'
서준은 아무런 생각없이 심호흡과 함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합을 한번 불어넣고는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온다!'
그와 동시에 운선은 배트를 더욱더 세게 쥐면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배트를 돌리면서 공에다가 갖다대기 시작했다.
'분명 변화구에 존에 걸칠테니까 일단 아래로...'
운선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배트의 궤적을 점차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배트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리기 시작했다.
슈욱-
하지만 점차 가까워져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공, 그리고는 계속 쭉 뻗어나가다가 포수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뭐, 뭐야?'
심판의 우렁찬 콜이 들리자 운선은 고개를 돌려서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존 한가운데에 미트를 내밀고 있는 태강이 보였다.
'아, 완전히 당한거네...'
운선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다음에 쯧 하고 혀를 한번 차고는 아까보다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았다.
'후우... 일단 수싸움은 무조건 밀리네. 그냥 닥치고 커트만 하다가 실투가 오면 날리거나 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제야 좀 마음이 바뀐듯 하네. 왠만큼 해선 수싸움은 나한테 안된다고'
태강은 그런 운선을 보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이번에도 거침없이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오케이'
서준은 이번에도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잠깐의 틈도 없이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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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6)2016.07.23.